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 터진 이희주 "사랑은 위험하지만 동시에 순수하다" [문화人터뷰]

기사등록 2025/09/20 13:00:00

올해 '젊은 작가상' '이효석 문학상' 대상 수상

2016년 등단후 첫 소설집 '크리미(널) 러브' 출간

"10년까지는 습작기…아직은 배울 게 더 많아"

아이돌 단골 소재로…'성소년' 美英 출간 예정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첫 소설집 '크리미(널) 러브'를 펴낸 이희주 작가가 16일 서울 동작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9.20.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첫 소설집 '크리미(널) 러브'를 펴낸 이희주 작가가 16일 서울 동작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9.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올해 가장 주목받는 작가는 단연 이희주(33)다. 그는 올해 '젊은작가상'과 '이효석문학상' 대상을 연달아 거머쥐며 한국 문단의 '새로운 얼굴'로 떠올랐다. 장편소설을 주로 써왔던 그가 첫 소설집 '크리미(널) 러브'(문학동네)를 펴냈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수상 소감을 묻자 "젊다는 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고, 이효석 선생의 명맥을 잇는 상이라 더 의미가 크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배울게 많다. 지금 최선을 다하지만 10년은 여전히 습작기라 생각하고 작업한다"고 했다.

이희주는 2016년 아이돌 그룹 멤버를 사랑하는 '빠순이'(여성 극성팬을 지칭하는 단어)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 '환상통'으로 제6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장했다. 이후 장편과 연작소설로 독자들과 소통해온 그가 이번엔 단편 8편을 묶어 첫 소설집을 내놨다. 책에는 젊은작가상 수상작 '최애의 아이'와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사과와 링고'가 실렸다.

그는 “3년 전 작품들을 다시 손보다 보니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내가 이런 주제들을 중요하게 여겼구나, 또 그것을 어떻게 변형해 독자에게 보여줄지가 제게 주어진 과제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첫 소설집 '크리미(널) 러브'를 펴낸 이희주 작가가 16일 서울 동작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9.20.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첫 소설집 '크리미(널) 러브'를 펴낸 이희주 작가가 16일 서울 동작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9.20. [email protected]

이어 "장편은 샛길로 새도 되고 어찌됐든 목적지에 도달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그런데 단편은 한정된 분량 안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승부를 봐야하니까 긴장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책 제목 '크리미(널) 러브'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작가의 세계가 응축된 제목이기도 하다. '크리미(부드러운)'와 '크리미널(범죄적)'의 이중 의미처럼 소설집에는 기괴하면서도 순수한 사랑의 모습들이 펼쳐진다.

"범죄적인 사랑이 등장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행동이 일어나게 하는, 추동하는 마음은 순수함에서 비롯돼요. 오랜 기간 쌓아온 작품세계가 있는데 이를 하나로 엮는 단어가 뭘까 고민하다 이 제목이 나왔어요."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첫 소설집 '크리미(널) 러브'를 펴낸 이희주 작가가 16일 서울 동작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9.20.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첫 소설집 '크리미(널) 러브'를 펴낸 이희주 작가가 16일 서울 동작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9.20. [email protected]

수록작 '최애의 아이'는 아이돌의 정자 기증이라는 파격적 설정이다.  주인공 '우미'는 단 한 차례의 연애 경험도 없지만 '최애' 아이돌의 멤버 '유리'의 정자를 1억원에 사 임신을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이 최애의 2세를 얻는 것이다.

"우미는 아이를 원한 게 아니라 '유리의 아이'를 원한 거에요. 너무 위험한 사랑이지만 동시에 엄청 순수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보다 훨씬 중요한 사람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해주고 싶은 마음일 것 같아요."

이희주는 "파격을 의도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어떤 순간에 마음이 쓰이거나 관심이 생기는 소재들을 쓴다.

"단순하고, 알 만한 이야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거예요. 그렇게 한 발짝 더 나아가면서 제가 벽을 깰 수도 있고, 저변을 넓힐 수도 있고, 실험적인 걸 할 수도 있고…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시도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돌은 이희주의 단골 소재다. 스스로도 아이돌을 좋아한단다.  그의 최애는 NCT WISH. K팝의 부흥 속에서 우리나라 문화산업을 선도하는 역군으로서의 모습과, 동시에 인간이 하나의 콘텐츠로 상품화돼 소비되는 현실을 떠올리며 아이돌을 양극단에서 바라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너무 좋아하게 되면 생각이 많아지는데, 누구나 (아이돌로) 성공하지 못한다는 점과 노동구조 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며 "그래서 같은 아이돌이라는 소재가 있어도 접근할 수있는 방식은 많다"고 말했다.

그의 또 다른 아이돌 소설 '성소년'은 내년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해외 독자들이 K팝 문화로 접근할지, 안면 작품의 형식이나 장르적으로 접근할 지가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이돌 외에 '폐허'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아마도 다음 작품의 주제가 될 듯하다.

"제가 폐허를 엄청나게 좋아해요. 단편 '해변 지도로부터의 탈출'에도 그런 흔적이 있어요.  앞으로도 미묘하게 관심이 가는 것들, 호기심이 생기는 것들에 흥미가 생긴답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첫 소설집 '크리미(널) 러브'를 펴낸 이희주 작가가 16일 서울 동작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9.20.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첫 소설집 '크리미(널) 러브'를 펴낸 이희주 작가가 16일 서울 동작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9.2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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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 터진 이희주 "사랑은 위험하지만 동시에 순수하다" [문화人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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