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 서울서 개인전 개막
BTS RM 소장 작품 등 회화 32점 전시

스페이스K, 무나씨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전시장은 밤의 숨결이 머문 듯 적막하다.
검은 벽, 검은 먹빛, 검은 그림자가 서로를 흡수하며 관객을 깊숙한 내면의 굴로 데려간다.
전시장 중앙에는 높이 5미터의 ‘고사관수도’가 홀로 앉아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 시선은 묵언의 고백처럼 관람객을 붙잡고, 7미터 길이의 병풍 작업 ‘마음을 담아’는 먹빛의 결을 따라 호흡을 천천히 가라앉힌다. 잔잔한 수면 위에 반사되는 빛, 그 위에 떠 있는 두 인물은 감정의 표면을 더듬는 또 다른 자화상처럼 보인다.
서울 마곡동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 서울이 11일 개막한 무나씨(45) 개인전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The Season We Fade Away)’는 관계와 감정의 사유를 장엄한 장면으로 확장한 전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무표정하다. 나이도, 성별도, 감정도 지워져 있다.
그 공백 속에서 관객은 시선과 몸짓, 인물들 사이의 미세한 거리만으로 감정의 결을 읽어낸다. 무나씨는 지우는 방식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전략을 선택했다.

스페이스K, 무나씨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는 먹과 아크릴을 한지 위에 켜켜이 쌓아 올려, 감정이 흔들리고 사라졌다가 다시 드러나는 순간들을 조용한 물결처럼 포착한다.
“붓의 획은 마음의 수면에 남는 파문”이라는 그의 말처럼, 전통 필묵의 화면은 현대적 감성과 만나 무표정한 인물들조차 감정으로 가득 찬 장면으로 전환된다.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물·돌·나무 같은 자연물은 감정을 드러내는 은유 장치로 기능하며, 특히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물’은 감정을 비추고 흘려보내는 매개이자 스스로를 마주하는 거울로 자리한다.

스페이스K, 무나씨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내부의 안쪽의 이면으로, 2025, Ink on Korean paper, 193.9 x 130.3 c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의 핵심은 관계에서 태어나는 감정의 균형이다. ‘찰랑’(2024)에서는 물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인물이 등장하는데, 출렁이는 물결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미세한 심리적 진동의 은유다. 작가는 그 흔들림을 억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제안한다.
작가의 화면에는 늘 ‘둘’이 등장한다. 스스로를 응시하는 ‘나’와 타인의 시선 속에 존재하는 ‘나’, 이 두 존재의 간극을 오래 고민해온 그는 두 인물을 한 화면에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충돌하던 내면이 화해를 모색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신작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2025)는 한겨울 눈 속에 엎드린 인물과 그를 감싸는 또 다른 인물을 통해 고립과 유대의 정서를 동시에 끌어올린다. “예전에는 나와 타자 사이에 벽을 세워 혼자만의 자유를 추구했다면, 지금은 경계 없는 관계에서 느끼는 자유를 그리고 싶다”는 작가의 고백이 담겨 있다.

스페이스K, 무나씨 개인전 전시 전경. RM소장품인 영원의 소리.(2023)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에는 BTS RM이 소장한 작품 ‘영원의 소리’(2023)를 포함해 신작 등 회화 총 32점이 공개된다.
스페이스K는 “이번 개인전은 관계의 떨림을 지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고요한 경험을 관객이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배우 소유진이 오디오 가이드에 재능 기부로 참여해 감정의 몰입을 돕는다.
전시는 2026년 2월 13일까지.

무나씨. 사진=스페이스K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화가 무나씨는?
2020년 현대미술회관(부산)을 시작으로 2024년 파리 갤러리 바지우(Galerie Vazieux), 2022년 홍콩 갤러리 어센드(Gallery Ascend)에서 개인전을 열며 국제 활동 폭을 넓혔다.
또한 포스코미술관(2022), 디뮤지엄(2019), 경북대학교미술관(2017) 등에서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2025년 키아프 하이라이트 세미파이널에 선정됐다. 2013·2014년에는 영국 YCN 프로페셔널 어워즈(The YCN Professional Awards)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을 연속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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