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이 "사할린 동포들 귀향은 특혜 아니라 권리" [문화人터뷰]

기사등록 2025/09/14 09:00:00

최종수정 2025/09/14 09:12:24

'슬픔의 틈새'로 일제 강점기 디아스포라 3부작 완결

사할린으로 무대 옮겨…소속 없어진 사람들의 이야기

"동포들 삶, 부채의식이 아닌 존중으로 보고 싶었다"

"역사 이면 아는 것 보다 잊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해"

"내 세대 이야기로 20세기 여성 디아스포라 완성 목표"

[서울=뉴시스] 13일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대담에 참가한 작가 이금이를 만났다.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2025.09.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3일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대담에 참가한 작가 이금이를 만났다.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2025.09.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처음부터 3부작을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쓰면서 영감을 새로 얻었고, 그렇다면 일제강점기 초반·중반·말기의 이야기를 꼭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무사히 이렇게 다 책으로 나오게 돼 무척 기쁩니다."

이금이(63) 작가가 신작 '슬픔의 틈새'(사계절)로 10년에 걸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거기 내가 가면 안돼요(2016)', '알로하, 나의 엄마들(2020)'에 이어 완결된 일제강점기 한인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이다.

13일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만난 이 작가는 "책무를 다한 것 같은 홀가분함이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슬픔의 틈새'는 사할린을 배경으로 1940년대 일제강점기 후반 사할린 동포 1세대 주인공 '단옥'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단옥은 탄광에 끌려간 아버지 '만석'을 따라 사할린으로 건너갔지만 '이중 징용'으로 다시 이별을 겪어야했다.

하지만 작가는 단순히 슬픔 만을 전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제목에 '틈새'를 넣은 것도 이런 이유다.

"'틈새'는 여러가지 중의적 표현이죠. 한인들이 슬픔을 비집고 올라오는 희망이나, 기쁨의 틈새에서 살아온거죠. 또 경계인, 이방인으로서 살아온 이들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서울=뉴시스] 13일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대담에 참가한 작가 이금이를 만났다.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2025.09.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3일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대담에 참가한 작가 이금이를 만났다.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2025.09.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는 왜 사할린을 선택했을까. 2018년 사할린 여행에서 현지에 남아있는 역사의 흔적을 마주하고 '어떤 울림'을 경험했다고 한다.

"태술(제 첫 역사소설 속 인물)도 탄광에 강제징용을 당했는데, '어쩌면 이곳에서 살고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작가는 사할린을 다시 찾아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1세대의 후손들을 만나 취재를 했다.

1945년 8월15일 조선은 광복을 맞이하며 환희로 들끓었지만, 사할린 동포들은 절망했다. 사할린이 소련에 흡수되자 일본은 자국민을 두차례에 걸쳐 귀환시켰으나 한인들은 조국에 돌아갈 수 없었다.  고국의 외면에 깊은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끝내 고향을 그리워한 이들은 귀향에 걸림돌이 될까 두려워 무국적을 선택했다. 소속 없는 존재가 된 이들에게는 새로운 차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작가는 "미안함, 죄책감, 안쓰러움 등의 부채의식을 갖기보단 이들의 삶을 존중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할린 동포들의 귀향은 당연한 일이다. 국가의 지원은 특혜가 아니라 최소한의 권리임을 알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엮는 과정에서 고충도 있었다.

이 작가는 "역사적 자료에 관한 공부는 충실히 하되 허구의 인물과 사건이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얽히도록 신경을 썼다"며 "다만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디테일을 묘사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직접 방문했을 때의 기억을 불러내어 그럴듯하게 표현했을 때 큰 성취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역사의 이면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잊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소설을 읽으며 인물의 감정에 이입해 몰랐던 사할린을 알게 되고, 마음속에 오래 남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역사를 잊지 않고 전하는 데 문학이 중요한 통로라는 게 이 작가의 생각이다.

이 작가는 청소년문학에서 역사소설로 영역을 확장한 이유에 대해선 "시공간을 바꾸고 넓혀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을 다루고 싶었다"며 "역사 배경의 소설을 쓰면서 작가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어렸을 때 작품의 공간이 북한을 지나 중국과 러시아 대륙으로 나아가는 소설들을 읽으면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던 그런 공간이 마음속에 강렬하게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41년째 집필을 이어온 그는 여전히 문학의 힘을 믿는다.

그는 "책보다 영상을 더 좋아하는 것은 전세계적인 추세고 현상이라서 막을 도리는 없다"면서도 "즐거움에는 여러 층위가 있다고 생각한다. TV, 게임 등도 재밌지만 책은 책대로 재밌다"고 했다.

이어 "책을 읽는 동안은 생각하고 자신을 대면하게 된다. (독서가) 자라나는 세대들이 자존감을 키우면서 경험을 쌓으면서 삶의 중심이 자신이란 사실을 알려주는 역할"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 작가는 디아스포라 소재를 또 다루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단옥의 다음 세대가 저예요. 그래서 제 세대의 이야기를 한번 써보면서 전체적으로는 20세기 여성 디아스포라를 완성해 보고 싶어요."
[서울=뉴시스] 13일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대담에 참가한 작가 이금이를 만났다.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2025.09.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3일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대담에 참가한 작가 이금이를 만났다.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2025.09.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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