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 15년만에 동시집
![[서울=뉴시스] '별똥별' (사진=창비 제공) 2025.12.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2/23/NISI20251223_0002025492_web.jpg?rnd=20251223110013)
[서울=뉴시스] '별똥별' (사진=창비 제공) 2025.12.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동시는 내 마음의 노래예요. 내 마음 속에는 노래가 있어요. 지금 내 마음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깨끗하고 아름다워요. 그 마음이 바로 동시라는 노래를 부르게 해요. 동시와 노래는 한마음이에요." (시인의 말 '동시는 내 마음의 노래' 중)
'위로의 시인' 정호승이 신작 동시집 '별똥별'(창비)을 펴냈다. 첫 동시집 '참새'(2010) 이후 15년 만이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가 당선되며 문단에 발을 들인 시인에게 동시는 문학적 뿌리이자 출발점이다.
최근 시집 '편의점에서 잠깐'을 통해 패배와 실패마저 고마움으로 포용했던 시인은 이번 동시집에서 시선을 '자연'으로 돌렸다.
그는 "예전에는 사람이 꽃과 새와 동물과 서로 이야기를 나눴지만 언제부터인가 사람이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이번에 묶은 71편의 시는 자연의 소리를 경청하고 대화한 시인의 다정한 기록이다. 시 속에서 자연은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사유의 주체'로 숨쉰다.
"힘이 없어서/고개가 꼬부라진 게 아니야//고개를 숙이고 생각하는 거야//로댕의 조각/생각하는 사람처럼//나는 생각하는 할미꽃이야" ('할미꽃')
"울지 마/얼마나 울었길래/눈물이 천지가 되었니//이제 나도 안 울게/너도 울지마" ('백두산')
시인은 어린이들에게 자연의 마음을 헤아려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라고 말한다. 특히 시인의 시선은 자연의 행위에 주목, 사고의 전환을 이끈다.
"거미가/거미줄을 치는 까닭은/꼭 먹이를 잡으려고/그러는 게 아니야//비 온 뒤/빗방울을 둥글게 둥글게/더 맑고 맑게/거미줄에 살려 두려고/그러는 거야" ('거미줄')
시인은 인간이 아닌 존재를 화자로 앞세워 잊었던 감각을 느끼도록 하고, 감각의 전환을 유도한다. 특히 동시 '남대문 참새'는 시집의 처음과 끝에 배치돼 하루의 시작과 끝을 보여준다. 이른 아침과 늦은 밤 참새의 활동을 각각 노래하며 인간과 자연이 같은 시간 속에서 같이 살아간다고 조용히 일러준다.
"이 동시집은 자연과 사물과 어린이 여러분의 마음과 나눈 이야기를 적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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