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 철폐령에도 훼손되지 않은 '상주 흥암서원' 사적 됐다

기사등록 2025/12/11 09:51:50

역사·인물·건축·학술적 가치 인정

[서울=뉴시스] 상주 흥암서원 전경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상주 흥암서원 전경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국가유산청이 경상북도 상주시에 있는 '상주 흥암서원(尙州 興巖書院)'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상주 흥암서원’은 조선 후기 남인의 중심지인 영남 지역에 건립된 대표적인 서인 노론계 서원으로, 동춘당(同春堂) 송준길(1606~1672)을 제향하는 서원이다.

송준길은 이이에서 김장생으로 이어진 기호학파의 맥을 이은 산림학자로, 송시열과 함께 서인 노론계의 정신적 지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상주 출신인 우복 정경세의 사위가 된 후 약 10년간 상주에 거주하며 이 지역 인사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

국가유산청은 송준길이 사후에 ‘상주 흥암서원’에 제향될 수 있었던 것은 집권 세력인 서인 노론의 후원뿐 아니라 상주와의 연고도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조선 후기 정치사에서 매우 독특한 사례로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상주 흥암서원 배치도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상주 흥암서원 배치도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원의 건물 배치와 평면은 기호학파와 영남학파 서원을 절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면에는 강학 공간, 그 뒤편에는 제향 공간이 있다. 강학 공간에는 강당이 전면에 배치되고 그 뒤로 동재·서재가 배치됐다.

이는 서인 노론계 기호학파 계열 서원에서 흔히 나타나는 형식으로, 동·서재가 강당 앞에 있는 영남 지역 형식과 달리 상주를 포함한 경북 서북부 지역 향교에서 다수 보이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 서원은 1702년 창건되어 1705년에 임금이 지은 이름을 새긴 편액(扁額)을 받았고, 1762년 현 위치로 이건됐다. 서원 철폐령에도 훼철되지 않은 전국 47개소 사액서원 중 하나다.
[서울=뉴시스] 상주 흥암서원 사당 흥암사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상주 흥암서원 사당 흥암사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원 사당인 흥암사에는 1705년 숙종에게 하사받은 ‘을유지월 일 선액(乙酉至月 日 宣額)’이라고 적힌 흥암사 현판과, 1716년 숙종이 친히 쓴 해서체 글씨로 ‘어필(御筆)’이 적힌 흥암서원 현판이 함께 걸려 있다.

강당인 진수당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큰 규모로 세워졌다. 영남학파 형식을 취해 대청 앞면이 개방돼 있고 뒷면은 창호로 구성됐다.

흥암서원 대문인 하반청(下班廳)은 동·서재에 사는 원생보다 낮은 계층의 원생이 살던 건물로, 다른 서원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사례다.

'상주 흥암서원'은 조선 후기 영남 지역 서인 노론 세력의 분포와 서원의 인적 구성, 운영, 사회·경제적 기반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풍부하며, 해마다 봄과 가을에 지내는 제향인 '춘추향사'가 이어져 오는 등 서원의 역사적·인물적·건축적·학술적 가치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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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 철폐령에도 훼손되지 않은 '상주 흥암서원' 사적 됐다

기사등록 2025/12/11 09:51:5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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