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석유 절도’는 마두로 정권이 스스로 주장하는 것
베네수 석유 세계 매장량 17%·생산량은 1% 불과…유황 많은 저품질
“서반구, 좌파정권 전복으로 카스트로 유령 축출 등에 더 관심”
![[카라카스=AP/뉴시스]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카라카스 인근 페타레에서 민병대 결성 행사에 참석해 군중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무대 배경 화면에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모습도 보인다. 2025.12.05.](https://img1.newsis.com/2025/11/16/NISI20251116_0000794019_web.jpg?rnd=20251116091234)
[카라카스=AP/뉴시스]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카라카스 인근 페타레에서 민병대 결성 행사에 참석해 군중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무대 배경 화면에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모습도 보인다. 2025.12.05.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의 마약 수출 단속을 명분으로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선을 침몰시키고 있는데 이어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도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좌파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려고 하는 것은 베네수엘라의 석유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려는 것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2일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집착은 석유 때문이 아니다’며 그 이유를 분석했다.
FP는 2019년 볼리비아의 리튬처럼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과 밈이 넘쳐난다며 근거도 끝도 없는 주장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트럼프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석유를 지켜야 했다”고 과거에 불평했던 사실과 기업 이익이 트럼프 외교 정책의 많은 부분을 결정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기됐다는 것이다.
FP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베네수엘라의 석유가 공격의 이유라고 주장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석유에 대한 위협을 가장 분명하게 주장하는 측은 마두로 정권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서한을 보내 미국이 석유를 훔치려 한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전 이사이자 베네수엘라 야당에 자문을 제공하는 페드로 부렐리는 “석유는 베네수엘라 정권의 이야기”라며 “석유 확보를 위해 나서겠다는 미국의 공식 입장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항공모함 전단과 1만 5000명의 병력 등을 카리브해에 증강한 것은 마약 밀매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마약 밀매범 중 한 명이었던 온두라스 전 대통령을 사면한 것과는 상충된다.
FP는 미국이 석유에 관심이 있다고 하는 이유는 전세계 매장량의 17%를 차지하는 약 3030억 배럴의 방대한 석유 매장량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전 세계 석유생산량의 1%도 못된다. 이러한 불균형은 마두로 뿐 아니라 우고 차베스 등 1970년대 중반 이후 모든 지도자들을 괴롭혔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매장량은 풍부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타르와 유사한 중질유가 매장된 오리노코 벨트는 거대 공룡 석유회사의 무덤이자 때로는 탐사를 위해 찾아오는 석유 회사들의 묘비와도 같다고 FP는 지적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사업을 하는 유일한 미국 석유 회사인 셰브론은 분기별 및 연간 수치에 베네수엘라산 생산량을 포함하지도 않는다.
워싱턴의 컨설팅업체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의 분석가 자크 루소는 “석유는 있으나 좋은 석유가 아니다”며 “찌꺼기가 많고 유황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퍼올리기 전에 채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아직 석유 순수입국이었을 때 걸프만에 건설한 정유단지가가 이런 석유를 정제할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장점이라는 것이다.
루소 분석가는 “베네수엘라의 석유는 상당히 저품질로 걸프만의 정유 시설들이 이런 저품질 석유를 처리하도록 지어졌다”고 말했다.
이란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수백만 배럴의 석유가 시장에서 사라질 경우 내년에 석유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라이스대학교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전문가 프란시스코 모날디는 “페름기 분지의 미국 석유 생산이 정체되고 석유 수요가 증가해도 그 정도의 석유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은 몇 군데 뿐”이라면서도 이것이 미국이 카리브해에서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이 석유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우선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으로 하루 약 140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생산량은 하루 100만 배럴을 넘지 못한다.
FP는 무엇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서반구에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정권을 전복해 피델 카스트로의 유령을 죽이는 것을 포함한 다른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마두로 정권 전복도 이런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부넬리는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은 막대한 투자, 인내,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며 “석유를 빼내려면 수 년에 걸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단기적인 이득을 추구하는 트럼프의 성향에도 맞지 않음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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