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항 재개 앞두고 모객 브레이크… 베트남 대체 전략도 좌초
유튜버 "캄보디아 안전" 주장에 업계 "시기상조" 경계
정부, '코리안 데스크' 설치 추진…캄보디아와 치안 공조 강화
![[서울=뉴시스] 캄보디아 씨엠립의 앙코르와트.](https://img1.newsis.com/2024/01/16/NISI20240116_0001460608_web.jpg?rnd=20240116150631)
[서울=뉴시스] 캄보디아 씨엠립의 앙코르와트.
[서울=뉴시스]김정환 관광전문 기자 = 캄보디아 여행 수요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캄보디아 여행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단됐던 '인천–시엠레아프(씨엠립)' 직항 노선이 아직 재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범죄 사건까지 겹치며 사실상 '잠정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최근 캄보디아에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월 캄폿주 보코르산 인근에서는 20대 한국인 남성이 중국인 조직에 납치돼 고문 끝에 숨진 채 발견됐고, 수도 프놈펜에서도 납치 피해 사례가 연이어 보고됐다.
국내 여행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지금 캄보디아에 가도 괜찮나?" "위험하지 않으냐?" 등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납치돼 캄보디아로 끌려갔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돌면서 "이제 동남아 자체를 가도 되겠느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외교부와 경찰에 따르면, 최근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2023년 연간 10~20건 수준에서 지난해 220건, 올해 8월에는 330건을 넘어섰다.
다만 납치·감금 사건은 대부분 '고수익 해외 취업'이나 '투자 리딩방'을 미끼로 한 온라인 취업 사기형 범죄로 파악된다.
현지 한인 사회 역시 "일반 관광객이 무작위로 피해를 본 사례는 드물다"며 과도한 공포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외교부는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 취업 사기·감금 피해사례가 급증함에 따라 수도 프놈펜 등지에 '특별 여행 주의보'를 발령했다. 웃더민체이주, 프레아비히어주, 반테이민체이주, 파일린주, 바탐방주, 푸르사트주, 코콩주, 시하누크빌주, 캄폿주 보코산 지역, 바벳시, 프놈펜시가 해당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10/13/NISI20251013_0001964227_web.jpg?rnd=20251013105459)
[서울=뉴시스] 외교부는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 취업 사기·감금 피해사례가 급증함에 따라 수도 프놈펜 등지에 '특별 여행 주의보'를 발령했다. 웃더민체이주, 프레아비히어주, 반테이민체이주, 파일린주, 바탐방주, 푸르사트주, 코콩주, 시하누크빌주, 캄폿주 보코산 지역, 바벳시, 프놈펜시가 해당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캄보디아의 주요 관광지는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앙코르왓)을 비롯해 시엠레아프(씨엠립), 프놈펜, 시누크빌, 톤레삽 호수 등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관광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이들 지역의 인프라 확충과 신흥 관광지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여행업계도 베트남·태국 등 주요 동남아 관광지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신선한 '대체 여행지'로 캄보디아를 띄우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12월 인천–씨엠립 직항편 재개를 앞두고 동계 시즌 상품을 준비 중이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판매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캄보디아 여행 상품은 대부분 단체 가이드가 동행하는 패키지 형태로 운영돼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다"며 "이번에 벌어진 사건들도 대부분 취업 사기형 범죄로, 일반 여행객이 피해를 입은 사례는 드물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직항이 재개되면 시장 반응을 다시 보겠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소비자 불안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여행업계는 캄보디아가 '안전한 여행지'로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캄보디아 정부의 여행객 안전 조치 강화와 우리 정부와의 공조 체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국내 여행 유튜버들이 캄보디아 현지를 찾아 "생각보다 안전하다"는 취지의 방송을 올리며 논란이 일고 있다. 여행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캄보디아가 안전하다고 확인된 것도 아니고, 현지 정부가 명확한 안전 대책을 내놓은 상황도 아니다"며 "유튜버가 '괜찮다'고 단정한 말을 믿고 자유여행객이 안심하고 방문했다가 위험에 처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외교부와 경찰청을 중심으로 캄보디아 현지 당국과의 공조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외교부는 10일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초치해 강력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현지 치안 강화를 촉구했다.
같은 날 프놈펜 지역의 여행 경보를 기존 2단계 '여행 자제'에서 한 단계 격상된 '특별 여행 주의보'로 상향했다. 이는 사실상 우리 국민에게 현지 여행을 전면 자제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이와 함께 현지 공관 인력을 확충하고, 캄보디아 당국에 한국인 대상 범죄 대응 강화를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다.
경찰청은 캄보디아 경찰청과 협력해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할 '코리안 데스크' 설치를 추진 중이다. 이는 현지 경찰 조직 내에 한국 경찰관을 직접 파견해 초기 단계부터 공조 수사를 벌이는 체계다. 범죄 발생 시 신속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달 중 캄보디아를 방문해 현지 치안 당국과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또한 인터폴, 아세안폴(ASEANAPOL) 등 국제 경찰기구와의 협력망을 강화하고, 국제 공조 수사 인력 30여 명을 추가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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