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름·돈바스 '사실상 러시아령' 인정"
"러 자산동결 해제, 美주도사업 투자"
"신뢰가능 안보보장"…구체화는 없어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평화 계획(종전안) 28개항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역 양도, 병력 감축, 러시아 자산 동결 해제 등이 포함돼 러시아 측에 크게 유리한 조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5.11.24.](https://img1.newsis.com/2025/11/20/NISI20251120_0000803000_web.jpg?rnd=20251120032307)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평화 계획(종전안) 28개항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역 양도, 병력 감축, 러시아 자산 동결 해제 등이 포함돼 러시아 측에 크게 유리한 조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5.11.24.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평화 계획(종전안) 28개항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역 양도, 병력 감축, 러시아 자산 동결 해제 등이 포함돼 러시아 측에 크게 유리한 조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안이 아닌 초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수정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러시아 측 요구가 대거 반영된 초안에 기초한 협상을 우크라이나가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8개항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조항은 영토 문제를 다룬 21항이다.
21항은 "크름·루한스크·도네츠크는 '사실상(de facto)' 러시아령으로 인정된다.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은 접촉선에 따라 동결된다. 러시아는 5개 지역 이외에 통제 중인 다른 영토는 포기한다"고 규정한다. 러시아가 80% 안팎을 점령 중인 것으로 알려진 도네츠크의 나머지 20%는 비무장지대(DMZ)로 설정하되 러시아 영토로 본다.
마크 웰러 채텀하우스 연구원은 영토 조항에 대해 "'사실상 러시아령(de facto Russian)'이라는 표현은 '사실상 러시아 통제(de facto Russian control)'보다 러시아에 훨씬 유리한 표현이며, '인정' 용어 사용 자체가 푸틴의 승리"라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법적 승인'이 아닌 '사실상 인정'은 러시아의 양보로 볼 수 있다"면서도 "도네츠크 전역 철수는 우크라이나의 최대 레드라인으로, 우크라이나 중부를 러시아 공격에 노출시키게 돼 젤렌스키가 수용할 수 없는 안"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도네츠크 방어 거점 포크로우스크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지만, 슬로뱐스크-크라마토르스크-드루즈키우카-코스탸니티니우카의 '요새 벨트(fortress belt)'는 그대로 사수하고 있다.
FT는 "푸틴이 2014년부터 노려왔지만 끝내 점령하지 못한 지역을 넘기라는 조항"이라며 "우크라이나인들이 막대한 희생을 치르며 지켜온 영토를 포기하는 것은 국내적으로도 매우 논쟁적"이라고 짚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러시아가 엄청난 대가를 치르면서도 전진하지 못한 전장 상황을 고려하면 이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요구"라며 "우크라이나 정치권은 (미국) 구상을 대체로 지지하지만 러시아가 점령하지 않은 도시를 포기하라는 요구에 찬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봤다.
유럽 내 러시아 자산의 동결을 해제해 미국 주도 사업에 투입한다는 14항도 논쟁거리다.
14항은 "러시아 동결 자산 중 1000억 달러는 미국 주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투자하고, 미국은 수익의 50%를 확보한다. 나머지 동결 자산은 미-러 공동 투자기구에 투입한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재건 투자에 1000억 달러를 부담한다"고 규정한다.
![[키이우=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2025.10.29.](https://img1.newsis.com/2025/10/29/NISI20251029_0000750656_web.jpg?rnd=20251029083856)
[키이우=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2025.10.29.
지난 3년여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대온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재정과 EU 여유가 사실상 소진되자 유럽 내 러시아 동결 자산 1400억 유로를 우크라이나에 무이자 대출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EU는 러시아가 휴전 후 우크라이나에 전쟁 배상금을 지급할 때까지 러시아 자산 동결을 유지한다는 계획인데, 미국이 이 구상을 배제하고 러시아 자산 동결을 즉각 해제해 미국 주도 사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나아가 유럽에 1000억 유로의 추가 부담을 지웠다.
FT는 종전안 14항에 대해 "EU의 장기적 우크라이나 지원 계획을 무력화하고 유럽 납세자에게 재건 비용을 부담시킴으로써 미국 정부가 이익을 얻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조항도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종전안 3항은 "러시아는 인접 국가를 침공하지 않을 것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더 이상 확장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4~5항은 "러시아와 나토는 미국 중재로 모든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진행하고 긴장 완화 여건을 조성한다. 우크라이나는 신뢰할 수 있는 안보 보장을 받는다"다.
이어 6항은 "우크라이나군 병력은 60만명으로 제한된다", 7항은 "우크라이나는 헌법에 나토 가입 불가를 명시하고, 나토는 향후 우크라이나를 가입시키지 않는다는 조항을 규약에 포함한다", 8~9항은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는다. 유럽 전투기는 폴란드에 배치한다"로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포기 문제는 우크라이나 헌법과 나토 조약에 명시한다는 명시적 조치를 포함시킨 반면, 우크라이나 안보를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은 "이 계획은 서방의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암시'할 뿐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미국이 러시아의 재침공을 어떻게 막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우려했다.
FT도 "'신뢰할 수 있는 안보 보장'이라고 말할 뿐 구체적 내용은 전혀 제시하지 않는 계획"이라며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서 안보 보장을 약속받았으나 (러시아의) 크름 강제 합병과 전면 침공에 노출된 우크라이나는 모호한 보장을 매우 경계한다"고 했다.
FT는 6항 '병력 60만으로 감축'에 대해서는 "국가 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며, EU 역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침공을 막는 최고의 방벽이기 때문에 강하게 반대한다"면서도 "현재 병력인 90만여명 중 3분의 1 수준을 감축한다면 여전히 EU 최대 규모의 군대가 유지되며, 오랫동안 참전한 병력에게 전역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것은 11년간 두 차례 러시아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인들을 불안하게 할 것이며, 무엇보다 러시아군의 규모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밖에도 "러시아는 주요 8개국(G8)에 다시 초대된다(13항)", "자포리자 원전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하에 가동되며 전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반씩 나눈다(19항)", "우크라이나는 EU의 종교 관용·언어 소수자 보호 규칙을 채택한다(20항)", "우크라이나는 (평화 협상 타결 후) 100일 내에 선거를 실시한다(25항)" 등을 주요 조항으로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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