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릴 카라비츠 "한국, 세계 음악계 중심…관객들 열정은 으뜸"[문화人터뷰]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클래식 음악이 한국이라는 국가의 문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한국은 세계 음악계의 핵심 중심지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8일 뉴시스와 서면으로 만난 우크라이나의 세계적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49)가 세계 클래식계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훌륭한 콘서트홀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고, 뛰어난 젊은 음악가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으며, 관객층도 크게 성장하고 젊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라비츠는 오는 30일 개막하는 '2025 서울국제음악제'의 폐막 공연을  책임진다. 내달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 폐막음악회 'SIMF 오케스트라 with 키릴 카라비츠' 무대에도 오른다.

카라비츠는 1893년 창설해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악단 본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지난해까지 15년간 활동했다. 현재 그는 본머스 심포니의 명예지휘자로 임명됐다.

그는 유럽, 북미, 아시아 등 전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왔다. 뮌헨 필하모닉, 파리 관현악단, 클리블랜드·필라델피아·댈러스·샌프란시스코·시카고 심포니, 도쿄 교향악단 등과 협연을 이어왔다.

카라비츠는 유독 한국과 인연이 깊다. 2009년과 2013년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췄고, 2022년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와 내한 공연을 가졌다. 이때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협연했다. 두  사람은 서로 '음악 친구'로 부르며 김선욱이 2020년 시카고 심포니 데뷔 무대에서 카라비츠가 지휘를 맡았다.

카라비츠는 지난해 개최된 교향악축제에서 부산시향을 이끌었고, 올해 서울국제음악제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음악제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국내 관객의 '열정'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관객은 공연 중에는 집중력 있게 연주에 몰입하고,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열정적이에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열광적인 관객인 것 같아요."

카라비츠는 음악제에 처음 참가하는 소감도 전했다. 그는 "음악제에 대해 이전부터 주변 동료 음악가들에게 자주 들어 직접 함께하게 돼 매우 기쁘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의 공연 경험은 언제나 보람되고 기쁘고 만족스러웠다"며 "이번 축제에서도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음악제에서 카라비츠는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주자들이 모여 구성된 'SIMF 오케스트라'를 이끈다. 이들은 음악회에서 총 세 곡을 연주한다.

먼저 일본 작곡가 다케미쓰 도오루의 비올라 협주곡 '가을의 현'이 한국 초연돼 이번 폐막 공연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2022년 도쿄 국제 콩쿠르 우승자 비올리스트 박하양이 협연한다.

카라비츠는 "작품은 가을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담아낸 매우 서정적이고 분위기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외에도 그는 악단과 브루흐의 '바이올린, 비올라를 위한 협주곡'과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을 연주한다.

이번 음악제의 주제인 '춤'을 공연에서 잘 녹여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각각의 곡이 마치 춤처럼 유기적으로 흐르도록 만드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각 작품이 서로 다른 정서를 지니면서도 하나의 축을 형성하도록 구성돼 있어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이 연주되는 후반부에서 감정과 에너지가 정점에 이르도록 전체 구조를 설계하려해요."

수많은 악단을 지휘하며 연주 무대를 가진 카라비츠에게 '지휘'란 무엇일까.

"음악이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고, 연주자와 청중 모두에게 감정적 영향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은 결국 감정의 나눔과 교류가 아닐까요? 무대 위에서 이 감정이 오케스트라, 지휘자, 관객, 서로서로에게 전달될 때 비로소 음악이 완성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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