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외인 '썰물'에 3800선 후퇴…환율, 1475.6원 7개월래 최고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AI(인공지능) 거품론 확산에 외국인들이 3조원 가까이 팔아치우자 국내 증시가 새파랗게 질렸다. 코스피는 한때 4% 가까이 떨어지며 3800선대로 밀렸고, 코스닥도 3% 이상 떨어졌다. 환율은 외인 매도세에 미국 금리 인하 기대 후퇴까지 더해지며 지난 4월 초 이후 최고 수준인 1476.7원까지 올랐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대비 151.59포인트(3.79%) 내린 3853.26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3800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23일 이후 한달 만이다. 장중 한때는  4% 이상 빠지며 3838.46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2조8288억원을 팔아치웠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조2929억원과 4954억원을 사들였다. 시가 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SK하이닉스가 8.76% 급락했고 삼성전자도 5.77% 하락하며 타격을 받았다.

코스닥도 타격을 받았다. 코스닥은 전일대비 27.99포인트(3.14%) 내린 863.95를 기록하며 4거래일 연속 800선을 이어갔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281억원과 791억원을 팔아치운 반면 개인은 2199억원을 사들였다.

AI거품론 재점화에 뉴욕 지수가 빠진데다 연준의 12월 금리 동결 전망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0일(현지시각) 다우존스30은 전일대비 0.84%, S&P500지수는 1.56% 미끄러졌다. 나스닥종합지수는 2.15% 급락했다.
 
전날 공개된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다수의 참석자가 자신들의 경제 전망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금리 동결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확인되자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12월 회의 금리 동결 기대는 60%대로 상승했다.

환율은 수직상승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오후 종가는 전일대비 7.7원 오른 1475.6원에 거래를 마쳤다. 4.5원 오른 1472.4원에 장에 나선 환율은 장중 한때 1476.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1470원대 이상 환율은 미·중 갈등이 격화됐던 올해 4월 9일(1484.1원) 이후 최고치다.

AI 거품론에 따른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에 달러 수요가 높아진 영향이 작용했다. 이외에도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 확대와 대미 투자에 따른 달러 수요 경계도 원화 가치를 짓누르고 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 지연에 달러지수도 100선을 넘어서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 약세도 원화 가치를 압박하는 요소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57.7엔 전후로 상승해 지난 1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이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확장 재정 우려에 따른 엔화 약세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원화는 엔화와의 상관관계가 높아, 엔화의 프록시(대리) 통화로 분류된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미국 주식시장 하락에 반도체 대형주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됐고, 코스닥은 엔비디아 호실적도 돌리지 못한 투심에 전일 상승분 이상이 하락했다"면서 "환율은 위험자산 회피 심리와 일본 부양책으로 인한 엔화 약세에 영향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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