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가족부로 '양성평등' vs '성평등' 재점화…11년 전 도돌이표

기사등록 2025/09/12 05:00:00

최종수정 2025/09/12 06:50:24

원민경 여가장관 청문회서 갑론을박

시기상조 지적…"제3의성 인정하는가"

2014년에도 양성평등 대 성평등 구도

당시 양성평등 우위…"'성평등' 이르다"

결국 여성발전기본법→양성평등기본법

11년 뒤 성평등가족부…"실질 평등 구현"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5.09.10.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5.09.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양성평등과 성평등이 다시 화두가 됐다.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는 것과 관련해 '성평등'이 제3의 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시기상조라는 취지의 의견이 나오면서다.

다만 과거 2014년에도 양성평등기본법이냐 성평등기본법이냐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사회적·정책적 혼란이 예상돼 성평등은 아직 무리라는 반대 입장이 거셌던 것으로 파악됐다. '도돌이표'가 된 모양새다. 보수 진영은 11년 전과 마찬가지로 '양성평등'을 고수하고 있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2월 21일 여성가족위원회는 구 여성발전기본법 개정을 위해 공청회를 개최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공청회의 최대 관심사는 법 명칭 변경이었다.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바꿀지, 성평등기본법으로 바꿀지를 두고 공방이 이어졌다.

공청회엔 4명의 진술인이 참석했는데, 그 중 3명이 양성평등기본법의 손을 들어줬다.

가장 먼저 발언한 김용화 당시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법적인 관점에서 '성평등'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니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양성평등은 법적 용어이고 성평등은 사회적 용어"라며 "최고규범인 헌법에 따른 양성이라는 용어가 좀 더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헌법 제11조 및 제36조 등에선 양성의 평등을 명시하고 있다. "헌법에서 성평등 이념을 도출하기엔 다소 무리"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입법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경우 정책적 혼란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여성의 권리를 남성 수준까지 상승시키는 평등한 권리 확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3의 성'이 법적인 보호에서 제한된다고 인정했으나, 일단은 여성의 권리 향상에 무게를 둔 입장을 보였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정숙 전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도 양성평등기본법을 주장했다. 김 회장은 "성평등은 아직 너무 빠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아직 양성에 대한 얘기를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양성평등을 기초로 국가와 사회가 세워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두 진술인의 공통된 입장은 '성평등 논의는 시기상조'였다. 그러면서도 향후 논의의 필요성엔 공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다른 진술인 장명선 당시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연구원도 양성평등에 기울었다. 그는 "성적 지향에 대한 부분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논의하기엔 무르익지 않았다고 본다"며 "여성가족부 명칭에서 '여성'을 떼지 않는 한 성평등으로 가기는 좀 힘들다"고 했다. 이 발언은 현재 여가부를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는 상황과 맞닿아 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03.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03. [email protected]
반면 박진경 인천대 교수는 진술인 중 홀로 성평등기본법에 찬성했다. 성평등이 이미 일반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는 주장에서다. 그는 "앞서 제정된 국제개발협력법을 비롯해 수많은 입법례들과 66개 지방자치조례가 이미 성평등이라는 이름 하에 기본조례들을 만들고 있다"며 "기본법의 위상을 갖기 위해서라도 성평등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성평등 주장에 반박했다. 특히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은 성평등 용어를 두고 "헌법에 양성평등이라는 게 있어 그 부분과 굉장히 심각한 디베이트(debate)가 있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그런 개념(양성평등)으로 가자라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결국 공청회 후 여성발전기본법은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이름이 바뀐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당시 정치권은 제3의 성을 포함한 '성평등'을 논의할 가치는 있으나 당장의 법 개정이 필요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주목할 만한 점은 당시 공청회의 내용과 이번 여가부 장관 청문회에서 벌어진 논쟁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평등가족부 개편과 관련해 원민경 장관에게 입장을 물었는데, 후보자가 재차 명칭 개편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자 다시 '시기상조'를 꺼냈다.

국민 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에 원 장관은 "제3의 성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것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모든 국민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 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제도화의 과정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이제 그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했다.

또 양성평등과 성평등의 차이를 묻는 질문엔 "(성평등이 더) 실질적인 평등을 구현한다는 의미에서 차이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청문회 후에도 국민의힘의 반발은 이어졌다. 지난 7일 정부가 조직개편 방안을 발표하며 성평등가족부 개편을 명시하자, 국민의힘 소속 여가위 위원들은 성평등가족부 명칭을 지적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성평등이란 용어는 성별의 구분을 흐리거나 무의미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사용될 위험이 크다"며 "국민적 합의 과정도 없이 특정 이념적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다만 현재 이재명 정부는 양성평등보다 성평등에 무게를 두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시사하고 있어, 원 장관의 말대로 성평등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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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가족부로 '양성평등' vs '성평등' 재점화…11년 전 도돌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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