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불안 7만명, '마음투자' 상담 후 91% 호전…내년 고위험군 집중

기사등록 2025/12/10 06:00:00

최종수정 2025/12/10 06:51:05

마음투자 상담 만족도 89.8점…재참여 의사 높아

83% 우울검사 점수 개선…82%는 불안검사 개선

정부, 내년부터 '심리 상담 바우처'로…298억 투입

"고위험군 분류 국민에게 먼저 지원 제공할 예정"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 안전펜스에 SOS생명의전화가 설치되어 있다.  2025.09.2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 안전펜스에 SOS생명의전화가 설치되어 있다.  2025.09.25.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 나에게 가장 편안한 안식처였던 집은 어느새 나의 무능을 증명하는 공간이 돼갔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정돈되지 않은 집처럼 제 마음도 엉망으로 뒤엉켜 풀리지 않았습니다. 사랑스러운 아이의 재롱에 웃다가도, 문득 모든 것을 버리고 사라지고 싶다는 극단적인 감정의 파도를 속수무책으로 견뎌내야 했습니다.<중략>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제게 내미는 마지막 동아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저의 소중한 여정, '나'를 찾아가는 여덟 번의 발걸음이 시작됐습니다. 기나긴 길을 돌아, 여덟 걸음 만에 저는 마침내 나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온전한 나 자신에게로.

우울하고 불안한 국민의 마음을 돌보기 위해 시행된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이 도입된 지 1년 6개월 된 가운데 이용자의 91%가 심리 상담 후 호전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내년부터 우울, 불안 지수가 높은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전문 심리 상담을 제공하고 있는 기관은 1671곳, 서비스 제공 인력은 7640명이다. 올해 1~7월 상담을 받은 국민은 총 6만8214명, 상담 건수는 39만6848건으로 집계됐다.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은 우울·불안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전문 상담사와의 1:1 대면 상담 8회를 지원하는 제도로 지난해 7월 1일부터 운영 중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24 국가정신건강현황 주요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의 우울감 경험 유병률은 2023년 기준 11.6%로 나타났다. 성인 10명 중 1명 이상은 최근 1년 동안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의 슬픔·절망감을 2주 이상 경험했다는 의미다.

특히 10대와 20대 청년층의 정신건강이 악화가 두드러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10대 우울증 환자는 2017년 3만273명에서 2021년 5만7587명(90.2%)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 역시 7만8016명에서 17만7166명(127.1%) 급증했다. 30대는 8만3819명에서 14만270명으로 67.3% 늘었다.

자살률도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1만4872명이었으며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은 29.1명이나 됐다. 다만 지난해 자살 시도자는 3만915명으로 2023년(3만9404명)보다 21.5% 감소했다.

이처럼 우울과 불안 증세를 보이는 국민이 증가하는 가운데 정부의 심리 상담 지원은 객관적 지표에서 효과가 확인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10월 2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상담을 완료한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1.3%가 상담 후 우울·불안 등 정서 상태가 나아졌다고 응답했다. 이용자의 만족도는 89.8점이었으며 재참여 의향(94.2점)과 주변 추천 의향(93.2점)도 높았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이용한 320명을 분석한 결과 우울 검사(PHQ-9) 점수가 개선된 비율은 83.2%, 불안 검사(GAD-7) 점수 개선 비율은 82.0%로 나타났다. 상담을 통해 우울이 정상 또는 경미한 수준으로 완화된 이용자는 51.4%, 불안이 완화된 이용자는 67.3%였다.

정부는 내년부터 사업명을 '심리 상담 바우처'로 개편하고 우울·불안 수준이 높은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지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예산은 298억원이 편성됐으며 약 11만명이 상담 서비스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담 대상자 선정 기준을 자가 진단, PHQ-9, GAD-7 등 객관적 지표로 어떻게 설정할지 전문가와 함께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가 진단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 과정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국민에게 우선적으로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중증으로 악화되기 전에 조기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담의 질과 이용자 만족도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2025.09.17.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2025.09.17.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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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불안 7만명, '마음투자' 상담 후 91% 호전…내년 고위험군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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