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외화채 발행 검토…"부적절한 편법" vs "장기적 이득"

기사등록 2025/12/10 06:05:00

"자금 안 부족한데 왜 이자 내나…목적에 안 맞아"

"국가 경제 좋아야 연금 지급…손익 따지면 이득"

[세종=뉴시스] 국민연금공단 로고 (사진=뉴시스 DB) 2022.06.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국민연금공단 로고 (사진=뉴시스 DB) 2022.06.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박정영 수습 기자 =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을 통한 외화채권 발행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국민 노후를 위한 연금기금의 목적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환율이 안정되면 국민에게도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외화채 발행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어떤 식으로 발행할 것인지, 발행했을 때 장단점은 무엇인지 등을 파악하기 위한 조치다.

외화채란 해외 통화(달러 등)로 발행되는 채권을 의미하는데 국내 기업이나 기관이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주로 활용된다. 현행 국민연금법에 따른 기금은 국민이 내는 연금보험료와 기금 운용 수익금에 적립금, 공단 수입지출 결산상 잉여금 등 4가지로 제한돼있기 때문에 정부는 외화채 발행과 관련한 국민연금법 개정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환율 방어를 위해 검토하는 대책 중 하나다.

지난 9일 기준 환율은 1469.20원으로, 올해 들어 등락을 반복하곤 있지만 1300~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9월 24일 이후로는 약 2개월 반 동안 1400원을 넘는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다. 환율이 높아지면 에너지·원자재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물품을 중심으로 물가가 올라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수비와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공단은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외환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민연금기금 덩치가 커지면서 해외 상품에 투자하는 규모도 증가하고 있는데,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8월 말 기준 1322조원이다. 여기에 해외 주식 486조원, 해외 투자에 94조원을 포함하면 전체 기금의 약 44%인 580조원이 해외 상품에 투자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큰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외화채를 발행해 달러를 확보하면 해외 투자를 위한 달러 매입 수요를 줄이면서 외환시장 안정화를 노릴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규모를 고려하면 고환율 시대에 연금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연기금의 규모가 굉장히 커졌는데, 이는 연기금이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연기금도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라며 "상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상황 변화에 따라 연금의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한 번쯤은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

다만 외화채도 채권이기 때문에 발행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발생한다. 8월 기준 연금보험료와 운용수익 등 조성금액은 142조원인데, 연금급여 지급 등 지출금액은 33조원으로 당기수지는 흑자 상태여서 채권을 발행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채권을 발행하면 이자를 내야 하는데 국민연금이 지금 자금이 부족한 게 아니다"라며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위해 달러로 바꾸는 게 약세 요인이기는 하지만 이 문제는 그동안에도 똑같았다. 목적에 맞게 연기금을 운영해야 하는데 이건 편법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연기금을 활용해 외환시장이 안정화되고 경제가 활성화되면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의견도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을 국민에게 드리려면 전체적으로 국가 경제가 건전하게 운영돼야 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환율 안정을 위해 나쁘지 않은 정책"이라며 "비록 이자를 줘야 하지만 저이율로 발행하면 운용에 큰 손해가 있지는 않을 것이고, 환손실이 커지면 국민연금 수익률이 부정적인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오히려 외화채를 저리로 발행해서 환율을 방어하면 비용과 손익을 따져봤을 때 이익일 수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국민연금 외화채 발행 검토…"부적절한 편법" vs "장기적 이득"

기사등록 2025/12/10 06:05:00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