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조치 무엇이든"…"농부 아니면 왜 이런 무기가"
'포트 아서' 이후 등록 총기 400만 정·허가 100만 건
![[시드니=AP/뉴시스] 14일(현지 시간) 호주 시드니 본다이 해변에서 열린 하누카(유대교 명절) 기념 행사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구조대원들이 부상자를 이송하고 있다. 이날 남성 2명이 총기를 난사했으며 이 공격으로 16명이 숨지고 40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2025.12.15.](https://img1.newsis.com/2025/12/14/NISI20251214_0000859438_web.jpg?rnd=20251214225404)
[시드니=AP/뉴시스] 14일(현지 시간) 호주 시드니 본다이 해변에서 열린 하누카(유대교 명절) 기념 행사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구조대원들이 부상자를 이송하고 있다. 이날 남성 2명이 총기를 난사했으며 이 공격으로 16명이 숨지고 40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2025.12.15.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호주 시드니에서 발생한 총격 난사 사건의 용의자가 합법적으로 6정의 총기를 보유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총기 규제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현지 시간) 호주 공영방송 ABC에 따르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총기 규제 관련) 필요한 조치는 무엇이든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날 오후 열리는 국가 내각 회의에서 연방·주·준주 지도자들과 만나 더 강력한 총기법에 대한 제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앨버니지 총리는 개인이 사용할 수 있거나 허가받을 수 있는 총기 수에 상한을 두는 방안과, 시간 경과에 따른 총기 허가의 정기 재검토 필요성을 시사했다고 ABC는 전했다.
사망자는 10세 소녀를 포함해 모두 16명으로 집계됐다. CNN에 따르면 38명이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위중한 부상자도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총격 사건이 발생한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서도 총기법 개정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크리스 민스 NSW 주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신이 농부가 아니고 농업에 종사하지도 않는다면 왜 대중을 위험에 빠뜨리고 NSW 경찰의 삶을 위험하고 어렵게 만드는 이런 대형 무기들이 필요한가"라며 "이제 뉴사우스웨일스의 총기 관련 법률을 바꿔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주 의회를 소집할 수 있다고도 했다.
![[시드니=AP/뉴시스] 15일(현지 시간) 호주 시드니 본다이 해변에서 한 여성이 총격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14일 열린 하누카(유대교 명절) 기념 행사에서 남성 2명이 총기를 난사했으며 이 공격으로 16명이 숨지고 40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2025.12.15.](https://img1.newsis.com/2025/12/15/NISI20251215_0000861215_web.jpg?rnd=20251215070755)
[시드니=AP/뉴시스] 15일(현지 시간) 호주 시드니 본다이 해변에서 한 여성이 총격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14일 열린 하누카(유대교 명절) 기념 행사에서 남성 2명이 총기를 난사했으며 이 공격으로 16명이 숨지고 40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2025.12.15.
호주는 비교적 강력한 총기 규제를 시행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 출발점에는 1996년 4월28일 발생한 '포트 아서 학살'이 있다.
당시 28살이던 마틴 브라이언트는 반자동 소총 2정 등으로 무장해 태즈메이니아의 유명 휴양지 포트 아서에서 관광객 등을 향해 무차별 총기를 난사해 35명을 숨지게 하고 18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현대 호주 역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였다.
존 하워드 당시 총리는 사건 발생 나흘 뒤 총기 규제법 강화를 약속했고, 12일 뒤인 5월10일 연방·주·준주 정부가 공동으로 마련한 국가총기협정(NFA)을 발표했다.
NFA에는 ▲반자동 공격용 소총을 포함한 일부 종류의 총기 금지 ▲새로 금지된 무기들을 대상으로 한 한시적 총기 환수·매입 프로그램 ▲국가 차원의 총기 등록부(national firearm register) 구축 ▲총기 구입 시 28일 대기 기간 도입 ▲18세 미만에 대한 총기 허가 금지 등 엄격한 허가 요건 강화가 핵심으로 담겼다.
하지만 호주 싱크탱크 오스트레일리아연구소가 지난 5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규제가 무색하게 호주에는 개인 소유 총기만 400만 정 이상이 등록돼 있다. 총기 소지 허가는 약 100만 건에 달하는 상황이다.
호주인 7명당 최소 1정의 등록 총기가 있고, 호주인 약 30명 중 1명은 총기 소지 허가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NSW에 가장 많은 총기가 몰려 있으며 등록 총기는 112만5553정으로 집계됐다. 태즈메이니아와 노던테리토리(NT)는 인구 대비 총기 보유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주민 4명당 총기 1정꼴이다.
호주 사격 옹호 단체들은 등록 총기가 호주 내 총기 범죄의 5%만을 차지하기 때문에 등록 총기 수 증가가 범죄와 큰 관련이 없다고 자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 주장에 대한 명확한 출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호주범죄학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11~2016년 사이 총기 라이선스 상태가 확인된 살인 사건 가운데 25%에서 등록 총기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의 총기 규제는 다른 나라, 특히 미국에서 총기 입법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질 때 자주 모범 사례로 언급된다. 그렇다고 해서 법과 집행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연구소에 따르면 OECD 회원국 가운데 스페인, 슬로베니아, 체코, 영국, 독일, 헝가리, 한국, 일본 등 8개국은 호주보다 낮은 총기 살인율을 기록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연구소는 보고서에서 NFA 협정에 대해 "협정은 2017년 모든 관할 정부가 재확인했지만, 국가 총기 등록부 구축 등 일부 결의 사항은 여전히 실행되지 않고 있다"며 "18세 미만의 총기 사용처럼 각 주와 준주에서 들쭉날쭉하게 이행된 조항들도 있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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