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소재·플랫폼 한계 딛고…'저스트 메이크업' 한방

기사등록 2025/11/19 07:57:00

아마존프라임 7개국 톱10…싱가포르 1위

뷰티보다 서바이벌 초점…편집 승부수

조민기 부인 김선진 도전 "개인사 고려NO"

"오 돌체비타 톱3 예상못해…실력 놀라"

사제지간 정샘물·손테일 공정성 고민

시즌2 긍정적 "김기수 나오길 바라"

"메이크업 아티스트 직업군 각인 뿌듯"

박성환(왼쪽), 심우진 PD
박성환(왼쪽), 심우진 PD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쿠팡플레이 '저스트 메이크업'은 소재와 플랫폼 한계를 딛고 새 장을 열었다. 메이크업 프로그램은 여성 시청층에 한정될 수밖에 없는데, 뷰티보다 서바이벌에 초점을 맞췄다. K뷰티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심우진 PD는 "대한민국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쿠팡플레이는 넷플릭스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주 1회 공개해 시청 흐름이 끊길 수밖에 없었지만, 편집으로 승부를 봤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로도 공개, 싱가포르에서 1위를 찍었고 태국,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등 총 7개국 톱10에 들었다.

"처음부터 '넷플릭스와 하자'고 정한 건 아니고, 여기 저기 타진해봤을 때 쿠팡과 잘 맞았다. 쿠팡이 커머스를 갖고 있고, 화장품도 팔아서 여러가지 부합했다. 쿠팡플레이는 1회씩 공개하는 게 원칙이더라. 초반에 3~4개 나가야 볼거리가 있지 않느냐. 설득해서 처음엔 2~3회 동시에 나갔다. 원칙을 바꿀 수 없다고 해 '어떻게 끊어야 일주일을 좀 더 기다릴까' 고민했다. 부득이하게 심사 결과를 안 보여주고 끊었다. 쿠팡 내부에서 집계했을 때 남성 시청자가 꽤 늘었다고 하는데, 남편 아이디로 본 게 아닌가 싶다(웃음). 뷰티방송이 아니라 '60명 다 깔아놓고 누가 더 잘하나' 서바이벌처럼 해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남자들은 단순하니까. 그래서 조금 더 들어오지 않았나 싶다."(심우진 PD)

저스트 메이크업은 K뷰티를 대표하는 이들의 서바이벌이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024) 제작사 스튜디오슬램이 만들고, 가수 이효리가 MC를 맡아 기대가 컸다. 총 60명이 도전, 파리 금손(김민)이 1위 해 상금 3억원을 거머쥐었다. 2위는 손테일(손주희), 3위는 오 돌체비타(오현정)다. 뷰티 크리에이터 네버데드퀸(퓨어디), 숏폼대왕(시네), 드랙퀸 이태원 2층퀸(보리), 퀸인플루언서(지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흑백요리사 출연자는 100명이었는데, 심 PD는 "원래 50명만 하려고 했다가, 찾다 보니 대단한 분들이 많아서 60명이 됐다"며 "접근할 때부터 각 분야에서 메이크업 정점을 찍은 분들을 찾았다. 청담숍, 프리랜서, 1세대, 크리에이터 등을 찾았고 드랙 분야도 확고했다"고 짚었다.

배우 조민기(1965~2018) 부인 김선진도 도전했다. 2018년 조민기가 성추행 혐의 관련 경찰 소환을 앞두고 세상을 떠난 지 7년 만의 방송 복귀다. 심 PD는 "김선진 선생님은 참 고마운 분"이라며 "개인사는 큰 생각을 안 했고, 메이크업으로 일궈 놓은 게 대단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톱 원장님이고 0세대다. 조심스럽게 연락했을 때 솔직히 안 나와도 되는데, '아, 내가 나가겠다. 손을 놓은 지 오래 됐는데 학원을 다녀서라도 나가겠다'고 했다. 촬영 전 단기로 학원을 다니면서 다시 손맛을 키워 출연해줬다"고 귀띔했다.

"(김선진이) 1차 때 떨어진 건, 우리 프로그램의 정체성 같다"며 "난 '저게 잘했는데, 좋은데'라고 말하게끔 만들고 싶었다.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방송이고, 취향으로 갈리는 거니까. 심사위원 평가로 탈락했지만, 선생님도 쿨하게 '즐거웠다' 하고 가서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많이 떨어졌는데, 박성환 PD는 "그런 관점에서 퍼스트맨(박태윤)은 (톱10까지) 끝까지 있어줘서 감사한 존재"라며 "트렌드는 바뀌는 게 아니라 돌고 도는 것 같다"고 했다.
'저스트 메이크업' 톱3 손테일, 파리금손, 오 돌체비타
'저스트 메이크업' 톱3 손테일, 파리금손, 오 돌체비타

제작진은 톱3 우승 후보를 예상했을까. 심 PD는 "오 돌체비타는 처음에 아예 몰랐던 분이다. 톱3까지 갈 줄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경연에서 다른 제품도 써야 하는데, 글로벌 그룹 나스 소속이라서 나올 때 조율하는 게 힘들었다. 1라운드 딱 끝나고 제작진이 '와' 하며 놀란 분"이라고 회상했다.

