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엔비디아 'H200' 中 수출 허용'에…美 안보·의회 반발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AI(인공지능) 반도체 H200 칩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기로 결정하면서, 미 안보 당국과 의회 안팎에서 "첨단 AI 기술이 중국에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안보 당국자들과 일부 의원들은 H200이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큰 고성능 AI 칩인 만큼, 중국에 대한 수출 허용이 사실상 중국의 군사·기술 역량을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 외교협회(CFR)의 기술 전문가로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백악관과 국무부 고위 관리를 지낸 크리스 맥과이어는 "H200을 중국에 대규모로 판매하는 것은 중국 AI 산업에 로켓 연료를 공급하는 것과 같다"며 "화웨이는 최소 2년 동안 H200보다 뛰어난 칩을 만들 수 없다고 스스로 인정했는데, 이는 중국 AI 기업들이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필요한 막대한 연산 능력을 제공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FT는 이번 결정을 두고 "중국의 군 현대화를 늦추기 위해 반도체 장비와 기술 전반에 광범위한 수출 통제를 시행해 온 바이든 행정부의 강경 노선에서 크게 선회한 결정"이라고 해석했다. 

또 이번 결정은 공화당의 피트 리케츠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 등 초당적 의원들이 H200을 포함한 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 승인을 30개월간 차단하는 법안을 발의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나와 더욱 주목된다. 이 법안은 미국의 AI 기술 패권을 지키기 위해 중국으로의 핵심 기술 이전을 봉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미 정부 부처들에는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조치를 자제하라는 내부 지침이 내려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관계 및 내년 4월로 예정된 베이징 방문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H200은 2023년 출시된 엔비디아 '호퍼(Hopper)' 계열의 고성능 모델로, 2022년 오픈AI의 챗GPT 열풍을 이끈 핵심 칩 라인에 속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호퍼 칩의 중국 수출을 전면 금지해 왔다.

엔비디아는 그간 미국의 수출 규제에 맞춰 중국 전용 저성능 AI 칩을 별도로 설계해 공급해 왔지만, 올해 미국의 규제 강화와 중국의 미국 기술 배제 움직임이 맞물리며 중국 시장에서 AI 반도체 판매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이번 규제 완화 조치가 실제로 시행되고 중국 기업들의 구매가 재개될 경우, 엔비디아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추가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이 오히려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전 세계를 미국 AI 기술에 의존하게 만들려는 전략에도 역행한다고 주장해 온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상무부 심사를 거쳐 승인된 상업 고객에게 H200을 공급하는 것은 미국 산업 경쟁력과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신중하고 균형 잡힌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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