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엔 균형…'민간 외교관' 역할도 톡톡[인맥왕 젠슨황②]

기사등록 2025/11/01 09:01:00

최종수정 2025/11/01 09:20:24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서 긴장 완화 모색

인맥왕을 넘어 민간 외교관으로…전 세계 '록스타'

빅테크 이끄는 주역…AI 생태계 만드는 개척 정신

[경주=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APEC 정상회의 장소인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10.31. bjko@newsis.com
[경주=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APEC 정상회의 장소인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10.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인맥왕' 젠슨 황은 미중 무역 갈등의 '균형자'로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는 미·중 갈등 최전선에 있지만, 역설적으로 황 CEO는 양측의 긴장 완화를 추구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 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인 올해 2월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제한을 논의하기 위해 황 CEO와 만났다. 그만큼 황 CEO의 말 한마디가 미국 통상 정책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무게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황 CEO를 '신사(gentleman)'라 부르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황 CEO는 이후 중국 시장 특화용 AI 반도체 수출이 중단되자,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수출 규제를 풀어낸 바 있다. 수출 규제가 중국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설득한 결과다.

그는 중국에서 AI 인재와 생산 소비 모든 면에서 강점이 있다며 협력과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 상황에서도 중국 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눈길을 끈다.

미중 사이의 중재자 역할도 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을 중국에 판매하는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중국 당국이 황 CEO 및 다른 기업과 칩 판매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CEO는 기자들과 만나 "두 대통령이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황 CEO은 중국 당국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지난해 황 CEO는 대만 타이베이 한 식당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파트너사 경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만의 AI(인공지능)에 투자하는 이유에 대해 "대만이 가장 중요한 국가(country)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선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에서 대만을 '국가'로 칭하는 것이 최대 금기어라는 점에서 중국의 항의가 거셀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중국 언론들은 침묵했다. 이는 황 CEO를 적으로 돌릴 수 없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트럼프 정부의 폐쇄적인 이민 정책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젠슨 황은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당시에 적용됐다면 우리 가족의 미국 이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행보에 대해 황 CEO가 '민간 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들린다. 엔비디아가 가진 AI 기술이 갖고 있는 현재 글로벌 산업의 중요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대만에서 젠슨 황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젠슨(Jensen)'과 '광기(Insanity)'를 합친 "젠새너티(Jensanity)'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특히 세계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창업자인 장중머우에 대해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긴밀하다. TSMC를 중심으로 한 테크 업계 리더들과 꾸준히 회동하며, 대만을 AI 생태계의 전략적 거점으로 삼으려고 한다.

이번 경주 APEC를 계기로 열린 특별 강연에선 "모든 테크놀로지 산업이 중요하지만 지금이 한국에게 특히 기회가 될 수 있는 시기"라며 한국과의 협력을 확장하려는 발언을 언급했다.
[서울=뉴시스]엔비디아의 DGX 스파크가 스페이스X와 일론 머스크에 전달되고 있다. (사진=엔비디아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엔비디아의 DGX 스파크가 스페이스X와 일론 머스크에 전달되고 있다. (사진=엔비디아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전세계 빅테크 업계를 이끄는 주역이기도 하다.

엔비디아는 최근 회사 블로그에 게재된 사진 한 장으로 업계에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황 CEO는 최근 출시된 개인용 AI 슈퍼컴퓨터를 일론 머스크에게 전달하고 서명을 받았다. 이날 머스크는 스페이스X에서 개발 중인 인류 최대 발사체 스타십(Starship)의 11차 시험 비행을 진행 중이었다. 이 컴퓨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도 전달됐다.

업계에선 지난 2016년 8월 황 CEO가 전작인 DGX-1을 머스크 CEO와 오픈AI에 전달했던 장면이 오버랩된다는 평가를 한다.

오픈AI는 이후 6년 만인 2022년 11월30일에 생성형 AI '챗GPT'의 서비스를 시작하며, 전 세계 기술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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