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즈 겐시, '체인소맨' 흥행 업고 韓 열풍…"J팝, 장르 아닌 '콘텐츠 경험' 인식"

기사등록 2025/10/15 10:12:20

日 애니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역주행 박스오피스 1위

오프닝곡 '아이리스 아웃' 멜론 톱100 최고 순위 4위

우타다 히카루 피처링 엔딩 타이틀곡 '제인 도'도 인기

[서울=뉴시스] 요네즈 겐시. (사진 = 소니 픽처스 제공) 2025.10.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요네즈 겐시. (사진 = 소니 픽처스 제공) 2025.10.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일본 간판 싱어송라이터 요네즈 겐시(米津玄師·Kenshi Yonezu·요네즈 켄시)가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난 J-팝의 시너지의 위력을 국내에서 확인시켜주고 있다.

15일 영화계와 J-팝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국내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누적 관객 187만명을 넘겼다.

개봉 4주차에도 박스 오피스에서 역주행하며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요네즈 겐시가 참여한 이 애니의 OST 역시 만만치 않은 인기를 자랑하는 중이다. 그가 작사, 작곡, 편곡을 도맡은 오프닝 테마곡 '아이리스 아웃(IRIS OUT)'은 최근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 톱100 최고 순위 4위를 찍었다.

멜론 톱100은 차트 상위권이 굳혀지면 장기간 크게 변동이 없어 '콘크리트 차트'로 통해 인기 K-팝 아이돌의 신곡이 뚫고 들어오기 힘들다. 그런데 '아이리스 아웃'은 10위권 안팎을 오르내리는 중이다.

아울러 역시 요네즈 겐시가 작사, 작곡, 편곡을 도맡고  메가 히트곡 '퍼스트 러브(First Love)'의 세계적인 J팝 스타인 우타다 히카루(Hikaru Utada)가 피처링한 애니의 엔딩 타이틀곡 '제인 도(JANE DOE)'의 상승세도 무섭다. 전날 오후 멜론 톱100에서 60위권까지 치고 올라왔다.

멜론 톱100에 J-팝이 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 싱어송라이터 이마세 '나이트 댄서'가 최고 순위 17위를 찍었고 일본 톱 싱어송라이터 아이묭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도 순위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애니 OST가 이렇게 높은 순위에 자리매김한 경우는 흔치 않다.
[서울=뉴시스]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사진 = 소니 픽처스 제공) 2025.10.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사진 = 소니 픽처스 제공) 2025.10.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아이리스 아웃'과 '제인 도'는 특히 애니의 서사와 맞물리며 큰 호응을 얻는 중이다. '아이리스 아웃'엔 극 중 레제의 대사 '밤(BOMB)'이 삽입됐다. 레제라는 여성에게 매료되는 덴지의 광란의 감정이 녹아들어갔다. 일본에선 '아이리스 아웃'이 작품 자체를 재구축하는 주제가라며 요네즈 겐시에 대해 "해석의 악마"라고 극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짙은 여운의 '제인 도'는 덴지와 레제를 연상시키는 남녀 듀엣곡으로 우타다 히카루의 아우라가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도 있다.

요네즈 겐시와 '체인소 맨'의 시너지는 앞서 확인됐다. 2023년 발표한 TV 애니메이션 '체인소 맨' 오프닝곡 '킥 백'은 미국 레코드협회(RIAA)로부터 일본어 곡 최초 골드 인증을 받기도 했다.

'아이리스 아웃'과 '제인 도'에 대한 반응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각지에서 더 폭발적이다.

'아이리스 아웃'은 발매와 동시에 일본 오리콘 사상 최고 주간 스트리밍인 3219만 뷰를 기록하며 '오리콘 주간 스트리밍 랭킹' 1위를 차지했다. '제인 도' 또한 주간 디지털 싱글 랭킹 1위에 올랐다.

특히 눈여겨 볼 지점은 '아이리스 아웃'이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J-팝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이 노래는 최근 미국 빌보드 글로벌 차트인 '글로벌(Global) 200'에서 J-팝 역대 최고 순위인 5위를 찍었다. 앞서 해당 차트에 들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주제곡인 일본 혼성 유닛 '요아소비(YOASOBI)'의 '아이돌', 일본 애니메이션 '마슐(MASHLE)' 2기 오프닝 테마곡인 일본 힙합 유닛 '크리피 너츠(Creepy Nuts·크리피 넛츠)'의 '블링-뱅-뱅-본(Bling-Bang-Bang-Born)'보다 높은 순위다.

