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인물]'구겐하임 미술관 설계' 프랭크 게리 별세…'새로운 서사 실험' 황석영

기사등록 2025/12/13 09:00:00

소설가들의 '픽'(pick) 받은 김애란

[서울=뉴시스] 건축가 프랭크 게리 생전 모습. (뉴시스DB)
[서울=뉴시스] 건축가 프랭크 게리 생전 모습. (뉴시스DB)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뉴시스는 한 주 동안 문화예술계 이슈의 중심에 선 인물들을 선정해 소개한다.

이번 주에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 고(故) 프랭크 게리, 소설에 사람이 빠진 새로운 서사 실험에 나선 황석영, 소설가들의 '픽'(pick)을 받은 김애란 등 3명이 선정됐다.

혁신적 디자인으로 세계 건축계에 큰 족적 남긴 게리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기하학적 곡선과 혁신적 디자인으로 세계 건축계에 큰 족적을 남긴 건축가 프랭크 게리(96)가 지난 5일 별세했다.

게리는 짧은 기간 호흡기 질환을 앓은 후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샌타모니카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그의 회사 게리 파트너스 LLP의 책임자이자 오랜 동료인 미건 로이드가 밝혔다.

1929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그는 1947년 10대 시절 가족과 함께 LA로 이주한 후, 60년 이상 LA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재창조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대표작인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과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은 그를 세계적인 건축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1997년 완공된 구겐하임 빌바오는 '빌바오 효과'라 불릴 만큼 도시재생의 상징이 됐다.

뉴욕타임즈(NYT)는 "땅속에서 솟아오른 듯한 반짝이는 은빛 형상의 조화로 이뤄진 이 건물의 경쾌한 외관은 감정적으로 충만한 새로운 건축의 도래를 알리는 듯했다"고 평했다.

게리는 1989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고, 이후에도 프랑스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독일 바일 암 라인의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베를린의 DZ은행 빌딩, 체코 프라하의 댄싱하우스 등 세계 각지에 상징적 건축물을 남겼다.

그는 도시재생, 공공성과 예술성을 아우르는 설계로 건축 이상의 감동과 인간미를 전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서울=뉴시스】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서울=뉴시스】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80대에도 꾸준히 작업하며 전 세계 스카이라인을 재창조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83세였던 2012년 9월엔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프랭크 게리에게 미래를 묻다'란  주제의 강연에서 "건축가 열정이 건축물을 보는 사람들에게 전해질 때 그 건축물은 비로소 걸작품이 된다. 건축가가 작품에 대해 느끼는 열정을 건축물을 보는 사람들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불상을 봤는데 그것을 만든 예술가가 느꼈을 감정을 나도 느꼈다"면서 "한국의 청자, 백자를 보니 놀랍다. 한국 도자기와 미술품을 보고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베르타 아길레라와 4명의 자녀가 있다.

'새로운 서사 실험'에 나선 소설가 황석영

한국문학의 거목 황석영(82)이 5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할매'로 돌아왔다.

소설가 황석영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장편소설 '할매' 출간 간담회를 갖고 "소설 중반까지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사람이 빠진 서사를 쓰는 게 처음이라 굉장히 어색하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60년 넘는 작가 생활에서 처음 시도하는 서사 방식이 낯설면서도 흥미로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내가 만들어낸 문장에 내가 빠져들어 '이런 글을 내가 처음 쓰는구나'하는 기쁨과 놀라움을 경험했습니다."

황석영은 한국 문학을 세계 문학 담론 안으로 끌어들인 대표적 작가다. '철도원 삼대'로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부호에 올랐고, 오랜시간 노벨문학상 예상 후보군에 들었다. 그가 5년 만에 선보인 새 장편 '할매'는 인간이 아닌 한 그루의 나무를 주인공으로 세워 인간의 역사를 넘어선 장엄한 생명과 세계의 질서를 그려낸다.

[서울=뉴시스]소설가 황석영(82)이 9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장편소설 '할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창비 제공)
[서울=뉴시스]소설가 황석영(82)이 9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장편소설 '할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창비 제공)
작품은 시베리아에서 건너온 개똥지빠귀 한 마리의 최후로 시작한다. 새는 금강 하구에서 죽어 흙으로 돌아가지만, 그 몸에 있던 팽나무 씨앗은 땅에 떨어져 싹을 틔우며 마을 사람들이 '할매'라고 부르게 되는 거목으로 성장한다.

