[신간] 신의와 책임을 흔드는 원초적 욕망…'페델타'

기사등록 2025/12/23 15:17:29

[서울=뉴시스] '페델타' (사진=문학동네 제공) 2025.12.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페델타' (사진=문학동네 제공) 2025.12.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윤영 수습 기자 = 안온한 일상과 자극적인 관계, 그럴듯한 직업과 끝내 이루지 못한 꿈.

이탈리아 작가 마르코 미시롤리가 인간의 모순적인 욕망을 집요하게 파고든 소설 '페델타'(문학동네)가 출간됐다. 2022년 파격적인 서사로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드라마 '페델타'의 원작이다.

소설은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며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카를로가 제자 소피아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그는 소피아에게서 자신이 끝내 가지지 못한 젊음, 아름다움, 재능을 발견하고 점차 그녀를 욕망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된다.

카를로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한 때 소설가를 꿈꿨지만 끝내 단 한 권의 책도 완성하지 못한다. 결국 아버지의 도움으로 직장을 얻고, 여동생의 주선으로 만난 마르게리타와 결혼하며 안정된 삶을 택한다. 그러나 마음 한 편에는 늘 자신에게 없는 무언가를 향한 갈증이 남아있고, 그 결핍은 소피아와의 만남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는 수줍어했고, 그녀는 그가 자신의 무언가를 발견하게끔 이끌 수 있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그녀를 향한 그의 욕망을 통해서 가능했다. 연인 관계가 되거나 혼인서약을 하거나 대출로 집을 사기 전처럼 원초적인 형태로 그녀를 갈망함으로써 가능했다."(176쪽)

한편, 아내 마르게리타 역시 남편의 외도를 직감하면서도, 물리치료실에서 만난 치료사 안드레아에게 끌린다. 젊고 건강한 안드레아도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잊고 있던 자존감과 생기를 되돌려준다.

카를로와 마르게리타는 각자의 욕망 앞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다. 자신의 행복에 충실할 것인가, 상대에 대한 신의를 지킬 것인가. 안정적인 현재를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가 하는 질문은 부부를 넘어 독자를 향한다.

저자는 카를로와 마르게리타 부부의 균열을 통해 현대인의 초상을 그려낸다.  배우자가 아닌 연인과의 관계에서 누리는 아슬아슬한 긴장, 젊음과 매력, 건강한 육체는 마치 조금만 손을 뻗으면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욕망이 실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평온함을 권태로 오해하고, 일탈을 '솔직함'으로 포장하는태도는 진정한 자기 이해가 아니라 현실로부터의 도피에 가깝다는 것. '페텔타'는 욕망과 신의, 자유와 책임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차갑고도 정밀하게 응시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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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신의와 책임을 흔드는 원초적 욕망…'페델타'

기사등록 2025/12/23 15:17:29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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