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산물 통합마케팅, 가격 폭락 막는다…"수입 증대"

기사등록 2025/12/03 10:04:08

최종수정 2025/12/03 10:17:55

"농산물 수급안정 정책 '생산자 중심'으로 전환"

품목별 분산출하→통합마케팅조직으로 일원화

[서울=뉴시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양배추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양배추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주도는 겨울 양배추 주산지다. 제주에서 나는 양배추는 대표적인 월동작물로 꼽힌다. 겨울에는 비교적 따뜻한 제주에서 재배되고 봄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전남 무안, 충남 서산 등으로 재배지가 이동한다.

양배추는 항암과 저속 노화에 탁월한 영양을 갖춰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별칭으로 우리나라에서 특히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채소다. 제주에서는 1940대부터 양배추를 재배를 시작했다. 주로 서쪽 지역인 제주시 애월읍에서 생산된다.

몇년 전만 해도 제주산 양배추는 수급조절 실패로 가격이 하락하며 농가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기도 했다. 이상기후 여파로 타 지역 생산 양배추가 겨울철에 출하되며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가격 급락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애써 키운 양배추를 폐기하는 농가도 많았다. 2019년 제주 애월읍 농가는 9000t 자진폐기로 수급량을 자체 조절하기도 했다.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크게 하락한 시세를 안정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생산자 중심 수급관리체계를 구축…통합마케팅 효과 '톡톡'

최근에는 사정이 다르다. 제주에서 생산자 중심 수급관리체계를 구축해 수급안정제를 본격시행하고 있어서다. 민선 8기 제주도정의 농업분야 제1공약이기도 한 이 제도는 관 주도로 이뤄지던 수급안정 정책을 '생산자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도입됐다.

농산물 생산에서 유통까지 생산자 중심의 자율적 수급조절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 과잉생산과 시장격리 문제를 해결하고 수급안정 통합정책 수립과 체계적 이행관리를 목표로 한다.

행정과 생산자 대표, 현장 농업인의 오랜 논의 끝에 2023년 제도적 준비가 빠르게 이뤄졌다. 그해 7월 '제주농산물 자율적 수급안정을 위한 조례'가 도의회를 통과하자 8월에는 수급관리연합회가 공식 출범했다.

연합회 출범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제주 농산물 통합마케팅으로 지난해 기준 제주조공 판매액은 4246억원을 기록, 전년 3790억원 대비 12.0%, 2020년 2336억원 대비 81.7%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출하처 다변화와 직거래 확대로 지난해 기준 가락시장 출하 대비 농가수취가격은 비가림감귤 45.7%, 노지온주 9.2%, 브로콜리 13.9%, 월동무 17.1%, 천혜향 33.1%, 당근 36.9%, 양배추 40.4%로 상승하는 한편 소비자 마트 구매가격은 브로콜리 26.9%, 월동무 3.1%, 노지온주 8.9%, 당근 25.1% 하락해 농가와 소비 모두가 상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농산물 생산과 유통을 관리하고 시장 변동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유통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 주요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수급관리연합회는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과 연계해 가공, 식자재업체 등 판로를 다변화하고 개별품목단위로 분산되던 제주농산물의 유통 구조를 통합유통체계로 전환했다.

품목별 지역별 분산 출하하던 것을 통합마케팅조직으로 일원화하는 한편 규모화를 도모해 시장대응력 및 가격결정력을 높여 나가는 유통처리방식의 통합마케팅도 추진됐다.

[제주=뉴시스] 지난해 4월23일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 개소식 모습.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시스] 지난해 4월23일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 개소식 모습.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따라 양배추 가격도 안정세를 이루고 있다. 양배추 조기출하 지원사업 기간을 기존 1개월에서 2개월로 늘리고 지원 단가도 1㎏당 최대 150원에서 300원으로 증액하면서 농가의 참여가 늘었다. 출하 초기 물량을 적극적으로 유통해 이후 홍수 출하로 인한 가격 폭락을 방지한 것이다.

조수입 첫 5조원 시대까지 열었다

올해 제주 1차 산업에서는 의미 있는 지표들이 눈에 띈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온 1차 산업에서 사상 처음으로 조수입 5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지난해 농수축산업 조수입은 전년보다 4.8% 증가한 5조2142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농업분야에서만 2조4958억원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는 밭작물이 역사상 처음으로 조수입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감귤과 함께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다. 제주 농업의 중심축인 감귤산업의 조수입도 1조313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과의 중심에는 제주도의 생산자 중심 수급관리 정책이 주효했다는 평이 나온다.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를 중심으로 농협 조공의 통합마케팅 사업, 내륙거점 통합물류센터의 운영, 그리고 제주농업디지털센터 및 제주DA(Digital Agriculture) 플래폼을 통한 과학적인 영농시스템 구축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 현장 농업인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고광덕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장은 "생산자 중심의 자율적 수급관리 운영체계와 행정의 자율적 수급관리 지원체계 구축을 통해 지난해 감귤과 밭작물 조수입이 전년 대비 27.8% 증가하는 성과를 올렸다"며 "앞으로 품목별 통합 유통체계 구축과 시장가격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제주도·농협·수급관리연합회 간 지속적인 협력으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한 물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23년부터 경기 용인(수도권 및 강원권), 전남영암(전라권), 경북 칠곡(경남권) 등 3곳에 내륙거점 통합물류센터 3개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거점통합물류센터 운영은 전국에서 유일한 첫 시도다. 통합물류센터는 기존 가락시장 중심이던 물류체계를 전국 권역 통합배송 체계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7월31일 제2기 연합회가 출범했다. 제2기 연합회는 최근 공개된 '제주DA'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 수급관리의 과학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제주농업디지털센터가 개발한 이 플랫폼은 34종의 농업 데이터를 융합·분석해 생산자 중심의 자율적 수급관리를 위한 근거를 제공한다.

연합회와 수급관리센터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생산량·가격 예측 데이터와 현장 정보를 결합해 품목별 수급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단계별 대응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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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농산물 통합마케팅, 가격 폭락 막는다…"수입 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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