황석영은 "개똥지빠귀가 겨울 철새인데 팽나무 열매를 즐겨먹는다"며 새가 씨앗을 퍼트리고 배설한 자리에서 이야기가 '인연'처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나무가 600년을 버티는 동안 그 그늘 아래를 지나간 인간들의 생애가 자연의 시간 축에따라 펼쳐진다.

이번 작품을 쓴 기간은 팬데믹 시기와 겹친다. 그는 "일상이 망가진 약 2년 동안, 사람이 아니라 자연세계를 쓰게 됐고 그것이 깊은 감흥으로 이어졌다. 앞으로도 여기서 더 확장된 이야기를 쓰게 될 것 같다"고 했다.

황석영은 자연 앞에서 단순한 사실을 발견했다. 새가 천적에게 잡아먹히거나 죽어도 그 죽음은 자연의 흐름 속에서 흙으로 환원될 뿐이라는 사실이다. 때문에 "사람이 일상에서 만들어내는 것들이 너무 호들갑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 무심한 회귀 속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오래 바라보았다고도 했다.

황석영은 그러나 이 작품이 환경운동가나 평화운동가 입장에서 쓴 소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구 전체가 겪고 있는 인간의 문명, 이런 시선으로 작품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해 600년된 팽나무의 시선으로 가서, 그 팽나무가 태어나는 데서부터 시작했어요. 태어나기 전부터 이 작품은 불교에서 말하는 '관계' '릴레이션십(relationship)’의 순환과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 "세상만사가 살고 죽는 것도 그렇다. 죽음은 관계의 변화다. 사람과 생물체가 남긴 것이 업보가 되어 이월이 되고 관계는 계속 순환한다"면서 "할매에 나오는 서사들은 바로 그런 관계의 순환과 카르마의 이전 과정"이라고 했다.

소설가들의 '픽'(pick) 받은 김애란

올해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에 김애란(45) 작가의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가 1위에 선정됐다.

[서울=뉴시스] 김애란 작가 (사진=교보문고 제공) 2025.12.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애란 작가 (사진=교보문고 제공) 2025.12.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9일 교보문고가 매년 진행하는 특별기획 '2025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결과를 발표했다. 동시대를 함께 쓰고 읽는 소설가들이 직접 추천해 그해의 흐름을 기록하는 프로그램으로, 2016년 시작 후 올해로 10회를 맞았다. 추천 대상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출간된 국내외 소설이다. 올해 총 95권이 목록에 올랐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작품은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다.

김애란 작가는 2017년 소설집 '바깥은 여름', 2024년 장편 '이중 하나는 거짓말'에 이어 다시 한번 동료 작가들의 '픽'(선택)을 받으며 한국문학의 신뢰받는 대표 작가임을 입증했다.

김 작가는 "나이 들어 좋은 것 중 하나는 모든 일에 감사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점"이라며 "거리의 단풍 하나, 내 앞의 사람 한 명까지 유독 각별하게 느껴지던 때에 이런 소식을 받아 더 감사하다. 언제까지, 어디까지 글이 닿을지 고민하던 시기에 가까우면서도 늘 어렵게 느껴지는 동료 소설가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1980년 인천에서 태어나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충남 서산에서 살았다. 한국예술종학학교 극작과 입학으로 상경해 지금껏 10번 넘게 이사했다. 도시의 하숙집을 배경으로 한 데뷔작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대학생 때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젊은이 다섯 명이 한 집의 각기 다른 방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로, 현대인의 단절과 고독을 그렸다.

23년이 지난 후, 김애란은 집을 무대로 또는 집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들을 담은 다섯 번째 단편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문학동네)를 펴냈다.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에 수록된 소설은 표제작을 비롯해 총 7편이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문예지 등에 발표한 단편들을 엮었다.

수록작들은 집을 주요 소재로 활용하면서 최근 사회적 이슈인 전세사기, 부동산 투자 문제, 돈과 이웃의 관계를 깊이 있게 다뤘다.

김 작가는 2013년 33세에 이상문학상 대상을 최연소 수상했으며, 2023년 제1회 최인호 청년문화상을 받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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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인물]'구겐하임 미술관 설계' 프랭크 게리 별세…'새로운 서사 실험'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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