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인줄" 연고만 발랐는데…'피부암' 단번에 진단한 AI[빠정예진]

기사등록 2025/11/29 05:01:00

최종수정 2025/11/29 06:20:24

한림대강남성심병원, 피부진단 AI로 조기암 발견

[서울=뉴시스] 김성환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피부암을 진단할 수 있는 AI 모델 'ModelDerm'(모델더마톨로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김성환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피부암을 진단할 수 있는 AI 모델 'ModelDerm'(모델더마톨로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강남의 유명 피부과에서 6개월 넘게 피부과에서 '만성 염증'으로 진단받고 연고 치료를 이어가던 60대 여성 A씨는 최근 딸의 권유로 피부진단 인공지능(AI) 'ModelDerm'(모델더마톨로지) 분석을 받았다.

코 옆에 생긴 작은 상처가 낫지 않고 오히려 점점 커지면서 통증까지 생기자 딸이 걱정해 AI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촬영 몇 초 만에 AI는 '피부암 가능성 매우 높음'이라는 결과를 보여줬고 A씨는 즉시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성형외과 김성환 교수를 찾아 정밀 진료를 받았다.

조직검사 결과는 초기 기저세포암이었다. 6개월 동안 여러 차례 피부과 병원을 방문하며 고식적 치료를 반복했지만 진단이 늦어졌던 병변이 AI 분석을 계기로 신속하게 정확한 진단으로 이어진 것이다. A씨는 현재 광범위 절제술을 시행하고 국소피판술로 재건 수술을 마치고 안정적으로 회복하고 있다.

A씨는 "그동안 단순 염증 상처로만 알고 치료했는데 AI 덕분에 제때 암을 찾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성환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성형외과 교수팀은 이와 같은 임상 경험을 기반으로 피부진단 AI의 효용성을 검증하기 위해 국내 9개 병원의 70개 피부질환 15만 2443건의 임상 데이터와 전 세계 228개국 169만 건의 실사용 데이터를 분석하는 대규모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AI는 피부암 진단에서 '민감도'(암을 정확히 찾아낼 확률) 78.2%, '특이도'(암이 없는 사람을 정확하게 구분할 확률) 88%를 기록하며 높은 정확도를 입증했다.

또 피부암 뿐 아니라 대상포진이나 아토피, 습진, 건선, 검버섯, 흑자 등 180여개의 피부질환을 구별해 낸다. 

김성환 교수가 한승석 아이피부과 원장과 공동 개발한 AI 피부암 진단 모델이다. 일반인들도 누구나 쉽게 어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AI 분석에서는 지역별 피부질환 특성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북미에서는 피부암 진단 비율이 높고(2.6%), 아시아에서는 양성종양이 가장 많았으며(55.5%), 아프리카에서는 감염성 피부질환(17.1%)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단순 이미지 분류를 넘어서 인종·피부색·생활환경·유병률을 반영한 '맞춤형 예측 AI'로 발전했음을 의미한다.

김성환 교수는 "초기 피부암은 종기·상처·단순 염증과 혼동되기 쉬워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AI가 이런 병변을 조기에 잡아내 임상 진단과 치료 시기를 앞당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 현실에서 AI가 얼마나 정확히 작동하는지를 보여준 연구로, 향후 조기 진단과 예측 기반 의료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A씨가 피부진단 AI 모델 'ModelDerm'(모델더마톨로지) 앱을 사용해 피부암 여부를 테스트 하고있다. (사진= 독자 제공)
[서울=뉴시스] A씨가 피부진단 AI 모델 'ModelDerm'(모델더마톨로지) 앱을 사용해 피부암 여부를 테스트 하고있다. (사진= 독자 제공)
피부암은 국내에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질환이다. 자외선 노출이 많은 얼굴·코·뺨·귀 주변에서 흔히 발생한다. 초기 기저세포암이나 편평세포암은 통증이 거의 없고 단순한 종기·상처·딱지처럼 보여 놓치기 쉽다.

특히 병변이 3개월 이상 낫지 않거나, 크기가 커지고 색이 변하며, 딱지가 반복적으로 생기고 피가 나는 경우 피부암을 의심해야 한다.

피부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지만, 진단이 늦어질 경우 주변 조직을 침범하거나 재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이나 만성 피부질환 환자는 정기적인 확인이 요구된다.

김성환 교수는 "피부암은 겉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별것 아니겠지'라고 넘겨 진단이 늦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가벼워 보이는 병변이라도 일정 기간 지속된다면 가정에서 AI 기반 보조 분석을 활용해보고,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시스] 한 남성이 피부진단 AI 모델 'ModelDerm'(모델더마톨로지)를 통해 피부질환 여부를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서울=뉴시스] 한 남성이 피부진단 AI 모델 'ModelDerm'(모델더마톨로지)를 통해 피부질환 여부를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pj 디지털 메디슨'(npj Digital Medicine)에 게재됐으며,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빛사'에 선정됐다.
 
김성환 교수는 향후 피부암뿐 아니라 만성 피부질환, 감염성 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 AI 기술을 적용해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를 선도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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