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관객이 참여하는 공연…넷플 정주행도 하면서 뭘 놀라요"

기사등록 2025/11/06 14:54:21

SPAF 파이널 프로그램 '에세즈 메세즈'…8~9일 쿼드

"캐릭터와 플레이어의 감정 연결 위해 긴 시간 필요"

"당나귀 통해 기계에 밀려 일자리 잃은 노동자 표현"

"평화로운 시위 있던 한국, 어떤 목소리 나올지 궁금"

'에세즈 메세즈: 당나귀들의 반란(asses.masses)' 공동 연출가 패트릭 블렌카른(왼쪽)과 밀턴 림. (사진=2025 서울국제공연예술제,  Frank Sperling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에세즈 메세즈: 당나귀들의 반란(asses.masses)' 공동 연출가 패트릭 블렌카른(왼쪽)과 밀턴 림. (사진=2025 서울국제공연예술제,  Frank Sperling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이 이야기는 10개의 에피소드로, 7시간 가량 진행됩니다. 저희는 이것을 큰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재미있고, 또 철학적이죠."

'에세즈 메세즈: 당나귀들의 반란(asses.masses)' 공동 연출가 패트릭 블렌카른과 밀턴 림은 6일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작품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에세즈 메세즈'는 집단 참여형 체험 공연이다. 관객은 비디오게임을 매개로 일자리를 되찾기 위해 기계에 맞서는 당나귀 무리의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총 10개의 에피소드가 진행되며, 게임 컨트롤러를 잡는 플레이어는 계속 바뀐다. 컨트롤러를 쥔 사람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각자 의견을 나누며 결정과정에 참여한다.

림은 "컨트롤러가 하나이기 때문에 관객들 사이에서 누가 스토리를 이끌지, 언제 다음 사람에게 (컨트롤러를) 넘겨줄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일어나게 된다. 모르는 사람들도 친구가 되는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이 상호작용 자체가 공연의 핵심이다. 러닝타임은 약 7시간30분. 관객참여에 따라 9시간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블렌카른은 "직접 와서 공연을 보게 되면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며 "TV 시리즈를 정주행하는걸 떠올리면 (7시간이라는 길이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웃었다.

공연 중에는 네 차례의 인터미션이 있다. 이때 간식과 식사도 제공되는데 연출이 음식 구성에도 관여한다. 휴식조차 공연의 일부가 되는 셈이다.

블렌카른은 "처음엔 20~25분 길이의 에피소드를 만들기도 했지만, 다음엔 2시간 정도로 늘어나기도 했다"며  "비디오 게임은 원래 장시간 플레이하는 장르다. 캐릭터와 플레이어가 정서적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래서 일반적인 극장 공연보다는 더 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림 역시 "모르는 사람들이 시간을 오래 보내면 친구 관계 형성이 쉬워진다"며 "같이 보고, 생각하고, 먹고, 쉬고 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은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 공연은 단순한 체험형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는다. 당나귀 캐릭터는 기계에 밀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계층을 대변한다.

블렌카른은 "당나귀는 수쳔년간 세계 여러 곳에서 문명을 만들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역사 속 어디에나 당나귀는 등장한다"며 "그러나 지금은 노동의 자리를 잃었고, 이 지점에서 우리는 동시대의 노동체계 속에서 무엇을 잃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에세즈 메세즈: 당나귀들의 반란(asses.masses)' 포스터. (2025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에세즈 메세즈: 당나귀들의 반란(asses.masses)' 포스터. (2025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 중 컨트롤러를 잡은 관객은 자연스럽게 '리더'의 위치가 된다. 그러나 선택은 언제나 모두와 일치하지 않는다.

림은 "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해 리더십이 무엇인지, 좋은 리더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블렌카른은 "관객이 리더에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으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민주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가 흥미롭게 펼쳐진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23년 아르헨티나에서 초연한 작품은 현재 세계 투어 중이다. 바르셀로나, 뉴욕, 이스탄불, 필라델피아, 런던 등에서 공연했고 내년 시드니, LA, 보스턴 등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림은 "정치적 담론 관계에 따라 각기 다른 조합이 나온다"며 "이탈리아에서는 스토리가 시작하기도 전에 컨트롤을 잡은 사람이 굉장히 길게 어떻게 진행을 할지 이야기를 하더라"고 떠올렸다.

블렌카른은 "캐나다에서 공연을 할 땐 관객들이 전반적으로 참여를 많이 안 하는 양상을 보였다. 캐나다 사람들이 정치적 혁명 과정에 당사자성이 없어 참여가 덜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에세즈메시즈'가 이번 아시아 초연에서 어떤 반응이 올지 궁금하다. 최근 한국에서 평화로운 시위가 있었던 걸 안다. 시위라는 건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건데, 이게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함께 공간에 있을 때 어떤 목소리를 낼지 궁금하다"고 기대했다.

림은 관객에게 "열린 마음으로 오라"고 조언했다.

"비디오 게임과 공연 사이, 어딘가에 있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관객이 열린 마음으로 오셔서 즐기는 걸 볼 때 굉장히 뿌듯해요. '함께하는 경험이라는 생각으로 와주시면 좋겠어요."

2025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에세즈 메세즈'는 8~9일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관객을 만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7시간 관객이 참여하는 공연…넷플 정주행도 하면서 뭘 놀라요"

기사등록 2025/11/06 14:54:21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