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드레서' 송승환 "전생에 머슴이었던 듯…노먼 역 이렇게 편할 수 없어"

기사등록 2025/12/19 18:17:26

최종수정 2025/12/19 18:29:01

'선생님' 역 박근형·정동환, '노먼' 역 송승환·오만석

장유정 연출 "최고 기량 배우들 보는 맛 아주 근사해"

박근형 "나이 들수록 하고 싶은게 많아 바쁘게 살아"

27일부터 내년 3월까지 국립극장서 공연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더 드레서' 배우 송승환과 오만석이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12.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더 드레서' 배우 송승환과 오만석이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12.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제가 전생에 머슴이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 할 때는 막 소리 지르고 그랬는데, 노먼을 하니까 이렇게 편할 수가 없더라고요."

배우 송승환(68)은 19일 서울 종로구 예스24아트센터 3관에서 열린 연극 '더 드레서'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형·정동환 두 선생님 모시고 정말 열심히 재미있게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연극 '더 드레서'는 영화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작가 로널드 하우드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셰익스피어 전문 극단에서 5년간 드레서로 일하면서 실제로 겪었던 경험을 모티브로, 무대 위에서는 멋진 배우지만 무대 아래에선 나약한 노인인 '선생님'과 그에겐 헌신적이지만 때론 질투와 소외감을 느끼는 노먼의 이야기를 그렸다.

노먼은 단순히 드레서가 아닌 16년 동안 항상 '선생님' 옆에서 헌신하며 보필하는 인물이다.

그간 '선생님' 역을 맡았던 송승환은 오만석(50)과 함께 노먼 역으로 더블 캐스팅됐다. 박근형(85)과 정동환(76)이 극단의 노배우 '선생님' 역으로 출연한다.

송승환은 "사실 이번이 4번째 공연"이라며 "첫 공연은 2020년도 코로나 팬데믹 때 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극장이 셧다운하면서 배우들이 고생해서 연습했는데 일주일밖에 공연을 못 했다. 2021년에 할 때도 코로나가 극성이었다. 그리고 지난해에 세 번째 '더 드레서'를 했다"고 떠올렸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더 드레서' 배우 박근형과 정동환이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12.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더 드레서' 배우 박근형과 정동환이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12.19. [email protected]
이어 "이번이 네 번째인데 '뭔가 새로워져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어떻게 하면 새로워질 수 있을까' 고민하다 문득 '내가 노머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노머를 하면 선생님을 누가 하지?' 그때 자연스럽게 박근형·정동환 선배님이 떠올랐다. 두 분이 흔쾌히 승낙해 주셔서 이 프로덕션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습하면서 반성을 많이 한다. 내가 선생님 할 때 못한 것들이 많이 느껴진다. 두 분 연습하시는 걸 보면 '저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저렇게 표현할 수 있었는데 내가 못했구나' 싶다"며 "두 선생님을 모시고 공연하게 된 게 기쁜 마음이고 행복한 마음"이라고 박근형, 정동환을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1980년대 영국에서 연극으로 초연된 '더 드레서'는 1983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돼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받았다. 2015년에는 안소니 홉킨스, 이안 맥켈런 주연의 BBC 시리즈로 제작됐다. 국내에서는 1984년 초연됐고, 이후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세 차례 공연을 선보였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형은 "나이를 먹어 갈수록 뭔가를 놓친 것 같고,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져서 바쁘게 살고 있다"면서 "'더 드레서'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노년의 인간적인 고뇌를 다루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극 중에서 선생님은 노먼에게 의지하고 조언받으면서도 티격태격 싸우기도 한다"며 "그런 과정을 거쳐 가면서 노먼을 자신의 거울처럼 여기게 되는데, 그런 모습을 통해 막바지에 도달한 사람을 표현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근형과 함께 선생님 역으로 나오는 정동환도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더 드레서' 배우 오만석(왼쪽부터), 송승환, 박근형, 연출 장유정, 배우 정동환, 송욱숙, 정재은이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12.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더 드레서' 배우 오만석(왼쪽부터), 송승환, 박근형, 연출 장유정, 배우 정동환, 송욱숙, 정재은이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12.19. [email protected]
"같은 작품이더라도 배우에 따라서 이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고, 해석이 같아도 표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전 시즌의 공연을 본 관객이라도 이번 공연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도록 연기하려고 합니다."

아울러 그는 작품 속 '선생님'이 처한 상황을 노배우인 자신들의 상황과 비교하기도 했다. 정동환은 "작품에서 선생님이 마지막 공연을 할 때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마치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면서 연기를 하는 것처럼 된다"면서 "이런 것들이 다른 사람의 일 같지 않고, 무대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에겐 언젠가 닥칠 일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장유정 연출은 이번 연극을 관객들이 꼭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선생님들이 그 긴 대사를 외우고, 최고의 기량으로 애쓰는 모습에서 많이 배우게 된다. 그런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이니 보러 오셨으면 좋겠다"며 "오만석이 맡은 노먼도 기존 노먼과는 확실히 달라지는 지점이 있다. 그래서 저희 작품은 배우 보는 맛이 아주 근사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 박근형, 정동환, 송승환, 오만석을 비롯해 송옥숙, 정재은 등이 출연한다.

'더 드레서'는 이달 27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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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드레서' 송승환 "전생에 머슴이었던 듯…노먼 역 이렇게 편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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