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누구나 가슴 속 惡을 품고 있다…'얼굴들'

기사등록 2025/12/03 14:28:31

재난에서 인간 본성이 드러난다…'SF 보다 Vol.5 대피소'

[서울=뉴시스] '얼굴들' (사진=라곰 제공) 2025.12.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얼굴들' (사진=라곰 제공) 2025.12.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얼굴들(라곰)=이동원 지음
 
"누구나 마음 속엔 악의 씨앗을 갖고 있어요. 가장 선하다는 사람도요. 그러니까 저도, 경위님도 그런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죠."

책은 '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는 오래된 격언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 말을 조금 비틀어보면, 다른 경고가 된다. 겉으론 선량해보이는 사람들이 사실은 악의 얼굴을 숨긴채 우리 곁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경고.

저자는 오랫동안 천착해온 '선악의 경계'를 다시 정면으로 다룬다.  아동 연쇄살인 사건의 생존자 '오광심'은 경찰이 된다. 그러나 그는  '피냄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범죄 현장을 다니며 범인을 검거하지만 당시 사건으로 촉발된 사이코패스 적 기질과 현재 직무인 경찰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에 빠져 있다.

"광심은 지구와 같은 주기로 도는 달처럼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갔다. 지구에선 달의 뒤편을 보지 못하듯이 사람들은 매일 광심을 보면서도 광심이 숨긴 얼굴을 보지 못했다. 광심은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았다." (36쪽)

광심은 베스트작가이면서도 '얼굴 없는 작가'로 살아가는 주해환을 만나고, 두 사람은 스타강사의 딸 실종사건을 함께 파헤쳐간다. 저자는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진짜 얼굴'을 비춘다. 수수께기 같은 사건을 따라가다보면 범인 추적은 멈추고 나와 타인의 내면에 동시에 존재하는 '얼굴들'을 마주하게 된다.

책은 저자가 2020년 펴낸 '적의 연작 살인사건'의 개정판이다.
[서울=뉴시스] 'SF 보다 Vol.5 대피소' (사진=문학과지성사 제공) 2025.12.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SF 보다 Vol.5 대피소' (사진=문학과지성사 제공) 2025.12.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SF 보다 Vol.5 대피소(문학과지성사)=김달리 외 4인

문학과지성사가 2023년부터 선보인 'SF 보다' 시리즈의 5번째 책이다. 이번 책의 키워드는 '대피소'. 전쟁, 재난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긴급한 상황 속에서 대피소는 어떤 공간이고, 무엇을 상장하는지 5명의 작가가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기획을 맡은 문지혁 문학평론가는 '대피소'의 의미를 이같이 확장한다.

 "인간을 둘러싼 불가해한 세계에 맞서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낸 질서와 의미. 이 가장 오래되고 근원적인 대피소의 이름은 바로 서사이며, 그 규모가 크든 작든 우리는 모두 이곳으로 대피 중이다." 문학이 곧 생존의 피난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첫 수록작인 김달리의 '수옥폭포 순례길'은 고농도 황화수소가 지구를 오염시킨 이후의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특수 방독면을 구매할 수 있는 기득권층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대피소에 갇히다시피 머물게 된다.

인공 폐를 단 트랜스휴먼 '수옥'은 이 대피소를 관리한다. 그러다 대피소 폐쇄 명령이 떨어지면서 지원 물자가 끊기자 서로를 죽이며 먹고, 노인은 내쫓는 등 생존 앞에서 날것의 인간 본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다른 단편들 역시 생태 시스템이 붕괴한 세계에서 인간의 본성, 윤리, 도덕성 등을 조명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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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누구나 가슴 속 惡을 품고 있다…'얼굴들'

기사등록 2025/12/03 14:28:31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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