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하지영 "MC·배우·서지영…어떤 모습이든 '지금의 나' 좋아"

기사등록 2025/11/21 10:20:02

[서울=뉴시스] 하지영. (사진=하지영) 2025.11.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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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재경 기자 = "여기에 앉아 있는 게 너무 낯설어요. 늘 제가 질문을 던지던 입장이었는데, 막상 질문을 받으려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19일 서울 명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지영(43)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대중이 기억하는 하지영은 다르다. 텐션 높은 SBS '한밤의 TV연예' 리포터, 에너지가 넘치는 행사 MC. 그가 만난 스타만 줄잡아 1000명이 넘는다. 누구보다 말을 잘하고, 누구보다 외향적일 것 같은 그가 인터뷰석 반대편에 앉아 보여준 첫 모습은 의외의 '진중함'이었다.

지난 20여 년간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던 그가,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 '유튜브하지영'의 호스트이자, 대학로 연극 무대와 드라마 촬영장을 오가는 배우로서다. 화려한 가면 뒤에 숨겨져 있던, '인간 하지영'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000명 인터뷰? 이미 넘은 지 오래"

[서울=뉴시스] SBS '한밤의 TV연예' 리포터 시절 배우 공유와 인터뷰하는 하지영의 모습(위), '유튜브하지영'에서 김우빈과 인터뷰하는 하지영. (사진=유튜브 채널 'SBS Entertainment', '유튜브하지영' 캡처) 2025.11.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SBS '한밤의 TV연예' 리포터 시절 배우 공유와 인터뷰하는 하지영의 모습(위), '유튜브하지영'에서 김우빈과 인터뷰하는 하지영. (사진=유튜브 채널 'SBS Entertainment', '유튜브하지영' 캡처) 2025.11.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영의 유튜브 채널 설명란에는 '1000명을 인터뷰한 공감러'라고 써있다. 기재된 이 기록에 대해 묻자 그는 "사실 1000명은 이미 아주 오래전에 넘었어요. 그 이후부터는 아예 세지도 않았죠"라고 답했다.

"엠넷 VJ 시절, 하루에 인터뷰를 서너 탕을 뛰었어요. 배우 이동욱 씨, 가수 정용화 씨,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 최고의 스타들을 하루에 다 만나기도 했으니까요. 사람들이 말하는 1000명은 리포터 초반 2년 만에 끝난 숫자예요."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매니저도 없이 방송국 봉고차에 얹혀 다니며 햄버거로 끼니를 때웠다.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11시간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건 일상이었다.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단 한 번도 힘들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사람들의 삶, 그 한 페이지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게 너무 흥미진진했거든요. 기다림조차 리포터의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좋아하는 일을 위해 힘든 걸 감내하는 스타일이라, 현장에만 가면 그저 깃털처럼 가볍고 신이 났어요."

그가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순히 열정과 성실함만이 아니었다. 사람에 대한 '진심'이었다. 최근 유튜브에서 류승룡, 김우빈, 이종석, 김혜윤 등 스타들이 그에게 무장해제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는 진짜 거짓말을 못 해요. 그리고 사람 자체를 깊이 사랑하는 편이에요. '저 사람의 좋은 면모를, 보이지 않는 마음을 어떻게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했죠. 그 진심이 대화의 온도나 태도로 전해진 것 같아요."

ENFJ와 INFP 사이

[서울=뉴시스] 하지영. (사진=유튜브채널 '유튜브하지영' 캡처) 2025.11.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지영. (사진=유튜브채널 '유튜브하지영' 캡처) 2025.11.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하지영의 '온도'였다. 방송에서의 하이톤과 달리, 실제 그는 차분하고 사색적이었다. 그는 "MBTI 검사를 하면 INFP(내향형)와 ENFJ(외향형) 두 가지가 나와요"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MC를 보러 갈 때는 완전히 사회적 자아인 ENFJ로 갑옷을 입고 나가요. 하지만 지금 보시는 모습, 집에서의 모습은 영락없는 INFP예요. 무대 위 모습만 보신 분들은 제가 조용히 있으면 '화났나?' '무슨 일 있나?' 하고 걱정하시죠. 그래서 일할 때는 더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편이에요."

이러한 '갭(Gap)' 때문에 혼란을 겪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연기를 시작하며 그는 자신의 다양한 자아를 긍정하게 됐다. 상황에 맞춰 가면을 쓰고 벗는 법을 훈련한 덕분이다.

"처음엔 MC 하지영과 배우 하지영이 상충돼서 데굴데굴 구를 만큼 힘들었어요. 두 자아가 서로 충돌하지 않고 제 안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데만 5~6년이 걸렸죠. 덕분에 지금은 상황에 맞춰 완전히 분리해서 꺼내 쓸 수 있게 됐어요."

이러한 '완벽한 분리' 덕분에 시트콤 같은 일도 생긴다.

"이재욱, 강하늘 배우처럼 인터뷰를 수없이 했던 분들도 드라마 촬영장에서 저를 만나면 잘 못 알아보세요(웃음). 강하늘 씨는 저를 한 30분 정도 쳐다보다가 그제야 '어 맞죠?' 하더라고요. 유진 언니랑도 드라마를 같이 찍었는데 촬영 다 끝날 때까지 모르시더라고요. '한밤 하지영입니다' 했더니 그제야 '어머! 맞아!' 하고 놀라시더라고요."

