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조회수가 되면 나는 죽습니다"…드라마 '클릭베이트'로 본 로맨스 스캠

기사등록 2025/10/12 08:00:00

최종수정 2025/10/12 08:02:24

[시네마 시큐] '클릭베이트' 속 개인정보 도용·로맨스 스캠

데이팅앱·SNS 통해 접근…해외 거주 위장·친밀한 관계 형성한 뒤 금품 요구

국내서도 꾸준히 피해 증가…계정 보안 강화·온라인상 금전 요구엔 단호히 거절

넷플릭스 시리즈 '클릭베이트' 예고 영상(사진=넷플릭스) *재판매 및 DB 금지
넷플릭스 시리즈 '클릭베이트' 예고 영상(사진=넷플릭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나는 여성을 학대했다. 이 영상이 500만 조회수를 넘기면 나는 죽는다."

피아는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이런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오빠 닉의 영상을 우연히 발견한다.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납치돼 피투성이가 된 그의 모습, 그리고 '여성을 학대했다'는 충격적인 문구. 피아가 아는 닉은 두 아이의 다정한 아버지이자 언제나 사고만 치는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주던 든든한 오빠일 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상의 조회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그 수치는 곧 닉의 생사와 직결된 잔혹한 카운트다운이 된다.

피아는 닉을 구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그의 행적을 하나씩 추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가 마주한 닉의 과거는 상상 이상으로 충격적이었다.

닉은 데이팅 앱을 통해 여러 여성들과 관계를 맺어왔으며, 일부 여성은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리고 닉에게 강한 정서적 의존을 보였던 한 여성은 '그만 연락하라'는 그의 통보에 상처를 입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정황까지 드러난다.

피아의 혼란은 점점 깊어진다. 그는 정말 그런 모습을 가진 사람이었단 말인가.

온라인 속 사랑의 덫 '로맨스 스캠' 주의보

지난 2021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클릭베이트'는 데이팅 앱을 이용한 로맨스 스캠(Romance Scam)과 개인정보 도용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극 중에서는 누군가가 주인공의 사진과 신상 정보를 도용해 수많은 여성들을 속이고, 그 중 한 여성이 심각한 정서적 피해 끝에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되는 사건이 이야기의 배경에 깔려 있다.

로맨스 스캠은 로맨스(Romance)와 사기(Scam)의 합성어로 온라인에서 신뢰를 쌓은 후 금전적 피해를 입히는 범죄다. 소셜네트워크(SNS)나 데이팅 앱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으며 피해자 연령대도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범죄자들은 매력적인 외모의 사진을 도용해 가짜 프로필을 만든 뒤, 데이팅 앱이나 메신저를 통해 접근한다. 자신을 군인, 의사, 사업가, 외교관, 엔지니어 등 사회적 신뢰도가 높은 직업으로 소개하며 '해외에 근무 중이라 직접 만나기 어렵다'는 설정을 자주 이용한다.

이후 지속적인 애정 표현과 결혼 약속 등으로 피해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신뢰가 충분히 쌓이면 세관비용, 의료비, 사업 투자금, 여행 경비 등을 이유로 금전을 요구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합성 이미지(딥페이크)나 음성 모사 기술까지 동원돼 수법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로맨스 스캠에 의한 피해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접수된 로맨스 스캠 피해는 총 1163건, 피해 금액은 약 70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지난달에는 SNS로 접근한 '퇴역 미군 장교' 사칭범에게 속아 2700만원을 송금하려던 70대 여성이 은행 직원과 경찰의 빠른 대응으로 피해를 피하는 일이 있었다. 이달에는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한국 남성들을 상대로 로맨스 스캠을 저지른 범죄조직의 조직원들이 검거돼 재판에 넘겨졌다.

금전 요구는 단호히 거절해야

로맨스 스캠과 개인정보 도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SNS 계정 보안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SNS에 과도한 개인정보를 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계정을 '전체공개'로 지정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계정 보안도 강화해야 한다.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변경하고 이중 인증(MFA)을 활성화하도록 한다.

의심스러운 친구 요청이나 낯선 메시지는 즉시 차단 또는 무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SNS에서 무분별한 친구 추가를 자제하고 짧은 시간 안에 과도한 애정 표현이나 로맨틱한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은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 상대방이 보낸 사진은 이미지 검색을 통해 인터넷에 동일한 사진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면 가짜 프로필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금전 요구는 무조건 거절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만난 사람이 금전적 도움을 요청할 경우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또 온라인으로 알게 된 사람에게 은행 정보, 주소 등 민감한 개인 정보를 절대 제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피해가 의심될 경우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나 금융감독원, 신고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이미 돈을 송금했다면 은행에 즉시 연락해 지급 정지를 요청하도록 한다.

로맨스 스캠은 단순한 금전 사기가 아니라 감정을 이용한 심리적 범죄다. 따라서 낯선 사람의 친밀한 접근에 경계심을 유지하고 감정적으로 취약한 순간에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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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 조회수가 되면 나는 죽습니다"…드라마 '클릭베이트'로 본 로맨스 스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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