가장 아쉬운 출연자로는 글리터 마술사(정은우)와 성수동 프린스(리우)를 꼽았다. "글리터 마술사가 가장 아쉬웠다"며 "2라운드 때 하필 우승 후보인 파리금손을 직접 골랐다. 완벽한 매치가 성사 돼 방송으로 재미있었지만, 추가 합격자가 딱 한 명이라서 그 라운드에서 가장 잘한 뷰티 왕언니(우현증)를 선택했다. 메이크업을 정말 잘하고 청하 메이크업도 이슈가 많이 됐다"고 부연했다. 박성환 PD도 "나랑 통했다"며 "성수동 프린스님도 아쉬웠다. 갑자기 박태윤 선생님한테 들이댔는데, 떠나니 아쉽더라"고 했다.

심사 공정성을 위해 신경 쓴 부분도 많을 터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과 서옥, 뷰티 크리에이터 서옥,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마스터 이진수가 심사했다. 특히 손테일은 정샘물과 19년간 일했는데, 참가자와 심사위원으로 함께 출연해 고민이 적지 않았을 터다. 손테일은 3라운드 K팝 스테이지 미션에서 파리금손 팀에 졌지만, 패자부활전에서 맥티스티(이성욱)와 살아남아 톱10에 진출했다.

심 PD는 "처음에 그런 고민이 들어서 계속 따로 만났고 서로 모르게끔 했다. 당연히 모르는 상태로 나오기로 했고, 미션할 때는 그 주제를 잘하는 사람을 고르는 거니까 혼자 독단적인 선택을 할 수 없다. 1라운드는 2명씩 심사했고, 2라운드는 블라인드, 3라운드는 네 명이 선택했다. 우리 나름대로 보완하고 안 마주치게 해 공정성을 높였다"며 "패자부활전 때는 심사위원들이 1시간 회의했다. 시청자들은 '난 저게 더 잘한 거 같은데'라고 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심사위원들은 감정을 느끼고 결정했다고 하더라. (손테일 메이크업은) 우리가 편집할 때 보기에도 뭔가 느껴지긴 했다"고 털어놨다.

매 라운드마다 단순히 예쁜 메이크업이 아닌, '어떻게 하면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특4라운드 미션은 극한에 가까웠다. 세 미션을 한꺼번에 진행, 1명씩만 살아남아 톱3에 진출했다. 심 PD는 "우리의 욕심은 정말 예술을 보여주고 싶었다. 주제가 뉴페이스였고 추리고 추려서 정했다"며 "'어떻게 변별력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다 필요없고 제일 잘한 사람 한 명씩만 올리자. 조금 더 바늘구멍처럼 만들어 놓으면 극한의 실력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비중은 뷰티보다 서바이벌이었다. 과정에서 제품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화장하는 데 집중되면 과거의 '겟잇뷰티'가 될 것 같았다. 서바이벌 게임에 더 집중하고, 새로운 그림이 빨리 나와서 도파민이 떨어지기 전에 새로운 걸 보여줘야 기존 코스메틱을 좋아하는 분 외에 외연을 확장해 남성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작전을 쓰다 보니 과정을 좀 줄이고 결과를 앞으로 밀어 넣는 편집이 됐다."(박성환 PD)

저스트 메이크업에서 이효리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기존 서바이벌 MC처럼 박진감 넘치게 진행하진 못했지만, 출연자들을 편하게 이끌고 격려했다. 심 PD는 "그게 이효리씨만의 매력"이라며 "처음에는 막연히 이효리씨 같은 분이 심사위원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모든 메이크업을 받아 봤으니까. 이효리씨가 '내가 MC 해도 재미있겠다'고 연락을 줬는데, 원래는 MC 역할이 없었다. 참가자 입장에서 얘기해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서바이벌이라서 대본이 딱딱하고 정해진 형태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뛰어넘는 넉살과 자유로움이 있다. 원래 이효리씨는 합격, 탈락만 알려주는 역할이었는데, 밑으로 내려가서 참가자들을 만났다"며 고마워했다.

저스트 메이크업 시즌2도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다. 심 PD는 "메이크업은 주관적이라서 아쉬운 게 많다. 시즌2에선 좀 더 대중적인 미션을 하면 어떨까 싶다. 4라운드는 아트가 끝까지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는데, 내추럴 메이크업이 반응은 제일 좋았다. 대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걸 녹일 것"이라며 "댓글에 '김기수 오빠 왜 안 나왔냐'는 얘기가 많더라. 시즌2에 김기수씨나 일반인 중에 더 잘하는 분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박 PD는 "버스킹하는 길거리에서 갑자기 메이크업 해줘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단순히 K뷰티로 알려진 내추럴하게 예쁘게 하는거 말고, 우리 아티스트들이 '아트까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타 프로그램을 보면 분장에 가까운데, 우리 아티스트들은 일반 메이크업부터 예술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정샘물 선생님과 이효리씨가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예전엔 메이크업, 헤어 수정이 필요하면 '얼굴! 머리!'라고 부르는 시절이 있었다고 하더라. 저스트 메이크업을 통해 장인이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군이 확실하게 각인 돼 뿌듯하다."(박성환 P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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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소재·플랫폼 한계 딛고…'저스트 메이크업' 한방

기사등록 2025/11/19 07:57: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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