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산업은 변해도 서비스 본질은 그대로” 나소정 오산대 교수[인터뷰]

기사등록 2025/12/23 17:00:00

아시아나항공 사무장·상위 클래스 서비스 훈련 교관 출

승무원 서비스 본질은 ‘태도’…매뉴얼 밖 상황 대응이 관건

나소정 오산대 항공서비스과 교수 (사진=오산대) *재판매 및 DB 금지
나소정 오산대 항공서비스과 교수 (사진=오산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정환 관광전문 기자 = 오산대학교 항공서비스과 학과장 나소정 교수와의 인터뷰는 조용히 시작했다. 날씨에 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공감대를 형성한 뒤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그는 차분했다. 말은 빠르지 않았고, 불필요한 설명도 없었다. 항공 현장에서 오래 일한 사람다운 어법이었다.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핵심만 명확하게 전하는 방식이었다.

나 교수는 2022년 3월 이 대학에 합류했다.직전까지 다른 대학 항공관광학과에서 학과장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그의 이력은 강단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직전인 2020년 2월까지 많은 이가 선망하는 직업을 갖고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사무장, 상위 클래스 서비스 훈련 교관. 승무원 생활을 20년 동안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방증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항공 산업이 멈출 수 있다는 상상은 거의 하지 못했죠.”

코로나19 팬데믹은 고공 비행하던 항공 산업에 전례 없는 충격을 안겼다. 항공편은 급감했고, 공항은 텅 비었다. 매일 수많은 사람이 오가던 공간은 순식간에 정적에 잠겼다.

팬데믹 이전 항공 산업 호황기에 하늘을 누볐던 그도 타격감이 컸다.

“항공 산업은 항상 ‘움직이는 산업’이었어요. 그런데 그 움직임이 완전히 멈췄죠.”

그러나 나 교수는 그 시간을 단순한 ‘침체’로만 기억하지 않는다. 팬데믹은 분명히 ‘위기’였지만, 동시에 ‘기회’가 됐다. 산업 구조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당연하게 여겨졌고, 관성적으로 받아들여졌던 방식들이 근본부터 재검토됐다.

2024년 기준 여객 수요는 팬데믹 이전의 약 97% 수준까지 회복했다. 항공편은 다시 증가했고, 공항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돌아왔다.

“회복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습니다.”

나 교수는 이 회복세가 팬데믹 종료에 따른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인 흐름이라고 본다. 글로벌 이동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항공 산업은 다시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는 판단이다.

회복을 넘어 구조 변화로…성장 궤도 다시 오른 항공 산업

 이제서야 나 교수는 하늘에서 내려와 강단에 서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팬데믹 당시만 해도 ‘승무원을 그만두기를 잘했다’는 안도감보다 ‘현장에서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해야 하는데…’라는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더 컸던 그다.

나소정 오산대 항공서비스과 교수 (사진=오산대) *재판매 및 DB 금지
나소정 오산대 항공서비스과 교수 (사진=오산대) *재판매 및 DB 금지
항공 산업 부활은 교육 현장에서도 체감된다. 한동안 주춤했던 항공서비스 전공에 다시 관심을 갖는 학생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덕분에 수험생 지원률도 눈에 띄게 상승하는 중이다.

“항공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강의실 풍경도 달라졌다. 항공 산업 전망,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공항 시스템, 서비스의 역할을 묻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취업할 수 있을까요?”라는 불안감이 아니라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나요?”라는 기대감이 대세가 됐다.

나 교수는 이런 변화를 학생들의 시선이 현재를 넘어 미래로 향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는다.

그는 향후 5~10년을 항공 산업의 또 다른 성장기로 내다봤다.

대형 항공사들의 합병, 공항 인프라 확장, 저비용항공사(LCC) 성장, 신공항 개항 등 굵직한 변화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항공 산업은 계속 발전할 것입니다. 인력 수요도 더욱 늘어나겠죠.”

그는 이 지점에서 ‘교육’의 역할을 강조했다. 단순히 ‘승무원 되는 법’을 가르치는 전공은 한계에 부딪혔기에 항공 산업 전반을 이해하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이 필수라고 짚었다.

오산대 항공서비스과의 교육 방향은 나 교수의 현장 경험에 기반한다. 산업 구조와 현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과 과정을 설계했다. 실무 중심 교과목을 이론과 실습의 균형 속에서 운영한다.

어학 교육도 중요하게 다룬다. 영어는 기본이다. 일본어와 중국어까지 교육한다. 국제선 현장에서 언어가 곧 서비스 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AI를 포함한 디지털 역량 교육도 점차 비중을 늘리고 있다. 체크인과 탑승 수속, 공항 운영 전반에 AI 기반 시스템이 빠르게 도입되는 만큼, 기술 변화에 대한 이해 역시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인성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러나 나 교수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인성이 받쳐주지 않으면 서비스인은 될 수 없습니다.”

나소정 오산대 항공서비스과 교수 (사진=오산대) *재판매 및 DB 금지
나소정 오산대 항공서비스과 교수 (사진=오산대)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인성’이 겉으로 드러나는 방식인 ‘태도’가 서비스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항공기 내부는 언제나 변수가 많은 공간이다. 날씨, 기내 상황, 승객의 감정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매뉴얼에 따른 행동은 훈련으로 충분히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매뉴얼에 없는 상황에는 전혀 다른 역량이 요구된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나옵니다. 머리로 계산해 나오는 행동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즉각적으로 나와야 하죠.”

나 교수는 항공 현장에서 자주 보았던 장면 하나를 예로 들었다. 낯선 공간에 들어온 아기. 갑갑함과 불안 때문에 쉽게 울음을 터뜨린다. 그때 승무원이 조용히 아기에게 다가간다.

아기는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에게 유독 호의적으로 반응한다. 이내 울음을 멈추고, 시선을 승무원에게 고정한다. 그 짧은 교감이 기내 분위기를 바꾼다.

그는 이 장면을 서비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사례로 꼽았다. 기술로는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영역, 사람의 태도에서 나오는 서비스여서다.

“아기를 정말 좋아하는 분도 있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직업적인 책임감에서 그런 행동을 합니다. 아기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 그게 먼저입니다.”

나 교수는 항공 산업을 단순한 ‘이동 산업’으로 보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산업, 태도와 신뢰가 경쟁력이 되는 산업이라고 정의한다.

“기술은 계속 바뀝니다. 시스템도 발전하죠. 하지만 항공 산업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습니다.”

거대한 폭풍우를 지나 다시 드러난 파란 하늘 아래에서 ‘나소정 전 승무원’은 하늘 위에서 체득한 지식과 쌓아온 경험, 그리고 다듬은 감각을 ‘제자’이자 ‘후배’들에게 하나둘씩 전하고 있다. ‘산업은 변했으나, 서비스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태도로.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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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산업은 변해도 서비스 본질은 그대로” 나소정 오산대 교수[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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