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천안시 겨냥 "조병옥 4·3 학살책임 표지판 철거 시도 규탄"

기사등록 2025/12/18 10:55:24

"역사적 사실 아닌 게 단 한 줄이라도 있으면 자진철거 할 것"

[천안=뉴시스] 최영민 기자=백경진 제주4·3범국민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18 ymchoi@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천안=뉴시스] 최영민 기자=백경진 제주4·3범국민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천안=뉴시스]최영민 기자 =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역위원회와 제주 4·3범국민위원회가 지난달 9일 충남 천안시 병천면 조병옥 생가 앞에 설치한 '제주 4·3학살 책임을 기록한 표지판'을 천안시가 철거하려 한다면서 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수십 년간 조병옥을 자랑스러운 인물로 홍보하며 역사왜곡, 역사누락에 앞장선 천안시는 민족문제연구소의 경고에도 불구, 조병옥 홍보책자 발간 시도 등 반역사적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병옥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시는 2021년 병천 독립만세기념공원 내에 있는 '그날의 함성' 조형물 속 조병옥의 동상을 철거한 바 있다. 당시 논란이 일자 시는 “특정인을 표현한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시민단체와 역사학자 등의 주장이 계속되자 결국 철거를 진행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성명서에서 "조병옥 생가에 세워진 전 천안군수 명의의 표지석과 '교육의 장으로 삼고자 생가를 복원했다'는 안내판이 천안시의 공식적 입장인가"라며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그 책임을 망각하고 오히려 국민에 '빨갱이'라는 이념의 잣대를 씌우거나 무정공비를 조작, 은폐해 국민을 살해한 조병옥을 천안을 빛낸 인물로 홍보하는 시 당국은 과연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역위원회와 제주 4·3범국민위원회는 지난달 9일 '조병옥의 역사적 과오를 기록하다'라는 이름의 표지판을 설치했다.

발언에 나선 백경진 제주 4·3범국민위원회 위원장은 "우리가 세운 표지판에 거짓이 있는가. 천안시는 진실을 직시하기가 두려운 것인가"라며 "이 안내판 설치는 과거사 청산의 일환이며 시간이 지나도 잘못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의 기억이 바로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명서를 낭독한 최기섭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역위원장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도 문제를 제기했다. 최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의 뿌리로 자랑스레 조병옥을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그의 과오와 학살 책임에 대해선 왜 침묵하는가"라며 "이재명 대통령도 경기지사 시절 2021년 전임 지사들의 친일행적을 병기하고 홈페이지에도 사실을 명기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조병옥의 역사적 평가를 사실 그대로 기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철거, 훼손 등 집행이 이뤄진다면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시민 및 시민단체와 연대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역사왜곡이 앞장서며 직무를 유기한 천안시장과 사적관리소장에 대해선 법적조치에 들어갈 것임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천안시 사적관리소는 지난달 11일 표지판에 대한 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민족문제연구소 측에 보냈다. 이에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달 1일 이에 대한 답변서를 보냈고, 같은 달 4일 사적관리소는 "조병옥 생가는 국가보훈부 지정 현충시설이며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된 사항 등을 바탕으로 생가를 안내하고 있다. 조병옥 박사의 공훈 관련된 사항은 보훈부의 소관 사항"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미 설치한 안내판은 관계기관과의 협의 없이 무단으로 설치됐으므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83조 등에 의거 고발조치 될 수 있으니 철거하라"고 덧붙였다.

[천안=뉴시스] 천안시 병천면에 자리한 조병옥 생가 모습. (사진=천안시 제공) 2025.12.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천안=뉴시스] 천안시 병천면에 자리한 조병옥 생가 모습. (사진=천안시 제공) 2025.12.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표지판에 역사적 사실이 한 줄이라도 어긋난 게 있다면 자진 철거할 것"이라며 "이미 제주4·3사건에 대한 보고서가 발간됐고, 조병옥이 학살의 책임자라고 규정돼 있다. 그런 조병옥을 천안시에서는 구국의 영웅이라고 칭송한다. 이것을 고치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표지판 설치는 천안시와 협의된 사항이 아니다. 협의를 한다고 해도 그동안 천안시의 모습으로 봤을 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뻔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민족문제연구소, 천안시 겨냥 "조병옥 4·3 학살책임 표지판 철거 시도 규탄"

기사등록 2025/12/18 10:55:24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