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 정책·연구 내년이 전환기" 민·관서 변화 예고

기사등록 2025/12/16 09:39:59

하논분화구 사유지 매입 추진, 습지 복원

동·서부지역에 오름 연계 탐방로 조성

오름연구소, 자연·문화 유산 가치 규명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제주시 구좌읍 아끈다랑쉬오름, 다랑쉬오름 등 동부지역 오름 군락. (사진=뉴시스DB) ijy788@newsis.com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제주시 구좌읍 아끈다랑쉬오름, 다랑쉬오름 등 동부지역 오름 군락.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제주 전역에 분포한 368개의 오름(작은 화산체)은 화산섬 형성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지형 유산이자, 초지·습지·곶자왈·산림이 중첩된 독특한 생태 공간이다. 오름은 마을 신앙과 방목, 농경, 전설과 지명 등 제주인의 삶과 기억이 켜켜이 쌓인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탐방객 증가, 레포츠 활동 확대, 기후 변화 등으로 훼손 위험이 커지면서 오름의 체계적 관리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한 오름 정책은 개별 사업 단위로 추진돼 전체를 조망하는 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오름 관련 활동과 사업이 2026년을 기점으로 전환기를 맞는다. 오름을 대상으로 한 기초조사·중장기 계획 수립, 습지 복원, 탐방 체계 재편, 거점 시설 운영, 그리고 전문가 조사·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과 활동이 진행된다.

행정과 민간, 보전과 이용, 관리와 연구를 동시에 아우르는 이 흐름은 제주 오름을 단순한 관광 대상이 아닌 공공 자연자산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연구·관리, 활용 대상으로 재정립하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16일 제주도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 2억3000만원을 투자해 ‘오름 기초조사 및 보전관리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한다.

이 용역에서 제주 전역 368개 오름을 대상으로 지형·지질, 자연생태계, 훼손 현황, 토지 이용 실태 등을 종합 조사한다. 이를 바탕으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적용하는 보전·관리·이용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용역을 통해 오름 관리의 기준과 방향을 명확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단순 정비가 아닌 과학적 조사에 기반한 정책 설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국내 최대 마르형 분화구인 제주 서귀포시 하논분화구. (사진=뉴시스 DB) ijy788@newsis.com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국내 최대 마르형 분화구인 제주 서귀포시 하논분화구.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오름 정책 전환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사례는 하논분화구 핵심구역 사유지 매입이다. 하논분화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마르형 분화구로 과거 50년간 농경지 조성과 배수로 정비로 원형과 습지 기능이 훼손됐다.

제주도는 내년 20억원을 투자해 핵심구역 내 사유지를 단계적으로 매입한다. 훼손된 분화구의 생태적 복원과 지속 가능한 이용 기반을 마련해 '복원 가능한 자연유산'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2012년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하논분화구 복원·보전 권고가 이뤄진 이후 14년만에 실행되는 것이다.

오름 관리의 현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거점 시설 운영도 본격화된다. 제주시 구좌읍 다랑쉬오름 일원에는 '오름랜드마크'가 운영된다. 이 시설은 탐방객 안내와 함께 전문 해설 프로그램, 생태 체험 운영을 통해 오름의 경관·생태적 가치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동부 지역의 대표 오름인 거슨새미오름 일대에는 체험과 교육 기능을 겸한 관리 거점이 구축돼, 오름 보전과 이용을 연결하는 현장 플랫폼 역할을 한다. 이는 오름을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이해하고 배우는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권역별 특성을 반영한 탐방시스템도 갖춰진다. 동부 지역에서는 구좌읍 일대 오름과 곶자왈, 마을을 잇는 '동부지역 오름 연계탐방로'가 조성된다. 이는 개별 오름 위주의 탐방에서 벗어나 지역 자연·문화 유산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방식이다

서부 지역에서는 제주시 애월읍 노꼬메오름 일대를 중심으로 9.4㎞의 국가생태탐방로가 조성된다. 국비 18억원을 지원받아 안내 및 편의시설을 정비한다.

행정주도의 변화와 함께 민간 영역에서도 의미 있는 움직임이 시작된다. 지난 14일 창립한 ‘오름연구소 올(兀)’은 오름을 지형·지질·생태·인문·공동체의 관점에서 통합 연구한다.

올은 ‘오름’과 ‘모두 함께’를 뜻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창립멤버로는 인문지리, 지질, 지형, 식생, 생태, 고문서, 고고학 등의 전문가 13명이 참여했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제주의 오름을 지형·지질·생태·인문·공동체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조사·기록·연구하는 민간 조직인 '오름연구소 올'이 지난 14일 오후 창립했다. 2025.12.16. ijy788@newsis.com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제주의 오름을 지형·지질·생태·인문·공동체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조사·기록·연구하는 민간 조직인 '오름연구소 올'이 지난 14일 오후 창립했다. 2025.12.16. [email protected]

이 연구소는 학계·정책·지역사회를 잇는 중간 조직을 표방하고 있으며 현장 조사, 구술 기록, 데이터베이스 구축, 시민 참여형 연구를 통해 오름의 다층적 가치를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연구소는 내년 구좌읍 지역 10개 오름을 조사·연구해 연말에 책자로 펴낼 계획이다. 이후 2030년까지 매년 10개 오름씩 모두 50개 오름을 조사·연구하는 1차 계획을 마련했다.

이성권 오름연구소 올 소장은 “오름을 미래 세대와 함께 지켜나갈 제주의 공공자산으로 인식하고, 오름 보전과 활용의 공감대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며 “2026년은 제주 오름이 단순한 ‘관리의 대상’을 넘어 자연·문화 유산을 품은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는 원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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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5/12/16 09:39:59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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