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케이블카 관광…연구활동비 전액 반납하기도

제천시의회 연구단체 연구용역보고회 *재판매 및 DB 금지
[제천=뉴시스] 이병찬 기자 = 충북 제천시의회의 연구모임 활동비 대부분이 외부 연구용역비로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역량 강화를 위한 자기계발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제천시의회에 따르면 2015년 의원연구단체 지원조례를 제정한 시의회는 매년 시의원 1인당 500만원의 연구용역비와 1개 연구단체당 500만원 한도의 연구활동비를 지원하고 있다.
2023~2025년 매년 3개의 연구단체를 구성한 시의회는 해당 조례에 따라 연간 6500만원의 연구용역비와 1500만원의 연구활동비를 지출하고 있다.
3명이 모인 연구단체는 1300만~1400만원대의 연구용역비를, 4명으로 구성한 연구단체는 1900만원대 연구용역을 외부에 각각 의뢰했다. 1인당 500만원인 예산에 맞춰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윤치국·송수연·이정현 시의원이 참여한 '비법정도로 실태와 문제개선 연구모임'은 1350만원을 들여 한국지적학회에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권오규·박해윤·이재신·이경리·이정임 시의원의 '스포츠관광 활성화 마케팅 연구단체'는 세명대 산학협력단에 1980만원짜리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올해 들어서도 살기좋은 도시 제천의 매력, 통학·통근 버스노선 프로젝트 등 연구단체가 각각 1425만원과 1900만원을 들여 연구용역을 했다.
연구용역 업체에 과제를 주고 연구를 수행하게 한 뒤 그 결과를 보고 받는 방식이다. 연구용역 의뢰 기관은 연구단체 대표 시의원의 추천을 받은 시의회 사무국이 연구수행 능력 검토를 거쳐 수의계약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연구용역보고서는 일반에 공개된 단순 현황자료나 통계로 지면을 채우거나 관련 법령과 규정으로 절반 이상을 메우는 등 부실한 상태다. 시의회는 연구용역보고서 PDF파일을 시의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연구단체당 500만원을 지급하는 연구활동비도 허투루 쓰이고 있다. 스포츠관광 활성화 마케팅 연구단체는 지난해 선진지 벤치마킹을 한다며 전남 목포를 다녀왔다. 여비 59만5000원은 버스와 식사비로 썼고 스포츠관광과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해상케이블카도 탔다. 이 연구단체의 보고서에 목포 견학 관련 언급은 한 줄도 없다.
연구단체의 연구와 활동에 쓸 수 있는 연구활동비는 현장조사, 토론회, 간담회, 자문 등에 사용해야 하지만 대부분 식사를 겸한 간담회 비용으로 지출됐다. 연구활동비를 한 푼도 쓰지 않은 비법정도로 실태와 문제개선 연구모임은 연구를 위한 간담회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박영기 의장 등 시의원 3명이 연구단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시의회의 한 관계자는 "연구단체 소속 의원들이 의견이나 정책적 제안 등을 연구용역에 함께 담아내고 있다"면서 "연구단체가 용역의 방향을 제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 받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연구단체에 지급하는 500만원 연구활동비는 지출하지 않거나 반납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 시의원은 "시의원들이 모여 정책을 토론하고 공부할 기회가 부족해 연구단체 조례를 만들었지만 주제와 답안이 뻔한 책 한 권만 내놓고 있다"면서 "과거 내용 짜깁기 수준에 불과한 보고서를 내는 용역사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시의원은 "예산이 있으니 쓰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면서 "단순히 용역만 의뢰할 게 아니라 함께 현장을 다니고 고민하면서 연구단체 운영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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