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변화를 이끌어온 이강우 계장, 33년의 여정
단순한 직무가 아닌, 사명으로서의 환경 행정 강조
페놀 유출 사고를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은 서사적 제목
![[밀양=뉴시스] 이강우 밀양시청 환경관리과 환경정책담당. (사진= 밀양시 제공) 2025.09.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9/26/NISI20250926_0001954176_web.jpg?rnd=20250926083349)
[밀양=뉴시스] 이강우 밀양시청 환경관리과 환경정책담당. (사진= 밀양시 제공) 2025.09.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밀양=뉴시스] 안지율 기자 = 낙동강을 뒤흔든 페놀 유출 사고는 한 청년의 삶을 바꾸었고, 그는 이후 30여 년간 밀양의 환경 행정을 이끌어왔다.
1992년 1월18일 경북 구미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페놀 유출 사고는 낙동강을 오염시키며 부산·경남 지역의 식수 공급을 중단시키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다. 이 사건은 한 청년에게 환경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 청년은 현재 밀양시청 환경관리과에서 근무 중인 이강우(58) 계장이다.
당시 정부는 지방환경전문직 확대 계획을 추진 중이었고, 그는 밀양군청 지방환경기원보시보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33년간 그는 환경 행정의 최전선에서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왔다.
생활폐기물 종량제 도입은 그의 대표적 성과다. 초기에는 시민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그는 직접 현장을 누비며 설득했고, 밀양시는 경남에서 안정적으로 종량제를 정착시킨 지역으로 평가받았다.
축산폐수 자원화 사업도 그의 손을 거쳤다. 오염원이던 축산폐수를 퇴비와 액비로 전환해 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수질 개선에도 기여했다. 생태관광 분야에서는 하천 복원과 생태공원 조성을 통해 시민과 관광객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강우 계장은 "환경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삶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며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행정을 통해 지속가능한 밀양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종량제 도입부터 자원순환까지, 그는 쓰레기와 싸웠다
![[밀양=뉴시스] 이강우 밀양시청 환경관리과 환경정책담당이 시가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밀양시 제공) 2025.09.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9/26/NISI20250926_0001954178_web.jpg?rnd=20250926083520)
[밀양=뉴시스] 이강우 밀양시청 환경관리과 환경정책담당이 시가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밀양시 제공) 2025.09.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계장의 첫 발령지는 새로 신설된 환경보호과 폐기물관리계였다. 그는 생활폐기물과 오수·분뇨, 축산폐수 관리 업무를 맡으며 지역 환경의 기초를 다지는 행정을 시작했다. 당시 쓰레기 수수료는 가구당 정액제로 부과되었고, 쓰레기 감량에 대한 인식은 낮았다.
1995년, 환경부의 정책 변화로 종량제가 도입되자 그는 밀양시의 쓰레기 정책 전환을 현장에서 직접 이끌었다. 초기에는 불법 투기와 시민 인식 부족이라는 현실적 난관이 있었지만, 그는 발로 뛰며 설득과 계도에 힘썼다. 종량제는 자원재활용과 감량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며 정착했고, 도입 30년이 지난 지금은 공공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밀양시는 소각장 대보수 사업을 통해 관내 쓰레기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그는 시민의 분리배출 의식 향상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한다. "정책은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시민의 실천이 함께할 때 비로소 환경은 바뀝니다" 그의 행정은 규제가 아닌 참여를 이끌어낸 과정이었다.
축산폐수에서 자원화까지, 환경 인식의 전환을 이끌다
이 계장은 환경부서에서 축산폐수 관리 업무를 맡아 이러한 갈등과 문제를 직접 마주했다. 이후 2014년 법 개정으로 가축분뇨는 폐수에서 자원으로 인식이 전환됐고, 액비 생산과 공공처리시설 확대로 지속 가능한 관리 체계가 자리 잡았다.
