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무연고 사망자, 지자체도 부담
공공 공백 메우는 민간, 전담 기관 필요
국가가 민간 지원하며 사각지대 없애야
![[서울=뉴시스] 한이재 기자 = 지난달 22일 경기 파주시에 있는 공영장례 봉안시설 건물에 누군가 두고 간 바나나와 물이 보인다. 일 년에 세 번밖에 올 수 없기에 아쉬움을 벽 너머로나마 전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2025.09.05. nowon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9/05/NISI20250905_0001936413_web.jpg?rnd=20250905172512)
[서울=뉴시스] 한이재 기자 = 지난달 22일 경기 파주시에 있는 공영장례 봉안시설 건물에 누군가 두고 간 바나나와 물이 보인다. 일 년에 세 번밖에 올 수 없기에 아쉬움을 벽 너머로나마 전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2025.09.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무연고 사망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예산이 한정된 지자체가 무연고 사망자들에게 '품격 있는 장례식'을 제공하기에는 인력이나 재정에서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영장례에 국가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공영장례는 무연고 사망자 존엄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남겨진 사회 구성원이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예식이다.
보건복지부가 지자체에 배포하는 '무연고 시신 등의 장사 매뉴얼'에 따르면, 정부도 어느 정도 이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뉴얼에는 "무연고 시신 등의 처리 체계를 명확히 하고, 사망자의 존엄성, 보건위생상의 위해 방지 및 공공복지 증진 등을 고려하여 장례의식을 원활하게 지원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적혀 있다.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성을 지키고 보증하는 건 결국 남겨진 이들의 몫이다.
하지만 행정 '처리'에서 존엄이나 애도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시신을 운구해 바로 화장하고 봉안하는 방식에 대해 2021년 국회입법조사처는 "최소한의 절차로만 시신처리가 진행된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고된 삶이 마지막 단계에서도 애도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앞선 기사에서 지적했듯 4년 전에 제기된 ▲조례 미비 ▲지자체별 지원대상·내용 편차 등이 크게 개선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 틈을 메우기 위해, 공무원은 아니지만 입법을 제안하고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시민단체가 있다. 서울시 공영장례 지원·상담센터인 나눔과나눔이다. 예산도 의사 결정권도 없는 민간 주체이지만, '탐정처럼' 무연고 사망자 정보를 찾아내거나 죽음을 교육해 시민들이 애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위안부 할머니 장례식을 준비하다 생겨난 '나눔과나눔'은 단체 스스로가 사라지길 원한다. 하지만 쉽게 사라질 수 없다. 장례를 담당하는 공무원과, 시에서 위탁한 장례업체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만큼, 연속성을 가지고 공영장례를 담당해 줄 공공기관이 없어서다.
김민석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은 "민간단체로서 업무에 어려움이 있고, 무엇보다 이 역할을 공공이 가져가야 할 시점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노하우를 쌓고 그걸 바탕으로 제도와 업무 매뉴얼을 개선하는 역할을 해줄 중간 지원 조직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사무국장은 공영장례가 필요한 이유를 묻자, 우리 모두가 연결돼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실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때 슬픔(박탈된 애도)을 느낀다"며 "이런 경우에는 일상으로 돌아오는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가족뿐만 아니라 생전 고인과 관계를 맺은 이들도 '박탈된 애도'를 경험할 수 있다. 박탈된 애도는 계속해서 심리적, 신체적 부적응을 일으키는 '복합 비애'로 이어지기 쉽다.
![[서울=뉴시스] 한이재 기자 = 지난달 22일 경기 고양시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 유택동산에 추모의 글과 꽃들이 붙어 있다. 2025.09.05. nowon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9/05/NISI20250905_0001936412_web.jpg?rnd=20250905172420)
[서울=뉴시스] 한이재 기자 = 지난달 22일 경기 고양시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 유택동산에 추모의 글과 꽃들이 붙어 있다. 2025.09.05. [email protected]
죽음과 상실·애도를 연구하는 고선규 한국심리학회 자살예방위원장은 정보 수집과 관리가 애도를 도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고인에 대한 정보를 잘 아카이빙해 놓을 필요가 있다"며 "정보를 받을지 안 받을지는 남겨진 사람의 선택이지만, 우리가 무엇을 상실했고 어떤 애도 과정을 거칠지 이해를 돕는 자료로써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상실을 인지했을 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지자체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현실은 어렵다. 특히 작은 지자체는 담당자 1명이 관련 업무를 모두 맡는다.
한 군청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나 혼자 하는데 장사 관리하는 곳을 쫓아다니면서 장례를 잘 치르는지 검토하고, 물품을 다 확인하고, 뒷정리까지 하기는 솔직히 어렵다"며 "국가에서 담당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원한다"고 말했다.
결국 존엄한 장례와 애도를 위해 교육, 비용 지원과 같은 중앙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순남숙 예지원 원장은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이들을 위해 무연고 사망자 장례에 국가 역할이 필요하다"며 "국가가 모든 장례식을 전담하는 방식보다는 가급적 연고자들이 직접 장례를 치를 수 있게 알려주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23년 동안 장례업계에서 일했던 송호진 강남대 글로벌경영학부 겸임교수도 "웰다잉이 웰빙의 가장 마지막이고 소중한 부분"이라며 "조금 더 체계적인 애프터니드(After-need·장례 후 추모·제례 등) 지원이 사회복지로서 필요하다. 국가적 장사정책의 재정립과 반영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남겨진 이가 애도 후 희망을 찾을 수 있게, 국가가 소규모 모임을 지원하고 공공기관에서 모니터링하는 등의 방식을 제언했다. 또 "성인에게 하는 자살예방 교육 이상으로 상실이나 애도를 이야기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초등학교 때부터 있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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