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참사 유족들 "국가, 책임 주체보다 중재·관망 그쳐"

기사등록 2025/12/22 15:16:39

제주항공 참사 1주기 앞두고 재난 피해자 원탁회의

"국가 부재로 참사 완성" 정부 태도 비판 한 목소리

"재발 방지책, 22대 국회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필요"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정미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위원장이 22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12·29 여객기 참사 문제 해결을 위한 재난피해자 원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12.22.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정미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위원장이 22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12·29 여객기 참사 문제 해결을 위한 재난피해자 원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12.22.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12·29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앞두고 국내에서 발생한 사회적 참사의 유족들과 관련 재난 피해자들이 한 목소리로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협의회와 제주항공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추진위원회는 22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12·29 여객기 참사 문제 해결을 위한 재난피해자 원탁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책임져야 할 국가의 부재와 부인'을 주제로 열렸다. 세월호·이태원·오송지하차도 참사 등 국가에 여전히 진상규명과 책임을 묻고 있는 사회적 참사 유족들을 중심으로, 광주 학동 재개발 붕괴 참사·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와 같은 중대재해 유족도 함께했다.

참여한 유족들은 저마다 겪은 사회적 참사의 경위와 후속 경과를 허심탄회하게 풀면서 공통된 사례를 공유했다. 특히 후속 경과를 발표하는 순서에서는 한 목소리로 '국가는 불가항력적 요소 뒤에 숨는다'고 지적하면서 국가의 태도를 지적했다.

김순길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재난은 사고로 시작되지만 참사는 국가의 부재로 완성된다"며 "사고 당시의 상황을 보여 주는 자료들은 쉽게 공개되지 않았고 핵심적인 기록일수록 '확인할 수 없다', '존재 여부를 말할 수 없다'는 말로 가려졌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가 밝혀야 할 일들을 피해자들이 대신 입증해야 했다. 국가의 공식 발표가 틀렸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했다"며 "(나아가) 피해자는 조사의 대상이 아니라 방해자로도 취급받았다"고도 토로했다.

이진의 광주학동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도 참사를 대하는 국가의 태도를 문제삼았다. 이 대표는 학동 참사와 제주항공 참사를 비교하며 "책임의 주체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한 발 뒤로 물러나는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유가족을 '설득의 대상'이나 '관리의 대상'으로 대하는 태도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정치권의 방문 횟수와 발언의 수는 많았지만, 정작 유가족의 삶을 실질적으로 지탱해 주거나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며 "국가는 책임의 최종 주체가 되기보다는 갈등이 커지면 중재자로, 부담이 커지면 관망자로 물러났다. 국가가 재난을 '해결해야 할 책임'이 아닌 '관리하고 소모해야 할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게 만든다"고도 꼬집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22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협의회와 제주항공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12·29 여객기 참사 문제 해결을 위한 재난피해자 원탁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5.12.22.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22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협의회와 제주항공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12·29 여객기 참사 문제 해결을 위한 재난피해자 원탁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5.12.22. [email protected]
재난·참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의 책무를 분명히 하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경구 오송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책임 있는 관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더 이상의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반복되는 문제 해결을 위해 22대 국회가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해 보다 근본적이고 폭넓은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완전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시민 연대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미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역시 특수본 수사와 국정 조사를 했지만 진실에 다가가기 어려운 장벽이 있었다. 정부와 피해자들 사이 보이지 않는 '권력의 막' 앞에서 유가족들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며 "피해 유가족들이 이 장벽을 넘을 수 있는 힘은 시민들의 연대와 시민 의식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협의회는 이날부터 일주일여 기간 동안 참사 1주기 추모 주간을 운영한다.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등 전국 각지에서 시민분향소를 운영하는데 이어 오는 2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참사 1주기 광주·전남 추모대회를 연다.

또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는 28일부터 이틀 동안 참사 1주기 추모의 밤을, 29일에는 참사 1주기 추모식을 거행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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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참사 유족들 "국가, 책임 주체보다 중재·관망 그쳐"

기사등록 2025/12/22 15:16:39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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