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연구원, 근로자들의 정신건강 보고서 발간
감정노동 강한 업종일수록 산재율 뚜렷하게 상승
현행 산안법 상 정신건강 보호 규정은 실효성 부족
"작업중지권·위험성평가 등에 정신건강 포함해야"
![[서울=뉴시스]](https://img1.newsis.com/2023/02/07/NISI20230207_0001190532_web.jpg?rnd=20230207102848)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감정노동이 강한 사업장에서 산재재해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월간 노동리뷰 2025년 8월호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근로자들의 정신건강과 근로환경, 그리고 산업재해' 보고서가 실렸다.
연구자인 홍정림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근로환경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20~64세 임금근로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감정노동의 강도가 강한 기업일수록 산재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정노동 근로자들이 종사하는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의 경우, 감정노동 스트레스가 강할수록 산재율이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감정노동 강도가 약할수록, 작업장이 안전할수록 우울·불안 장애를 겪을 확률이 낮았다. 장시간노동 역시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홍 부연구위원은 "근로자들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사업장에서 보내며, 세계보건기구(WHO)도 직장 내 홍보, 예방 및 개입의 중요성과 전 생애에 걸친 정신건강 개선에 대한 사업장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 연구 결과도 근로자의 정신건강 증진은 산재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제는 주로 신체건강에 중점을 두고 있어, 정신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승엽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근로자 정신건강 보호법제의 한계와 개선 방안'에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서 정신건강에 관한 사업주 의무를 정한 내용은 네 군데에 불과하다"며 "사업주가 조치해야 하는 내용이 매우 한정적이고 조치 의무 역시 실효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근로자들이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작업중지권' 역시 정신건강에는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작업중지를 위해서는 급박한 위험이 필수적인데, 정신건강이 침해되는 경우는 대부분 만성적인 경우가 많아 급박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장 내 산재를 막기 위한 위험 요소를 사전에 평가해 예방하는 '위험성평가' 역시 정신건강은 사실상 제외돼있고, 안전보건교육에서도 정신건강 침해 예방 내용은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 부연구위원은 "산안법의 구체적 시행규칙인 안전보건규칙에 사업주가 직무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한 세부적 기준을 예시하는 것이 필요한데, 예를 들어 심리적 부담 영역을 제시하고 번아웃 증후군이나 우울증, 불안장애 등을 예시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작업중지권과 관련해 급박한 위험 요건은 존치하되 직장 내 사용자 또는 근로자의 폭언이나 괴롭힘 및 업무상 스트레스 등으로 근로자 정신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작업 중지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며 "위험성평가 역시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위험성평가 요소인 '유해·위험 요인'을 물리적·생물적·화학적·정신적 유해 위험·요인'으로 변경하는 것을 생각해볼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근로자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직접적인 내용을 담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로기준법은 원청과 하청 근로자 간 또는 근로자와 노무제공자 간에는 적용될 수 없는데,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 관련 의무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무제공자에 대한 괴롭힘 방지와 관련해서는 "노무제공자라는 새로운 고용 형태를 포섭하는 법률 형태를 구상해야 하는데, 가령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이나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을 생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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