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기 불화…500폭 중 1폭 보물 지정 예고
국가유산청 "예술성·조성 시기 명시…미술사적 가치"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유항선생시집 지정 예고
![[서울=뉴시스] 고려 오백나한도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9.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9/12/NISI20250912_0001941767_web.jpg?rnd=20250912091641)
[서울=뉴시스] 고려 오백나한도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9.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국가유산청이 불교 힘을 빌려 몽고 침입이 끝나기를 기원하며 제작된 '고려 오백나한도'를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12일 밝혔다.
'고려 오백나한도(高麗 五百羅漢圖)'는 13세기 몽고 고려 침입 시기 국난 극복을 위해 일괄로 제작된 오백나한도 500폭 중 한 폭이다. 2016년 보물로 지정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려 오백나한도와 함께 제작됐다.
지정 예고 대상은 제329원상주존자(圓上周尊者)를 표현한 그림이다. 원상주존자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계승해 깨달음을 얻은 수많은 수행자를 의미하는 오백나한 중 한 분이다.
한 폭에 한 존자(尊者)만을 담은 형식으로, 존자가 너른 바위에 걸터앉아 화면 상단 왼쪽에 용을 올려다보는 모습이 묘사됐다.
이 불화가 존자 얼굴과 자세에서 느껴지는 강인함과 역동감, 필선의 능숙한 구사, 자유롭고 다양한 농담 표현이 뛰어난 화격을 갖췄다.
화면 상단 좌우에 화제(畫題)를 통해 존명이 명확히 확인된다. 하단 중앙 화기(畫記)에 제작 배경, 제작 연대(1235년), 발원자(김희인), 시주자(이혁첨) 등 구체적 기록이 있어 고려시대 불화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국가유산청은 이 작품은 고려 불화 특징인 품격 높은 예술성과 신비로운 종교적 감성을 담고 있고, 남아 있는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고려 불화 중 조성 시기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작품이란 점에서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9.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9/12/NISI20250912_0001941769_web.jpg?rnd=20250912091714)
[서울=뉴시스]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9.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국가유산청은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 '유항선생시집', '휴대용 앙부일구'도 보물로 각각 지정 예고했다.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世宗 碑岩寺 塑造阿彌陀如來坐像)'은 조성발원문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제작 시기와 조각승(彫刻僧)에 대해 알 수 없다.
소조불로 제작된 이 불상은 불상에 보이는 얼굴과 이목구비 표현, 신체 비례, 활달한 선묘(線描) 등 양식적 특징상 16세기 중엽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나무로 개략적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흙으로 대부분 상을 완성하는 일반 소조불 제작 방식과 달리, 이 불상은 나무로 윤곽까지 만든 후 소량의 흙으로 세부를 완성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다른 조선 전기 불상과 마찬가지로 이 불상의 육계(肉髻·부처의 정수리에 있는 뼈가 솟아 저절로 상투 모양)가 높다. 상체는 낮고 넓은 무릎에 비해 장대하고 양감이 풍부하다.
국가유산청은 이 작품을 현존 수량이 극히 적은 16세기 불상으로 희소성이 있고 과학적 조사를 통해 제작 기법이 명료하게 밝혀져 불교조각사, 특히 조선 전기 소조불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유항선생시집(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9.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9/12/NISI20250912_0001941771_web.jpg?rnd=20250912091817)
[서울=뉴시스] 유항선생시집(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9.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유항선생시집'은 고려 말 문신이자 문장가인 한수(1333~1384)의 시집이다. 한수의 시 외에 권근(1352~1409)의 서문(序文), 이색(1328~1396)이 지은 묘지명(墓誌銘), 우왕의 교서(敎書)도 함께 수록돼 한수의 생애, 사상, 학문, 인품까지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시집은 1400년 전라도관찰사 성석용과 금산현감 이균이 금산에서 목판으로 처음 간행했다. 이후 1602년 한수의 후손 한준겸이, 1856년 한진정이, 1863년 한재익이 간행했는데 지정 예고 대상 시집은 초간된 목판본이다. 이 책은 이후 간행된 '유항선생시집'의 저본(底本)으로서 형태 서지학적으로 가치가 높다.
14세기 이전 문집을 보면 대체로 계선(행을 구분하는 선)이 없고, 흑구(판심(책장 가운데를 접어서 양면으로 나눌 때 접힌 부분)의 위쪽과 아래쪽에 있는 검은 선) 혹은 어미(판심 상하에 있는 물고기꼬리 모양 장식)가 보이지 않는다. '유항선생시집' 등장 후 15세기부터 유계(有界), 흑구(黑口) 등이 등장하고 있다.
이 책은 판식(版式), 서체, 간행 방식에서 개인 문집 간행의 과도기적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로 후대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평가된다.
현재 동일판본의 초간본이 국내외에 총 3책만이 전하고 있다. 이 중 지정 예고 대상인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 소장본이 온전한 구성을 갖추고 내용에 부족함이 없으며, 비교적 온전하고 원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상태다.
국가유산청은 고려시대 문인들의 시문집이 극히 드물고 희소성이 있으므로 보물로 지정, 보호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 휴대용 앙부일구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9.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9/12/NISI20250912_0001941773_web.jpg?rnd=20250912091859)
[서울=뉴시스] 휴대용 앙부일구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9.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역사박물관 소장의 '휴대용 앙부일구(携帶用 仰釜日晷)'는 표면을 반구형으로 오목하게 파고 그 중심에 영침(影針)을 세웠고, 그 옆에 나침반을 붙여 남북을 정확히 맞춘 후 시간을 측정하도록 제작됐다.
반구면(半球面)이 정확히 절삭되어 명확한 절기(節氣)선과 시각(時刻)선이 제작됐다. 백동으로 제작된 영침을 은도금하는 등 제작 기법이 우수하다.
해시계 다수를 제작한 진주강씨 가문이 가장 근대에 제작한 해시계로 밑면에 제작연대 '융희 2년, 1908년'과 제작자 '강문수'를 새겨 놓아 과학사적 자료로 가치도 높다.
'앙부일구(仰釜日晷)'는 앙부일영(仰釜日影)으로도 쓰며, 솥이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한 해시계라는 의미다. 1434년 장영실, 이천, 이순지 등이 왕명에 따라 처음 만들었다. 그 해 10월 종묘 앞과 혜정교(惠政橋)에 각 1대씩 설치했다. 그 후 조선 말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작돼 궁궐, 관공서, 민가에 널리 보급됐다.
해시계는 특정 장소 설치용과 몸에 지니는 휴대용 두 가지가 있다. 지정 예고 대상은 휴대용 앙부일구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지정 예고한 '고려 오백나한도',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등에 대해 30일간의 예고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한 후,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각각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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