현재까지도 악취 민원이 남아 있지만, 그는 시설 운영 개선과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신뢰 회복에 힘쓰고 있다. 그의 실천은 밀양의 환경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
조례를 걷고 길을 열다, 유원지 환경 개선의 현장 리더
![[밀양=뉴시스] 이강우 밀양시청 환경관리과 환경정책담당이 엄무를 보고 있다. (사진= 밀양시 제공) 2025.09.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9/26/NISI20250926_0001954183_web.jpg?rnd=20250926083822)
[밀양=뉴시스] 이강우 밀양시청 환경관리과 환경정책담당이 엄무를 보고 있다. (사진= 밀양시 제공) 2025.09.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2009년 자연발생 유원지의 쓰레기 수거 수수료 논란이 불거졌고, 마을 단체가 수수료를 받아 운영했지만, 요금문제, 불친절, 이용객 불편과 편의시설 부족으로 민원이 이어지자 그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적극 행정으로 관련 조례를 직접 폐지하는 적극 행정을 펼쳤다.
이후 유원지에는 종량제 봉투 사용 안내와 청결 유지를 위한 인력 운영이 도입돼 자연환경 보호와 행락객 편의 모두를 고려한 개선책이 시행됐다.
수질오염총량관리제 속 최대 할당량 확보의 숨은 주역
제도 시행 초기부터 수질 개선 노력과 적극적인 자료 수집, 과학적 설명을 통해 인근 지자체보다 높은 할당량을 확보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 경쟁이 아니라 향후 도시 개발과 환경 보전의 균형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당시 실무를 맡았던 이 계장은 현장 중심의 분석과 설득으로 밀양시가 최대치의 할당량을 확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그 결과 밀양시는 현재까지도 안정적인 수질 관리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개발과 보전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 환경을 이어가고 있다.
부북면 산불, 협력과 자연이 만든 진화의 순간
![[밀양=뉴시스] 밀양시 산불진화대원들이 부북면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 밀양시 제공) 2025.09.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9/26/NISI20250926_0001954186_web.jpg?rnd=20250926083915)
[밀양=뉴시스] 밀양시 산불진화대원들이 부북면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 밀양시 제공) 2025.09.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2022년 5월31일부터 6월3일까지 밀양시 부북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산업경제담당으로 근무 중이던 이 계장에게도 잊을 수 없는 현장이었다. 불길은 화산 중턱에서 시작돼 상동면까지 번졌고, 산림과 인근 마을을 위협하는 위기 상황이 이어졌다.
위기 속에서도 산림청과 소방, 군인, 공무원, 지역 주민이 힘을 모아 진화에 나섰다. 헬기와 장비가 투입되고, 밤낮없는 현장 대응이 이어졌지만, 산불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남은 잔불은 20㎜ 이상의 단비가 내려주면서 완전 진화에 성공했다.
이 과정은 자연의 위력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그러나 함께 힘을 모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 시간이었다. 행정의 역할은 현장에서 빛났고, 협력의 힘은 불길보다 강했다.
보이지 않는 환경, 더 치열한 싸움
이 계장은 수계관리담당으로서 기름 유출 방제, 용존산소 부족으로 폐사한 물고기 수거 등 수질오염사고 예방 업무도 수행하며 "환경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더 힘들다"는 말처럼 물 한 방울의 오염이 생태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그의 업무는 늘 긴장감 속에서 이뤄진다. 그날의 화재는 단순한 진화 작업이 아닌, 환경을 지키기 위한 복합적 대응의 총체였다.
용두산 생태복원 "자연을 되살리다, 사람을 끌어들이다"
![[밀양=뉴시스] 이강우 밀양시청 환경관리과 환경정책담당이 네니처 에코리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밀양시 제공) 2025.09.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9/26/NISI20250926_0001954187_web.jpg?rnd=20250926083955)
[밀양=뉴시스] 이강우 밀양시청 환경관리과 환경정책담당이 네니처 에코리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밀양시 제공) 2025.09.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용두산 생태복원사업은 초기에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지금은 밀양 잔도길과 달팽이 전망대를 중심으로 가족 여행객과 외지인들이 찾는 산책 명소로 자리 잡았다. 선샤인테마파크 내 네이처 에코리움은 생태모방기술과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을 통한 특화된 콘텐츠 운영으로 생태체험과 환경교육의 중심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강우 계장은 "단순 반복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업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환경처에서 환경부로의 조직 변화, 업무 범위 확대, 만성적인 인력 부족 속에서도 그는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충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33년간의 공직 생활을 돌아보며 그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공직 생활을 무탈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소신이 아니라, 수많은 현장과 정책 속에서 체득한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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