일본에서 무엇보다 '아이돌', '블링-뱅-뱅-본'이 숏폼 플랫폼 틱톡의 댄스 챌린지 등의 바람을 타고 서서히 인기를 얻은 반면, '아이리스 아웃'은 발매 직후부터 큰 화제가 된 점에 대해 특기하고 있다.
체인소맨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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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은 "노래의 완성도는 물론 애니메이션 주제가로서의 고집이 해외 팬들에게 사전에 높이 평가됐다"면서 "보통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는 애니메이션이 흥행하면서 인기가 높아지는 구조인데, '아이리스 아웃'은 영화 개봉 직후부터 인기가 수직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 먼저 공개된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예고편에 '아이리스 아웃'이 일부 삽입되긴 했지만, '킥 백'은 물론 이미 완성도와 대중성이 확인된 요네즈 겐시 표(標) 애니메이션 OST 효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앞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OST '지구본(地球儀)'(Spinning Globe), 애니메이션 '해수의 아이' OST '바다의 유령' 등으로도 호평을 들었다.

2009년 보컬로이드(VOCALOID·보컬 신서사이저 소프트웨어) 프로듀서 하치(ハチ)로 오리지널 작품을 발표하며 음악 활동을 시작한 요네즈 겐시는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노래, 프로그래밍, 믹싱 등 음악 작업은 물론 영상과 아트워크까지 도맡는 능력으로 곡의 완성도를 일관성 있게 보장하고 있다. 특히 일본 드라마 '언내추럴'의 주제곡이자 글로벌 히트곡 '레몬(Lemon)'으로도 유명한 그는 정식 데뷔 13년 만인 지난 3월 22~23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연 국내 첫 콘서트 '정크(JUNK)'를 매진시키는 등 이미 마니아층을 구축 중이다.

이와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이 국내에서 메인 장르로 진입하고 있는 시점에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이 개봉한 것도 국내 흥행과 OST 인기에 주요 요인이 됐다. 이 애니는 전 세계 누계 발행 부수 3000만 부를 돌파한 후지모토 타츠키(후지모토 다츠키)의 만화 '체인소 맨'의 에피소드 '레제편'을 영화화한 것이다. 전기톱 악마 포치타와의 계약으로 '체인소 맨'이 된 소년 덴지와 정체불명의 소녀 레제의 만남을 그린다. 다소 폭력성이 짙은 이 만화와 애니는 사실 대중적이지는 않다.

'당신이 알아야 할 일본 가수들' 저자인 J팝 전문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는 "인스파이어의 이틀간 내한 공연이 전석 매진된 것에서 알 수 있듯, 일차적으로는 요네즈 겐시 팬층의 적극적인 소비가 주된 동력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이 정도의 폭발적인 반응은 극장판 '체인소맨 - 레제 편'의 흥행과 맞물린 시너지 효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인천=뉴시스] 요네즈 겐시(요네즈 켄시)가 22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고 있다. (사진 = Yusuke Yamatani 제공) 2025.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 요네즈 겐시(요네즈 켄시)가 22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고 있다. (사진 = Yusuke Yamatani 제공) 2025.03.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더 넓게 보면, 최근 '귀멸의 칼날'이나 '체인소맨'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넷플릭스를 통해 특정 마니아층을 넘어 일반 대중에게도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흐름이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면서 "예전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그 OST를 즐기는 것이 '특정 취향'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플랫폼의 확산이 그 경계를 허물어 '보편적인 취미'로 자리잡는 전환점에 와 있다"고 톺아봤다.

아울러 J-팝이 국내에서 완전히 자리잡았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이번 '아이리스 아웃'과 '제인 도'의 열풍은 J-팝에 대한 접근성과 수용도 등이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 가능하다.

황 평론가도 "과거에는 일본 대중음악이 특정 팬층의 전유물로 인식됐지만, 넷플릭스·유튜브·소셜미디어를 통해 10~20대를 중심으로 이러한 일본의 콘텐츠들을 취향에 맞춰 자연스럽게 즐기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그 파급효과가 더욱 커져가고 있다"고 짚었다.

요네즈 겐시를 비롯 일본 톱 스타 싱어송라이터 아이묭(あいみょん·모리이 아이미), 일본 얼터너티브 록 밴드 '히츠지분가쿠'(羊文学·양문학), 일본 대세 밴드 '료쿠오쇼쿠샤카이'(緑黄色社会·녹황색사회) 같은 다수의 일본 아티스트들의 잇따른 내한 공연과 흥행 실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황 평론가는 "J-팝이 '장르'라기보다 하나의 '콘텐츠 경험의 일부'로 인식되는 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며, 일본 음악이 더 이상 '일본 음악'이라는 출처로 구분되지 않고, 좋은 음악이면 자연스럽게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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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즈 겐시, '체인소맨' 흥행 업고 韓 열풍…"J팝, 장르 아닌 '콘텐츠 경험'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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