현장에서는 철저히 배우의 얼굴로 임했기에 가능한 일. 그는 오히려 이 상황이 즐거운 듯했다.

돌아온 꿈, '배우'

[서울=뉴시스] 하지영. (사진=하지영 인스타그램) 2025.11.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지영. (사진=하지영 인스타그램) 2025.11.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실 하지영의 뿌리는 '연기'였다. 중학교 때부터 연극부 활동을 했고, 대구에서 오디션을 봐 EBS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다. 대학 역시 연기 전공으로 진학했다. 하지만 사회는 그에게 연기력보다 '말하는 재능'을 먼저 요구했다.

"불러주는 곳에서 열심히 하다 보니 길이 조금 달라졌어요. TBC 라디오 DJ를 하다가 말하는 능력을 살려 2003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죠. 하지만 콩트에 어려움을 느꼈고, 결국 VJ와 리포터로 전향해 20년을 달렸습니다."

화려한 방송인으로 살았지만, 마음 한구석엔 미처 다 피우지 못한 첫 꿈이 남아있었다. 2016년 '한밤의 TV연예'가 종영하고 찾아온 공백기는 그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됐다.

"'끝이 나야 시작이 있다'는 말이 떠오르더군요. '이번엔 진짜 제대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걸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대학로 오디션 사이트 'OTR'을 뒤져서 서류를 넣기 시작했죠."

계급장 떼고 도전한 연극 '임대아파트' 오디션. 경쟁률은 1100대 1에 달했다. 당시 연출가는 방송인 하지영을 전혀 알지 못했다. 오로지 연기력 하나로 배역을 따냈다. 이후 7년 차 연극배우로 거듭난 그는 '레미제라블' '서울의 별'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했다.

"지금까지는 나치 시대 지식인, 괴물을 만든 변호사, 소녀가장 같은 어두운 역할을 주로 했어요. 앞으로는 제 안의 밝은 면을 꺼내서 명랑한 역할도 해보고 싶습니다."

"약자에게 약한 사람"

[서울=뉴시스] 하지영. (사진=하지영 인스타그램) 2025.11.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지영. (사진=하지영 인스타그램) 2025.11.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업계에서 하지영은 '미담 제조기'로 통한다. 특히 현장의 막내 스태프나 단역 배우들을 살뜰히 챙기기로 유명하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저는 '약자에게 약한' 사람이에요. 강자에게 약한 게 아니라요(웃음). MC를 오래 하다 보니 무명 배우나 단역 배우들이 현장에서 겪는 설움, 소외감, 비교를 누구보다 잘 알아요. 저도 겪어봤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마이크를 쥐고 있는, 일종의 힘을 가진 그 순간만큼은 그분들이 주연 배우와 똑같은 존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이름 없는 배우나 서툰 스태프들이 나의 진행을 통해 위로받고, 그 하루를 버틸 힘을 얻었으면 해요. 그게 제가 가진 다정함이자, 제가 부릴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니까요."

반면 그는 좋아하는 선배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성덕(성공한 덕후)'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코미디언 김숙과 배우 마동석을 존경한다는 하지영은 "너무 좋아하면 부끄러워서 연락도 못 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김숙 선배님은 제가 연락을 안 하니까 '너 왜 전화 안 해?'라고 물으시더라고요. 사실대로 '너무 좋아해서 못 합니다'라고 했더니 밥을 사주셨어요. 마동석 선배님은 아직 모르실 거예요. 며칠 전에도 복싱장(넷플릭스 '아이엠복서')에 가서 혼자 조용히 응원만 하고 왔거든요. 제가 원래 이렇게 주위를 서성이는 스타일입니다(웃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 그래도 내가 좋아"

[서울=뉴시스] 하지영. (사진=하지영) 2025.11.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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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작한 유튜브 채널은 하지영에게 또 다른 배움의 장이다. 당초 '홀로서기'를 목표로 시작했지만, 결국 주변의 도움으로 채널이 성장하는 것을 보며 삶의 아이러니를 느꼈다고 한다.

"원래는 '내 힘으로, 주체적으로 내 이야기를 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결국 제가 친분이 있는 분들이 나와 주셔야 채널이 굴러가더라고요. '스스로 하겠다더니 결국 도움을 받네? 참 삶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구나' 싶었죠. 하지만 그 모순조차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누군가와 대화하며 저를 알아가고, 또 저를 보여주는 과정이 즐거워요."

인터뷰 도중 하지영은 조심스럽게 기자에게 물었다. "제가 MC 모드로 해드릴까요? 워낙 낯을 가려서…톤을 높이는 게 인터뷰하시기에 더 편하실 텐데"

기자는 고개를 저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의 '연예인' 하지영이 아닌, 진솔한 '사람' 서지영(본명)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모습이 훨씬 좋다"는 대답에 그는 안도한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예전에는 무엇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지금의 내가 좋다'는 생각을 해요. 남들이 보기엔 더 유명해져야 성공이라 할지 몰라도, 저는 제 인생이 나름대로 의기양양하고 재밌거든요. MC 하지영, 배우 하지영, 그리고 그냥 서지영. 이 모든 모습이 다 저니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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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하지영 "MC·배우·서지영…어떤 모습이든 '지금의 나' 좋아"

기사등록 2025/11/21 10:20:02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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