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난 장기화에 구직 포기 늘어…외환위기來 60대보다 경활률 저조

기사등록 2025/12/16 06:00:00

최종수정 2025/12/16 08:48:25

지난달 청년층 취업자수 전년比 4.8%↓

기업 신규 채용 줄이고, 경력직 선호 영향

"구직 장기화되며 노동시장 참여 중단도"

고용률 내리막인데, 실업률도 하락·정체

청년층 경활율, 26년만에 고령층에 역전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사진은 지난달 12일 서울시내 대학교 일자리플러스 센터에 설치된 전광판에 청년 취업 관련 안내문이 나오고 있는 모습. 2025.11.12.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사진은 지난달 12일 서울시내 대학교 일자리플러스 센터에 설치된 전광판에 청년 취업 관련 안내문이 나오고 있는 모습. 2025.11.12.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청년 경제활동참가율이 통계 작성 이래 26년 만에 처음으로 60대 이상 고령층보다 낮아지면서,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이 구조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0일 발표한 '2025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는 349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366만8000명) 대비 17만7000명(-4.8%) 감소했다.

청년 인구 가운데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를 뜻하는 '청년층 고용률'은 44.3%로 1년 전보다 1.2%p 떨어졌다. 지난해 4월 이후 19개월 연속으로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청년층이 취업 전선에서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대기업 등 이른바 '양질의 일자리' 문을 두드리는 청년들은 많지만, 기업들은 경기 침체로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기업들의 경력직 중심 채용 관행이 굳어진 데다, 대규모 일자리를 공급했던 제조업 등이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점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기업들의 신규 채용 축소와 경력직 우선 채용 관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제조업 등 주요 산업의 부진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맞물린 영향이 크다"며 "특히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공공부문 채용이 줄어들면서 구직 기간이 길어지고, 이 과정에서 노동시장 참여를 중단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10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가 22만5000명 증가했다. 산업별로 보면 건설·제조·농림어업 부문에서는 취업자 감소세가 지속됐다.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4.3%로 19개월 연속 하락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10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가 22만5000명 증가했다. 산업별로 보면 건설·제조·농림어업 부문에서는 취업자 감소세가 지속됐다.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4.3%로 19개월 연속 하락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문제는 장기간의 구직 실패가 반복되면서, 청년들이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려는 시도조차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용률과 함께 실업률도 함께 하락하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도 청년들이 구직 활동을 이어나가면 실업률은 오르는데, 최근에는 고용률 하락과 함께 실업률마저 고꾸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청년층 실업률은 지난 3월 7.5%를 찍은 이후, 4월 7.3%, 5월 6.6%, 6월 6.1%, 7월 5.5%, 8월, 4.9%, 9월 4.8%로 6개월 연속 내림세를 기록하다 10월(5.3%)과 11월(5.5%) 소폭 반등하는 데 그쳤다.

고용률이 내리막을 걷고 있음에도 실업률이 상승하지 않고 오히려 하락하거나 정체되는 흐름은 고용 부진이 실업으로 나타나지 않고 노동시장 이탈로 전이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청년층이 실업 상태로 구직 활동을 이어가기보다는 아예 노동시장 참여를 포기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에서의 반복된 실패와 장기 대기 끝에 취업 의지마저 잃어버린 청년이 늘고 있다는 의미"라며 "실업 통계로는 포착되지 않는 구직단념과 비경제활동 상태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청년 고용 위기를 보다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달 46.8%로, 2020년 11월(46.1%)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이 비중은 지난 5월(49.5%) 이후 6개월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어 하락세가 장기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전체 인구 중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한 '경제활동인구'의 비율로, 노동시장에 참여하려는 의지와 여건을 함께 보여주는 지표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사진은 지난달 17일 서울 마포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청년 구직자가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2025.11.17.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사진은 지난달 17일 서울 마포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청년 구직자가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2025.11.17. [email protected]

경제활동참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건 청년층 가운데 취업자나 실업자로 분류돼 노동시장 안에 머무르는 비중이 줄고, 구직을 아예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 상태로 빠지는 청년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청년층의 일자리 시장 고전이 심화되면서 지난 6월부터는 청년층과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역전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1999년 6월 이후 2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달 기준 60세 이상 경제활동참가율은 48.5%로, 청년층보다 1.7%포인트(p) 높았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은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청년층의 경우 대기업·공공부문 채용이 줄어들면서 안정된 일자리가 급감하고 있으나,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생계형 취업 수요와 함께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증가가 경제활동 참여 확대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청년층의 경우 고용시장 악화로 경제활동 참여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그러나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고령화로 돌봄과 보건 분야 서비스 수요가 확대되면서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사진은 '부산 남구 2026 노인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지난 8일 부산 남구청에서 일자리를 원하는 어르신들이 참가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는 모습. 2025.12.08.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사진은 '부산 남구 2026 노인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지난 8일 부산 남구청에서 일자리를 원하는 어르신들이 참가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는 모습. 2025.12.08. [email protected]

전문가들은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해 머무를 수 있도록 단기 취업 알선에 그치지 않고, 경력 형성과 직무 경험을 지원하는 구조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병훈 교수는 "고용 없는 성장 구조 속에서 청년 취업은 단기적인 일자리 숫자 확대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며 "청년의 이행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전제로, 사회가 이행 과정 자체를 보장하는 '청년 보장제'와 같은 종합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청년층의 구직 포기 상태를 줄이기 위해 졸업 이후 미취업 청년을 조기에 발굴해 맞춤형 고용 서비스를 연계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학 졸업 후 일정 기간 취업하지 못한 청년을 대상으로 학사·고용보험 DB 연계를 확대해 1대1 상담과 진로·취업 지원을 제공하는 '청년 고용 올케어 플랫폼'을 운영 중"이라며 "이를 직업계 고등학교 졸업생과 군 전역자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사진은 지난 9일 오후 서울 소재 대학교 내 채용공고게시판의 모습. 2025.12.09.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사진은 지난 9일 오후 서울 소재 대학교 내 채용공고게시판의 모습. 2025.12.0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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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취업난 장기화에 구직 포기 늘어…외환위기來 60대보다 경활률 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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