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없이 철거 결정' 관광극장 논란 자초한 서귀포시

[제주=뉴시스] 양영전 기자 = 서귀포 최초의 극장으로 6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관광극장 철거 공사를 시작했다가 반대 여론에 일시 중단한 서귀포시가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성급한 결정으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오순문 서귀포시장은 24일 시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해당 논란에 대해 "정밀안전진단결과(E등급)에 따라 불가피하게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보다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했다는 데 대해선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시는 지난 19일 관광극장 철거를 시작했으나 이튿날인 20일 제주도건축사회 등이 공사 현장을 찾아 공사 중지를 요구했다. 이들은 서귀포시민의 역사적·정서적 공간인 관광극장의 보존 필요성을 주장했고, 이후 충분한 공론화 없이 철거 결정이 이뤄졌다는 비판과 함께 논란이 확산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 4월 인근에 신축하는 이중섭미술관 착공 후 터파기 공사 시 관광극장 야외 공연장 석축 벽체가 붕괴할 우려가 있다는 용역사의 의견이 있었다. 오 시장은 이 시기가 당초 계획에 없던 멸실과 철거 문제 논의를 시작한 시점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멸실 또는 철거 관련 계획은 그 전에 없었다"며 "철거와 관련한 부분은 올해 5월 돼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3개월여 만에 철거 결정이 이뤄진 셈인데 이에 대해서도 "안전상 급박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후 6월부터 3차례 진행된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일부 보존을 주장하는 의견이 있었으나, 오 시장은 거듭 안전 문제를 거론하며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점만 강조했다.

또 도건축사회가 홑담 형식의 석축 벽체와 관련, 현무암을 한 층 쌓고 시간이 지나서 또 한 층 쌓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자체로 건축적인 가치와 희소성이 있다고 한 것에 대해 "건축 공학적으로 혹은 미학적으로 잘 돼 있는 건지 아니면 예술성이 있는 건지 공감하지 못하겠다"고 답했다.

시는 도건축사회가 안전을 담보하면서 극장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면 합리적 보존·활용 가능성과 철거 후 활용 방안 등을 모두 면밀히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1960년 지어진 뒤 1963년 서귀포 최초의 극장으로 개관한 관광극장은 서귀포시 이중섭거리 내 대지면적 787㎡, 연면적 825.39㎡ 규모로 주건물(2층)과 부속건물(1층)로 이뤄졌다.

이후 1999년 극장이 폐업한 뒤 방치되다 2003년 시가 건물과 부지를 매입해 문화공간으로 활용해 왔다. 시는 안전 문제로 철거를 결정한 뒤 야외공연장 벽체를 우선 철거하고, 본 건물은 내년 철거할 계획을 세웠다.

관광극장은 2021년 '제주다운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오래된 외장타일과 도장 마감 위를 일부 덮은 넝쿨식물들이 이 건축물이 지내온 시간의 흔적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상부 지붕 없이 하늘로 열려있는 공연장은 60여년의 세월 변화를 간직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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