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절도'…범죄에 무방비 노출 '나홀로 사장' 430만명

기사등록 2025/11/05 16:14:16

최종수정 2025/11/05 16:52:25

불안정한 경기에 1인 자영업자 431만명

홀로 매장 운영…범죄 취약하지만 "신고는 무서워"

인근 매장 등과 협력…"치안 네트워크 형성해야"

[전주=뉴시스] 강경호 기자 = 추석 연휴 첫날인 3일 화산지구대 직원들이 긴급신고 안내 등 치안활동을 진행하기 위해 전북 전주시 중화산동의 한 편의점에 들어서고 있다. 2025.10.03. lukeka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전주=뉴시스] 강경호 기자 = 추석 연휴 첫날인 3일 화산지구대 직원들이 긴급신고 안내 등 치안활동을 진행하기 위해 전북 전주시 중화산동의 한 편의점에 들어서고 있다. 2025.10.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다솜 김윤영 수습 기자 = "술 취한 손님이 '나이 먹고 편돌이 인생이라 불쌍하다'고 욕했어요. 참고 달래보려고 하는 경우도 많지만 상황이 심각해져 결국 서로 소리 지르며 싸움이 되는 경우도 있죠.”

서울 양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56)씨는 3년째 하루 11시간을 매장에서 보낸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나홀로 사장'인 만큼 아들이 일을 돕는 몇 시간을 제외하면 온종일 혼자 매장을 지킨다. 그에게 어느덧 도난, 언어폭력, 욕설은 일상이 됐다.

김씨는 "1년에 두세 번은 도둑이 들어요. 껌, 홍삼, 담배 등등 많게는 3~4만원어치를 가져간다"며 "그래도 신고 버튼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푸념했다.

김씨가 말한 신고 버튼은 계산대에 설치된 내 '경찰 자동신고 시스템'이다. 편의점 근무자들이 긴급신고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112 신고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장치가 있는 점포는 극히 일부다. 대다수의 1인 자영업자들은 범죄 앞에서도 혼자 버텨야 한다. 

최근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9월 고용동향'을 보면 고용원 없이 홀로 일하는 1인 자영업자는 약 431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 143만5000명과 비교해 약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불안정한 경기 속에서 고용원을 두기 어렵고, 비용 절감을 위해 혼자 매장을 운영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문제는 홀로 매장을 운영하는 '1인 점포'가 범죄에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편의점은 대표적인 1인 운영 매장인 데다 심야에도 영업을 하거나 24시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범죄 발생이 잦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편의점에서 발생한 폭행·상해·절도 등 범죄 건수는 ▲2020년 1만4697건 ▲2021년 1만5489건 ▲2022년 1만6435건 ▲2023년 1만8167건 ▲2024년 1만6601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동네에서 혼자 식당을 운영하는 서모(58)씨도 사정은 비슷했다. 서씨는 "2년 동안 무전취식만 네 번 겪었다. 술 취한 손님이 '몸매 좋다', '아줌마 관리 잘했네' 등의 성희롱을 하는 경우도 많다"면서도 "어차피 신고해서 잡혀도 또 와서 행패를 부리거나 해코지할까봐 신고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범죄 예방을 위해 서울시는 '1인 점포 안심비상벨' 무료 설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심경광등에 있는 비상벨을 누르면 가게 외부의 점멸등이 켜지면서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

동시에 자치구 관제센터에서 위치 및 인근 CC(폐쇄회로)TV 등을 확인한 후 경찰이 가게 인근 순찰차 등에 출동을 요청하는 구조다. 그러나 부족한 홍보 등으로 현장 인지도는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서씨도 "혼자 일하고 있을 때는 무서우니까 누가 갑자기 들어올까봐 뒷문을 잠그고 일하는 정도"라며 "안심비상벨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 없다"고 했다.

인근에서 혼자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51)씨도 "그런 사업이 있는지 처음 들었다. 신청하면 서울시에서 나와 설치해주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전문가들은 1인 자영업자는 감시자가 없는 공간에 혼자 있는 만큼 범행이 쉽고, 성공 확률이 높은 집단으로 인식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위기 상황에 노출될 경우를 대비해 인근 매장 등과 함께 치안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기 불안이 심해지면, 현금이 있는 1인 점포는 빠르게 돈을 확보할 수 있는 표적이 된다"며 "지자체·경찰·자원봉사단이 연계된 치안 네트워크 프로그램이 가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도 "비상벨도 중요하지만 경찰 출동에는 시간이 걸린다. 주변 점포와의 즉각 협력체계, 연락망 구축이 더 현실적"이라며 "비상벨이 울리면 동시에 경찰과 인근 점포에 동시에 알림이 가는 시스템으로 확장돼야 실효성이 생긴다"고 제안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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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절도'…범죄에 무방비 노출 '나홀로 사장' 43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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