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 기자회견
30회 부산영화제 아시아영화인상 받아
"난 관객 따라오게 만드는 영화 만들어"
칸·베를린·베네치아 3대 영화제 최고상
반체제 인사 낙인 옥살이에 가택연금도
"어떤 억압에도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1회 때 내한 영화 12편 초청 부산 각별
"한국 음식 때문이라도 다시 오겠다"
![[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 감독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9.18.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9/18/NISI20250918_0020981034_web.jpg?rnd=20250918100725)
[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 감독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9.18.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 손정빈 기자 = "저는 관객을 따라오게 하는 영화를 만듭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은 이란 거장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65) 감독의 말엔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는 자신을 "사회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규정했고, 영화를 "어떻게든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파나히 감독은 18일 오전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배 영화인을 향한 조언을 할 때도 단호했다. "예전에 없던 시설과 기술이 젊은 세대에게 주어져 있어요. 얼마든지 혁신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죠.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영화를 만들지 그 방향을 먼저 정하라고 했다. "세상엔 크게 두 종류의 영화가 있습니다. 95%의 영화는 관객을 따라갑니다. 관객이 원하는 걸 만들어주는 영화입니다. 나머지 5%는 관객이 따라오는 영화죠. 난 이 세계를 이런 관점으로 본다, 이 이슈를 이렇게 본다, 이걸 이해하고 싶으면 관객인 당신이 나를 따라오라고 말하는 겁니다. 둘 중 좋고 나쁜 건 없습니다. 둘 다 존재해야 합니다. 다만 전 후자의 영화를 만듭니다. 영화를 만들고 싶다면 둘 중 어떤 영화를 만들지 정하세요."
![[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 감독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9.18.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9/18/NISI20250918_0020981033_web.jpg?rnd=20250918100725)
[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 감독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9.18. [email protected]
파나히 감독이 이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건 단순히 그가 2000년 베네치아에서, 2015년 베를린에서 그리고 지난 5월 칸에서 최고상을 받은 거장이기 때문이 아니다. 억압과 역경 속에서도 누구보다 성실히 그러면서도 예리하게 영화를 다듬어온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파나히 감독은 2009년 반정부 시위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6년 형을 받았고 20년 간 출국, 영화 제작, 언론 인터뷰 금지를 당했다. 이 기간 그는 집에서 혹은 차 안에서 또는 화상 연결 방식을 활용해 계속 영화를 만들었다. 동시에 영화를 담은 USB를 밀반출하는 방식으로 세계 영화계와 소통했다. 2022년 7월엔 앞서 선고된 6년 형을 다 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시 체포, 옥중 단식 투쟁을 하다가 2023년 2월 풀려났다. 올해 황금종려상을 받고 이번 부산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그저 사고였을 뿐'은 그가 감옥에서 완전히 풀려난 뒤 만든 첫 번째 영화다.
"누구도 영화 제작을 막을 수 없습니다. 막는다하더라도 영화인들은 언제나 방법을 찾아서 영화를 만들 거예요. 제가 그랬거든요." 파나히 감독은 전날 개막식에서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을 때도 "영화를 만드는 자유, 우리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 계속 도전하고 나아가야 한다"며 "이 상은 그 싸움의 전선에 있는 모든 독립영화인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 감독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9.18.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9/18/NISI20250918_0020981048_web.jpg?rnd=20250918102912)
[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 감독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9.18. [email protected]
파나히 감독이 현재 감옥에 있지 않다고 해서 파나히 감독이나 이란 영화인이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란 정부는 여전히 영화 각본을 검열하고, 이 지침에 따르지 않는 이들을 감옥에 보내고 있다. 파나히 감독은 이런 이유 떄문에 자신과 가장 가까운 각본가가 이틀 전에 감옥에서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동료는 인생의 4분의1을 감옥에서 보냈다고 했다. 파나히 감독이라고 해도 온전히 자유롭진 않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내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 장편 부문에 공동 제작사가 있는 프랑스에서 출품됐다. 이란 정부가 아카데미 시상식만큼은 통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와 같은 독립영화제작자들은 함께 연대하고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런 작품('그저 사고였을 뿐')을 출품하고 싶을 때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지 않게 힘을 합쳐야 해요."
파나히 감독은 부산영화제와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는 '하얀풍선'으로 1996년 1회 행사 때 한국에 온 적이 있고, 그의 영화 12편이 부산영화제를 통해 소개됐다. 이런 인연으로 고인이 된 김지석 부집행위원장과는 긴밀한 교류를 하기도 했다. 파나히 감독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뒤 김 부집행위원장의 묘소를 찾기도 했다. "김 부집행위원장은 제가 출국할 수 없을 때 나를 만나러 수 차례 이란에 찾아왔습니다. 이란 영화를 참 좋아해줬어요. 부산은 제게 특별한 곳입니다. 한국의 음식 때문이라도 꼭 다시 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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