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수 "현실이 힘들어도, 그래도 춤을 추세요" [문화人터뷰]

기사등록 2025/09/27 14:00:00

최종수정 2025/09/29 16:24:14

세번째 소설집 '그래도 춤을 추세요' 출간

"말로 하는 소통의 한계…춤으로 버텨보잔 생각"

"막춤에서 시작된 이야기…몸 움직이면 해방감"

2014년 등단 후 6년간 공백에도 꾸준히 집필

영감의 원천은 경험…"각인된 감정이 소설로"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서수 작가가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9.2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서수 작가가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9.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대화 만으론 소통에 한계가 있다고 늘 느꼈어요. 웃음이 터지는 순간을 떠올려보면, 꼭 말로만 만들어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언어의 한계를 느껴서, 동작을 한번 넣어볼까 했죠."

소설가 이서수(42)는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힘든 현실을 버티게 해주는 요소로 '춤'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출간된 세 번째 소설집 '그래도 춤을 추세요'는 2022년부터 올해 3월까지 발표한 단편 8편을 모았다. 표제작인 '춤을 추세요'는 주인공 '나'가 하교 후 거실에서 막춤을 추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나'의 춤은 엄마와 할머니로 이어지는 집안의 유전이자, 답답한 현실을 풀어내는 몸짓이다.

“할머니 세대에는 여성의 말이 무게감을 갖지 못했던 시대였죠. 말해도 들어주지 않았으니 오히려 춤이 주목받았던 게 아닐까요. 어머니는 할머니보다 더 진보적이긴 하지만 역시 꾹 참고 버텼던 것들을 춤으로 풀어냈고, 그 모습이 화자에게까지 이어진거죠."

이서수가 춤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지방 행사에서 우연히 본 공연이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관객 모두를 웃게 만드는 무용수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저렇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스쳤다. 어릴적부터 춤을 추는 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 하와이 전통춤 훌라댄스를 배우고있다면서 "몸을 움직이고 있을때 나를 붙잡고 있던 무거운 일들이 사라지는 '해방감'을 느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서수 작가가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9.2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서수 작가가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9.25. [email protected]

이번 소설집 제목은 수록 단편 '춤을 추세요' 속 문구에서 따왔다.

그는 "'춤을 추세요'는 이번 소설집에 실린 8편의 단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인데, 제목으로는 좀 딱딱하다고 느꼈다"며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 '그래도 춤을 추세요'를 택했다.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느낌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부사 '그래도'에 의미를 뒀다.

"독자분들이 어둡고 핍진한 현실을 다룬 소설에 공감하면서도 '그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냐'고 질문하는데 답변을 못 드리겠더라고요. 그래서 현실이 힘들고 어려운 것을 알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이겨내자는 거죠"

소설에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 가족 문제로 힘겨운 인물 등 동시대의 삶이 포착돼 있다. 직장 생활을 버티지 못한 본인의 경험도 녹아 있다. 그는 "남들처럼 회사생활을 하지 못한 게 괴로웠지만, 비슷한 고통을 겪는 독자들에게는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직장인의 고충은 이서수가 회사생활을 못 견딘 본인의 경험이란다. 남들처럼 회사생활을 버티지 못한 자신을 보며 괴로우면서도 이와 같은 고통을 겪는 독자들에게는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고 한다.

법학을 전공한 그는 늘 소설과 함께했다. 2014년 '구제, 빈티지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으나 2020년 '당신의 4분33초' 출간까지 6년의 공백이 있었다.

"제 기준으로 (여태 연습으로) 쓴 양에 비해서 신춘문예 당선이 빨리 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당선 이후) 출판사에서 (계약하자고) 연락이 온다는데 1년이 지나도 안 오는 거예요. 그래서 '망했구나' 싶었죠."
[서울=뉴시스] '그래도 춤을 추세요' (사진=문학동네 제공) 2025.08.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그래도 춤을 추세요' (사진=문학동네 제공) 2025.08.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카페 운영, 택배 배송, 시나리오 각색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집필을 멈추지 않았다 

이서수는 "소설을 쓰는 것이 너무 재밌고 여태 한 일 중에서 가장 재밌는데 아무도 원하지 않으니까 너무 괴로웠다"면서도 "사람들이 멀리 보라고 하는데…저는 딱 하루만 봤다. 그날 정한 분량을 채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작품을 완성하겠다는 마음보다 바쁜 날에는 원고지 5매를, 여유로운 날에는 20매 정도 분량을 쓰면서 집필 행위 자체에 집중했다.

2021년 단편 '미조의 시대'로 제22회 이효석문학상을 시작으로, 젊은작가상 등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지속했다.

공백기의 경험은 소설에 그대로 반영됐다.  '마은의 가게'는 카페 창업기를, '헬프 미 시스터'는 플랫폼 노동자의 삶을 담았다.

그는  "느끼고 경험하지 않으면 소설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며 "머릿속에 각인될 만한 경험이나 감정이 있어야 써진다"고 말했다.

다른 시도도 있었다. 이주여성을 다룬 '운동장 바라보기'는 논문에서 착안했고,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을 주제로 한 '광합성 런치'는 직장인 취재와 식당 물가 조사에서 출발했다.

최근에는 인간의 감정에 주목하고 있다.

"양가 감정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사람을 착한 쪽, 나쁜 쪽으로만 나누지만 누구나 양가적 감정을 갖고 있잖아요. 앞으로는 그 복합적인 내면을 그려내고 싶습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서수 작가가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9.2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서수 작가가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9.2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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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수 "현실이 힘들어도, 그래도 춤을 추세요" [문화人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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