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페리아 쇼크' 확산…글로벌 車 업체들, 생산 축소에서 중단까지

기사등록 2025/10/29 11:25:15

최종수정 2025/10/29 14:52:27

혼다·볼보 등 칩 부족 직격탄…EU-중국, 공급망 회담서 해결 모색

[네이메헌=AP/뉴시스]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의 수출 중단 사태로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네덜란드 네이메헌의 넥스페리아 본사 건물. 2025.10.29.
[네이메헌=AP/뉴시스]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의 수출 중단 사태로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네덜란드 네이메헌의 넥스페리아 본사 건물. 2025.10.29.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의 수출 중단 사태로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번 주 북미 지역 혼다 공장에서 시작된 생산 차질은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는 네덜란드·중국·미국 3국 정부가 얽힌 이례적인 지정학적 갈등에서 비롯됐다. 미국이 넥스페리아의 중국인 CEO(최고경영자)를 교체하지 않으면 회사를 국가안보 위협 기업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자, 네덜란드 정부가 회사 경영권을 직접 통제하는 조치에 나섰다.

이에 중국 정부는 넥스페리아 제품의 약 80%가 자국 내에서 가공돼 전 세계 고객사로 공급된다는 점을 들어, 중국 내 제품 수출 전면 중단 명령을 내렸고 사태는 급속히 악화됐다.

넥스페리아는 첨단 반도체보다는 차량 잠금장치·공조시스템·속도계 등 다양한 자동차 부품에 사용되는 기초용 마이크로칩 시장의 주요 공급업체다. 업계 관계자들은 넥스페리아의 생산이 중단되면 대체 공급선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이미 일부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업체는 칩 재고가 빠르게 고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앨리스턴 조립공장에서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였으며, 29일부터 일주일간 공장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볼보 CEO 호칸 사무엘손은 "이 칩들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부품은 아니지만, 차량 한 대에는 수백 개의 소형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들어간다"고 우려했다.

넥스페리아 측은 "수출 제한 조치의 예외 인정을 추진 중이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반도체 부족 사태를 통해 위기 대응 경험을 쌓았지만, 이번 사태는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사무엘손 CEO는 "이번 문제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고위 외교 채널을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기계설비제조협회(VDMA)는 "넥스페리아의 중국 수출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뿐 아니라 발전기, 건설장비, 농기계 제조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네덜란드와 유럽연합(EU) 당국자들은 중국 측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으며, 이번 주 브뤼셀에서 열릴 EU-중국 간 기술 회담에서도 넥스페리아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사태가 팬데믹 당시의 반도체 위기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대부분의 부품업체가 2~3주치 재고만 보유하고 있어 빠르면 이번 주부터 공급 차질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보쉬는 "고객사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필요 시 독일 내 엔진제어장치 공장의 일정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도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 정부 간 협력을 통해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포드 CEO 짐 팔리와 COO 쿠마 갈호트라는 "가능한 모든 대체 공급원을 확보했지만, 이번 분기 내 해결이 시급하다"며 "이번 문제는 특정 기업이 아닌 전 세계 자동차 산업 전체의 위기"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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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페리아 쇼크' 확산…글로벌 車 업체들, 생산 축소에서 중단까지

기사등록 2025/10/29 11:25:15 최초수정 2025/10/29 14: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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