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상 끝내고 하루 쉬어"…제주 30대 새벽배송 기사 빈소 '침통'

기사등록 2025/11/12 15:57:57

최종수정 2025/11/12 16:11:38

유족 "장례식 끝나고 쉬면 계약 어려웠을 것"

노동단체 "특고 노동자, 근로기준법 적용 안 돼"

대리점 측 "충분히 쉬라 했다…단순 과로 아냐"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12일 오후 제주시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쿠팡 새벽배송기사 A씨의 빈소. A씨는 지난 10일 새벽 차량을 몰던 중 전신주를 들이 받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2025.11.12. oyj434@newsis.com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12일 오후 제주시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쿠팡 새벽배송기사 A씨의 빈소. A씨는 지난 10일 새벽 차량을 몰던 중 전신주를 들이 받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2025.11.12.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부친상이 나도 쉬지 않으면 배송기사 계약이 어렵기 때문에 일할 수밖에 없어요."

12일 오후 제주시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쿠팡 새벽배송 기사 A(30대)씨의 빈소. 이곳에서 만난 유족은 침통함과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4일 A씨의 부친이 사망한 이후 또다시 장례를 치르게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A씨 외삼촌 B씨는 "부친상을 금요일(7일) 마치고 8일 토요일 하루 쉬고 9일 일요일에 출근을 했다. 저녁 7시쯤에 일 나갔다고 하는데 첫 출근한 날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기준법 이런 거 적용 안 받는다. 본인이 하지 않으면 그 많은 택배물량을 누가 하겠나 싶겠고, 일하지 않으면 대리점과 계약이 안 될까봐 우려도 했을 것"이라며 "심지어 상을 치르고 일을 나가지 않으면 무급휴가다. 결국 본인만 손해를 입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B씨는 "최소한 장례식 같은 일이 있으면, 하루 이틀을 쉬더라도 최저시급 정도 보장을 해줬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며 "어린 자녀 둘을 키우고 있다. 본인이 현장으로 가지 않았을 때 느끼는 심적 부담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예전에는 체격이 통통했다. 살집도 있었고. 지난해부터 택배 일을 했는데 살이 너무 빠져서 몰라봤다"며 "밤을 세며 물건을 나르는데 여름에는 에어컨도 소용없을 만큼 덥고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빈소에서 만난 임기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본부장은 "이번 사고는 특수고용노동자의 근로 환경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으면서 나오는 부당함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A씨는 쿠팡 본사 직속 계약이 아닌 대리점을 통해 일을 해 특수고용노동자에 속한다"고 말했다.

또 "특수고용노동자는 사업자 간 계약 또는 노무 제공자 등으로 계약이 성립하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 근로계약이 한 순간에 해체될까봐 쉬고 싶다는 얘기도 제대로 못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빈소를 찾은 A씨 대리점 업체 관계자는 "A씨에게 언제 출근할 의향인지 물어봤고, 충분히 쉬고 오라고 말했다. 회사에 대체기사 등이 있어 푹 쉬고 오라고 얘기했다"며 "언제쯤 출근할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으니 고인께서 9일 출근하겠다고 해 그렇게 하라고 했다. 사고가 난 것은 매우 안타깝지만 단순 과로라고 볼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오전 2시9분께 제주시 오라동 소재 도로에서 A씨가 몰던 1t 트럭이 전신주와 충돌했다. 당시 A씨는 1차 배송 업무를 마치고 쿠팡 캠프로 복귀하던 중 단독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사고 당일 밤 치료 중 숨졌다. 사고 원인은 졸음운전으로 추정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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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상 끝내고 하루 쉬어"…제주 30대 새벽배송 기사 빈소 '침통'

기사등록 2025/11/12 15:57:57 최초수정 2025/11/12 16: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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