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배 폭등한 월드컵 티켓값…돈만 좇는 FIFA에 축구팬 '분노'

기사등록 2025/12/13 07:00:00

북중미월드컵 입장권 최고 가격은 약 1280만원

디애슬레틱 "월드컵이 순수 축제에서 상업 이벤트로 변질"

월드컵 최초로 '유동 가격제' 도입…가격 더 오를 수도

한국 조별리그 세 경기 모두 보는 데 최소 86만원

저소득층·학생 팬 위한 '카테고리 4' 구역도 크게 줄어

[취리히=AP/뉴시스]월드컵 트로피. 2025.11.20.
[취리히=AP/뉴시스]월드컵 트로피. 2025.11.20.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전 세계인의 축구 축제' 월드컵 티켓값이 지난 대회와 비교해 5배 폭등했다.

서민형 월드컵을 만들겠다던 국제축구연맹(FIFA)의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축구 팬들은 높아진 진입 장벽에 분노했다.

FIFA는 12일(한국 시간) 내년에 개막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 티켓 가격을 공개했다.

사상 최초로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3개국이 공동 개최하는 이번 북중미 월드컵의 입장권 최고 가격은 8680달러(약 1280만원)다.

조별리그 입장권은 180~700달러(약 26만~103만원), 결승전은 4185달러(약 616만원)부터 최고 8680달러(약 1280만원)에 달한다.

이는 4년 전인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69~1607달러와 비교해 최대 5배 이상 오른 것이다.

북중미 월드컵 유치 위원회가 내놓겠다던 21달러(약 3만원) 티켓은 찾아볼 수 없다.

결승전 티켓 가격은 미국에서 자본주의 스포츠 이벤트의 정수라 불리는 프로미식축구(NFL) 결승전 '슈퍼볼'보다도 비싸다.

지난해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슈퍼볼 일반석 가격은 약 4500달러(약 660만원)였다. 월드컵 결승전 최저가 티켓이 슈퍼볼 일반석과 비슷해졌다.

[서울=뉴시스] 홍명보호 축구 대표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세 경기가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11시에 킥오프한다. 한국은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에서 개최국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플레이오프(PO) 패스D 승자와 경쟁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홍명보호 축구 대표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세 경기가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11시에 킥오프한다. 한국은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에서 개최국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플레이오프(PO) 패스D 승자와 경쟁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일반 좌석 가격에서 월드컵이 슈퍼볼을 추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월드컵이 순수 스포츠 축제에서 철저한 고수익 상업 이벤트로 변질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북중미 월드컵은 역대 최초로 '유동 가격제'를 적용한다.

FIFA는 유동 가격제로 입장권 수요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는 구조라, 실제 가격은 달라질 거라고 설명했다.

수요가 집중되는 결승전의 경우 현재 책정한 가격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5일 조 추첨식 이후 대진이 확정되면서 전체 104경기 중 80경기의 가격이 바뀌었다.

잉글랜드와 크로아티아, 브라질과 스코틀랜드 등이 맞붙는 경기는 70% 가까이 올랐다.

또 결승전 입장권은 일부 재판매 사이트에서 벌써 1만 달러(약 1473만원)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판티노 FIFA 회장. 2025.12.05.
[워싱턴=AP/뉴시스]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판티노 FIFA 회장. 2025.12.05.
한국이 속한 A조는 개최국 멕시코와의 경기 티켓 가격이 가장 높게 책정됐다.

멕시코전 최저가 좌석은 365달러(약 39만원)이고, 최고가는 700달러(약 103만원)다.

유럽 플레이오프(PO) 패스A와 1차전을 시작으로 2차전 멕시코,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경기까지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보는 데 최소 585달러(약 86만원)가 필요하다.

가장 좋은 좌석에서만 경기를 본다면 1650달러(약 243만원)을 내야 한다.

멕시코전을 제외하고, 한국이 속한 A조 경기의 수요가 크지 않다는 걸 고려해도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한 셈이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 축구팬들의 경우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8경기를 모두 관전하면 티켓값으로만 최소 7000달러(약 1015만원)을 써야 한다.

여기에 항공권과 살인적인 북미 물가를 반영한 숙박, 식비 등까지 포함하면 총액은 훨씬 커진다.

FIFA가 돈에 눈이 멀었단 증거는 또 찾을 수 있다.

[워싱턴=AP/뉴시스]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대한민국의 추첨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멕시코(15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61위), 유럽 PO 패스D 승자와 A조에 편성됐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멕시코에서 치르게 됐다. 2025.12.06.
[워싱턴=AP/뉴시스]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대한민국의 추첨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멕시코(15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61위), 유럽 PO 패스D 승자와 A조에 편성됐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멕시코에서 치르게 됐다. 2025.12.06.
과거 월드컵에선 개최국 거주민과 진출국 저소득층, 청년층, 학생 축구 팬을 위해 상단 구역 좌석을 '카테고리 4'로 묶어 저렴하게 판매했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 당시 이 티켓 가격은 약 11달러(약 1만6000원)였다.

그런데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선 '카테고리 4'로 묶인 좌석 수가 크게 줄었다. 한국이 조별리그를 치르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아크론 스타디움과 몬테레이의 BBVA 스타디움에는 '카테고리 4 좌석'이 없다.

자국 경기를 보고 싶은 팬들은 조별리그 기준 최소 180달러에 시작하는 배정 티켓을 사거나, 한정 수량의 카테고리 4 좌석 추첨에 도전해야 한다.

축구 팬들은 북중미 월드컵 티켓값 공개 후 분노했다.

유럽 축구 팬들을 대변하는 풋볼 서포터스 유럽(FSE)는 성명을 통해 "이번 가격 책정은 월드컵 전통에 대한 전례 없는 배신"이라며 "가격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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