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9월30일 이후 IRA 전기차 세액공제 전면 폐지
완성차 연간 1조2000억 손해에 25% 품목 관세로 어려움↑
캐즘에 빠진 배터리 업계 위기론 가중…수혜 예상도 제기中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자신이 추진하는 감세안의 의회 통과를 위한 홍보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06.27.](https://img1.newsis.com/2025/06/27/NISI20250627_0000449260_web.jpg?rnd=20250627053914)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자신이 추진하는 감세안의 의회 통과를 위한 홍보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06.27.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지난 7월 발효된 미국의 '대규모 감세법(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으로 인해 세액 공제를 받아왔던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OBBBA 시행으로 현행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미국 정부가 전기차를 구매할 때 일정 금액을 세금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는 이달 30일까지만 유지하고 이후부터는 폐지됩니다.
이전에는 전기차를 구매하는 고객이 최대 7500달러, 우리돈으로 약 1000만원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런 혜택은 이달말 종료됨에 따라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OBBBA 시행에 따라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우리나라 산업을 꼽자면 자동차와 배터리를 먼저 떠올릴 수 있습니다. 전기차 구매 가격이 오른다면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른 배터리 수요도 위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로 예를 든다면 현대차 그룹은 지난해 미국에서 12만대 정도의 전기차를 판매하면서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습니다. OBBBA 시행에 따라 7500달러 세제 혜택이 없어진다면 연간 1조2000억원의 손해가 발생하는 셈이죠.
여기에다가 지난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미국 내 수입 차량에 대한 25% 품목 관세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완성차 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배터리 산업은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의 배터리 지원 정책을 믿고 북미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해왔는데 보조금 정책의 후퇴로 위기론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먼저 북미 투자에 나섰던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조지아, 오하이오, 테네시, 미시간주 등에 단독 및 합작공장 가동·건설에만 30조원이 넘는 투자를 진행했는데 정책 변화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습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2021년 660만대 수준이었던 글로벌 전기차 판매 대수는 2020년 1750만대로 껑충 뛰었지만 판매 증가율은 2021년 122% 수준에서 2024년 27.7%로 내려앉았습니다.
전기차 판매율 감소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아직 소비자들이 전기차에 대한 확신이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연차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것보다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율이 높아진 것도 이를 방증합니다.
![[서울=뉴시스]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생산공장 현황. (사진=LG에너지솔루션) 2023.11.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3/11/14/NISI20231114_0001411626_web.jpg?rnd=20231114151829)
[서울=뉴시스]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생산공장 현황. (사진=LG에너지솔루션) 2023.11.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LG엔솔의 경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고 원가 경쟁력을 높여 IRA 세액공제 혜택을 제외하고 올 2분기 영업이익 4900억원을 넘기며 6개 분기만에 흑자로 전환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LG엔솔의 실적 반등은 국내 배터리 산업에 기대감도 안겨줬습니다.
OBBBA 시행에 따라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도 있지만 OBBBA 이후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에 중국 공급망 규제가 도입되면서 중국산 배터리 점유율이 낮아지는 만큼 우리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생길 수 있는 만큼 LG엔솔을 타산지석으로 삼고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한국 배터리산업의 위기 진단과 극복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OBBBA 시행 이후에도 한국 배터리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은 미국이고 이 시장의 배터리 정책적 지원은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보고서는 OBBBA 통과로 1000만원의 보조금이 사라질 경우 미국 내 전기차 판매율은 감소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고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제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시장을 어느나라 배터리 기업이 차지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오히려 희망적인 상황이 됐다고 평가를 했습니다. OBBBA 시행과 AMPC 공급망 요건 변화, 대중국 관세 부과 등에 따라 중국산 배터리의 미국 시장 침투율이 낮아질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미국 내 생산 기반을 늘려왔던 우리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향후 국내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ESS 확대, 군사용 드론, 휴머노이드 등 미래 수요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ESS의 경우 2023년 44기가와트시(GWh)에서 2030년 506GWh 수준으로 커질 수 있는 만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OBBBA 시행에 따라 태양광, 풍력 등 청정 전력 생산시설에 투자한 금액은 투자 세액공제에서 제외됐지만 ESS의 경우 해당하지 않아서 향후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관련해 ESS 수요가 증가할 수 있는 만큼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고성능 배터리 수요가 높아지는 것을 고려해 군사용 드론과 휴머노이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군사용 드론과 휴머노이드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고성능 배터리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는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 또는 축소로 2022년 63.5%에 달하는 점유율에서 지난해 48.8% 수준으로 점유율이 낮아졌고 중국은 같은 기간 34%에서 47.8%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습니다.
미국의 OBBBA 시행은 분명히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의 도래가 멀지 않았고 중국과 달리 북미 지역에 선제적인 투자를 시행해왔다는 것은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도 큰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미래 먹거리로 평가받는 국내 배터리 산업이 반도체와 마찬가치로 수출 효자품목이 되길 기대합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