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환율 급등에 전방위 대응…국민연금·시장감독 카드 통할까

기사등록 2025/12/02 10:00:00

최종수정 2025/12/02 10:22:25

기재부·한은·국민연금 등 외환수급 안정화 대책 추진

한은·국민연금 외환스와프 추진…수출·금융업체 점검

"외환시장, 구조적 투자수요 반영…환율 하락 어려워"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1464.9원)보다 5.7원 오른 1470.6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한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2025.11.28.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1464.9원)보다 5.7원 오른 1470.6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한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2025.11.28.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자 정부가 외환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간 외환스와프 연장을 추진해 달러 수요를 억제하고 수출 업체들이 보유한 외환이 풀릴 수 있도록 유도해 공급을 늘리는 해법이다.

하지만 최근 외환시장은 국민연금 기금 규모 확대, 한미 협상 타결 등에 따른 구조적인 해외 투자 수요 확대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이 크게 떨어지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한국은행, 국민연금, 보건복지부, 산업통상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등과 함께 환율 안정 방안을 논의하고, 외환수급 안정화를 위한 정책 과제를 신속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외환당국과 국민연금간 외환스와프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사이에 체결돼 있는 650억 한도의 외환스와프 계약은 올해 말 만료되는데, 계약 연장을 추진키로 하고 세부 협의를 시작했다.

외환스와프를 체결하면 국민연금이 해외자산 매입 과정에서 필요한 대규모의 달러를 외환보유액에서 직접 공급해 시장에서 달러 수요를 줄일 수 있다.

또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조화시킬 수 있는 '뉴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모수개혁안이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금 적립금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당초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2041년께 약 1700조원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관측됐지만, 모수개혁으로 적자 전환 시점은 10년 정도 늦춰지고 규모는 2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뉴 프레임워크 논의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해외 투자보다 국내 투자 비율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수출 기업들의 투자·환전 현황에 대해서도 정기 점검에 나선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로 기업들의 수출대금 환전 유보가 꼽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점검 결과를 정책자금 등 기업지원 정책수단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금융회사들의 환전 관행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금감원은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증권회사 등을 대상으로 해외투자 관련 투자자 설명 및 보호의 적절성 등에 대한 실태점검을 실시한다. 증권사들의 외환시장이 개장하자마자 달러를 집중적으로 매수하는데 이런 관행이 장 초반 쏠림 현상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일괄 환전으로 인한 환율 상승분이 금융 소비자들에게 전가됐는지도 확인할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2024.09.0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2024.09.05. [email protected]


하지만 국민연금과 시장 감독을 통해 달러 수급을 개선해보겠다는 이번 조치가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해외 투자 수요의 급격한 확대라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측면을 반영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모수개혁으로 향후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는 빠르게 확대될 수 밖에 없다. 현재 1360조원 규모인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2050년 약 3500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액수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의 국내 투자 비중은 41.3%, 해외 투자 비중은 58.7%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국내 투자를 더 늘릴 경우 한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져 지출이 늘어나고 적립금이 줄어드는 시점부터는 오히려 국내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지금까지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 수익률(해외주식 15.17%, 해외채권 5.80%)이 국내 자산(국내주식 5.40%, 국내채권 3.71%)보다 높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인위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이 향후 천문학적인 금액을 미국에 투자하게될 계획이라는 점도 외환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미 협상 타결로 우리나라는 3500억 달러(약 515조원)을 미국에 투자하게 된다.

정부의 대미 투자가 2000억 달러, 조선 협력(마스가 프로젝트)이 1500억 달러다. 또 백악관은 한미 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와는 별개로 한국 민간 기업들이 미국에 6000억 달러(약 882조원)를 투자하게 될 예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기업 모두 향후 대미 투자를 대비해 달러를 확보해둬야 할 이유가 커졌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급격히 오른 환율이) 쉽게 가라앉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근 환율이 오른 이유는 그만큼 해외 투자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1년에) 정부에서 200억 달러씩 나가야 하고 기업들도 몇십조원씩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고 하니 국내로 가지고 들어오는 달러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5.11.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5.11.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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