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부녀, 16년 만의 재심서 무죄 선고

기사등록 2025/10/28 15:36:16

최종수정 2025/10/28 16:52:24

부녀, 청산가리 탄 막걸리 마시게해 아내이자 친모 살해

무기징역·징역20년 확정…"위법 수사" 인정돼 재심 개시

"자백 임의성·신빙성 없어" 무죄…검찰 "상고 여부 검토"

[광주=뉴시스] 광주고등법원.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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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2009년 전남 한 마을에서 발생한 이른바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으로 중형이 확정됐던 부녀(父女)가 사건 발생 16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광주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의영)는 28일 존속살해 등 혐의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 형이 확정됐던 백모(75)씨와 백씨의 딸(41)의 재심에서 각기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자료 만으로는 부녀의 살인 범행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도 없다.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 검사가 주장한 법리 오해도 없다"며 부녀의 살인·존속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1심)과 같이 무죄를 인정했다.

다만 딸 백씨의 성범죄 무고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무고한 사실을 자백한 점, 초범이고 범행을 인정하는 점을 고려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백씨 부녀는 서로 공모해 2009년 7월6일 순천시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청산염)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 최모(당시 59세)씨와 최씨의 지인에게 마시게 해 2명을 숨지게 하고, 함께 마신 주민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던 백씨 부녀가 갈등 관계였던 아내이자 친모인 최씨를 살해했다고 봤다.

1심은 부녀의 자백 진술에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유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2심은 백씨 부녀와 최씨의 갈등을 살인 동기로 볼 수 있고, 범행 내용·역할 분담에 대한 진술이 일치한다며 원심을 깨고 중형을 선고했다.

2012년 3월 대법원은 2심과 마찬가지로 아버지 백씨에게 무기징역, 딸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해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범행에 쓰였다는 막걸리 구입 경위가 불확실한 점, 청산 입수 시기·경위와 법의학 감정 결과가 명확히 일치하지 않았던 점, 부녀의 진술 태도와 달리 검찰 작성 조서는 구체적으로 기재된 점 등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백씨 부녀는 유죄 확정 10년여 만인 2022년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심 개시 결정을 했다.

백씨의 법률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실험 결과를 들어 당시 감정 결과에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했고 검찰 역시 재구성 실험이 당시 조건과 다를 수 있다며 맞섰다.

박 변호사는 증인 심문 과정에서 강압·회유 수사 의혹을 집중 추궁하기도 했다. 반면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검사·수사관들은 대체로 '수사에 문제가 있지 않았다', '몰고 가거나 표적 수사한 것은 아니다'며 적극 반박했다.

그러나 재심 재판부는 강압 수사를 통해 확보된 주요 자백 진술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부녀의 손을 들어줬다.

재심 재판부는 "지적 능력, 학력, 경력, 사회적 지위 등을 살펴볼 때 딸 백씨는 지능지수 74점 정도의 경계성 지능을 가졌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최초 자백을 비롯한 여러 진술 조서 작성 시 신뢰관계자의 동석이 이뤄지지 않은 점, 진술 거부권이 고지되지 않은 점, 자백 진술의 개연성을 볼 때 수사기관에서 유도 심문을 반복적으로 했던 점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어 "아버지 백씨 역시 초등학교를 중퇴, 비교적 쉬운 글자 정도만 읽을 수 있는 학력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모든 조서에 관해 백씨에게 읽어주거나 확인해줬다는 자료가 없다. 백씨가 조서를 스스로 열람·해명할 기회가 주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2007년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적법 절차 준수 규정에 따른 열람권 보장이 안 된 조사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범행 공모 동기였던 부녀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 역시 "수사관의 막연한 추측과 검사의 요청에 따라 관련 질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범행 동기가 객관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워 인정되지 않는다. 재심 개시 증인 신문에서도 부녀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할만한 객관적 정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당시 아버지가 몰았다는 화물차가 도로 폐쇄회로(CC)TV에 찍힌 자료와 막걸리 실제 투여량 등 과학적 증거에 비춰봐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시점에 아버지 백씨가 막걸리를 구입했다는 사실로 인정할 수 없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에 따라 이 사건 막걸리에는 약 29.63g 이상 청산염이 투입됐으나 딸 백씨의 진술처럼 '두 숟가락'으로 청산염을 투입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진술 상 청산염 투입 시점도 실제와 일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무죄 판결에 대해 검찰은 "재심 판결문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상소 제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대법원 상고 가능성도 열어뒀다.

상고권은 광주고검에 있으나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사가 공소 업무 직무대리를 맡고 있어 상고 결정까지 수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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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부녀, 16년 만의 재심서 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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