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예술로 깨우는 손길 이 팀장
문화는 요리처럼, 섬세한 기획 철학
기획자의 손끝에서 피어난 도시 밀양
![[밀양=뉴시스] 밀양문화관광재단 교육전시팀 이준욱 팀장. (사진=밀양문화관광재단 제공) 2025.08.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8/22/NISI20250822_0001923981_web.jpg?rnd=20250822085434)
[밀양=뉴시스] 밀양문화관광재단 교육전시팀 이준욱 팀장. (사진=밀양문화관광재단 제공) 2025.08.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밀양=뉴시스] 안지율 기자 = 경남 밀양시에 위치한 밀양문화관광재단이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2016년 3월 공식 출범한 재단은 지난 10년간 지역 문화예술의 기반을 다지며 다양한 성과를 이뤄냈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정부지정 문화관광축제인 '밀양아리랑대축제'의 명품화, 밀양아리랑아트센터의 안정적 운영, 밀양아리랑 연구 및 디아스포라 국제 교류, 지역 콘텐츠 발굴 등이 있다. 이러한 성과는 지역 예술인, 기획자, 공무원, 시민 등 다양한 구성원의 협력으로 이뤄졌다.
밀양문화관광재단은 예술과 행정을 연결하고, 문화와 시민을 이어주는 매개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왔다. 지역 문화예술이 적절한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는 특별한 날에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걷는 길, 마주치는 사람, 듣는 소리 속에 늘 살아 있습니다. 시민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깨어나야 합니다." 밀양문화관광재단 교육전시팀 이준욱(43) 팀장은 밀양의 문화는 '누구나의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상을 예술로 깨워내는 도시, 밀양'을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다양한 기획과 실천을 이어가고 있는 이 팀장에게 문화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타지에서 온 기획자, 도시와 사랑에 빠지다
![[밀양=뉴시스] 예술인과 함께하는 밀양문화관광재단 교육전시팀 이준욱 팀장. (사진=밀양문화관광재단 제공) 2025.08.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8/22/NISI20250822_0001923982_web.jpg?rnd=20250822085643)
[밀양=뉴시스] 예술인과 함께하는 밀양문화관광재단 교육전시팀 이준욱 팀장. (사진=밀양문화관광재단 제공) 2025.08.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밀양문화관광재단에서 시각예술과 문화예술교육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이 팀장이 지역 활동가 '이채'라는 이름으로 10년째 밀양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밀양 이야기는 2009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원 시절 연애를 계기로 처음 방문한 밀양은 배우자의 고향이자, 현재 두 자녀가 자라온 도시가 됐다.
2015년 밀양에 정착한 그는 재단 설립 소식을 접하고 출범과 동시에 입사해 문화기획자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기획자로서 수많은 사람을 대면하는 그는 "어디서 오셨어요? 왜 밀양에 오셨어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그는 연애사를 솔직하게 꺼내며 경계심을 풀고, 밀양과의 인연을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소통을 이어왔다. 시간이 흐르며 밀양에 대한 애정은 더욱 깊어졌다. 그는 "지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에서 문화기획은 시작된다"고 말한다.
밀양에서 다시 태어난 기획자, 이준욱의 문화 여정
![[밀양=뉴시스] 교육전시팀 연간 업무계획 보고회를 하는 밀양문화관광재단 교육전시팀 이준욱 팀장. (사진=밀양문화관광재단 제공) 2025.08.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8/22/NISI20250822_0001923987_web.jpg?rnd=20250822090007)
[밀양=뉴시스] 교육전시팀 연간 업무계획 보고회를 하는 밀양문화관광재단 교육전시팀 이준욱 팀장. (사진=밀양문화관광재단 제공) 2025.08.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에서 시각예술 분야의 기획자로 활동하던 이 팀장은 밀양으로 건너오며 낯선 문화예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그에게 전환점이 된 순간은 재단 임직원들과 함께 준비한 밀양아리랑대축제였다.
엘리트 예술가 중심의 시각예술에 익숙했던 그는, 지역민이 직접 만들어가는 축제의 현장에서 예술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다.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인 아리랑의 매력과 축제를 진심으로 즐기는 시민들의 삶이 그의 시야를 넓혔다. "내가 알던 예술은 겉멋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아! 내가 이제껏 알던 예술은 그저 겉멋에 불과했던 것일 수도 있겠구나"라며 밀양에서의 문화예술이 시민의 삶 그 자체로 깊이 스며들어 있음을 깨달았다.
5월의 영남루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대축제, 8월의 연극축제, 가을과 겨울의 공연과 콘서트, 그리고 2월의 정월 대보름 행사까지. 밀양의 사계절은 문화예술로 채워져 있었고, 그 흐름은 밀양강처럼 끊이지 않았다.
그는 삶을 바꾸는 예술의 가능성을 밀양에서 발견했고, 문화기획자로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 꿈은 시대와 쓰임에 따라 옷을 갈아입으며 사람을 위로하고,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들어 주는 아리랑을 닮아 가고 있다.
밀양아리랑아트센터 전시실, 문화예술 발신 기지로 이끌다
![[밀양=뉴시스] 테마여행길 최주봉 선생님과 함께하는 밀양문화관광재단 교육전시팀 이준욱 팀장. (사진=밀양문화관광재단 제공) 2025.08.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8/22/NISI20250822_0001923991_web.jpg?rnd=20250822090113)
[밀양=뉴시스] 테마여행길 최주봉 선생님과 함께하는 밀양문화관광재단 교육전시팀 이준욱 팀장. (사진=밀양문화관광재단 제공) 2025.08.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밀양아리랑아트센터 전시실이 지역 예술인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개관 이후 45회의 기획전시와 220여 회 이상의 대관 전시가 열렸으며, 2024년 기준 연중 가동률은 95.2%에 달한다. 이곳은 예술과 시민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일상의 무대로 기능하고 있다.
전시실 운영을 맡은 이 팀장은 개관 준비부터 현재까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열정과 노력으로 임했다. 그 결과 시민 누구나 언제든 예술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완성됐으며, 2020년에는 개관 5년 차 안착 과정을 '지역 문화 예술회관 전시실 운영 전략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정리해 학술지에 등재했다.
일터를 연구대상으로 삼으며 운영의 객관성과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성과는 2022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로부터 문화예술인 상을 수상하는 영예로 이어졌다. 예술행정의 현장을 학문적으로 분석하고 실천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25년 1월에는 아트센터 전시실에서 지난 10여 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아카이브 특별전'이 열렸다. 40여 회의 기획전시와 200건을 넘어서는 대관전시 자료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엮어내 지역 시각예술의 생생한 흐름을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2025년 4월에는 재단이 기획한 '현현전(展)'이 서울 인사동 경남갤러리에서 순회 개최됐다. 밀양에서 펼쳐지는 문화예술의 날갯짓이 이제는 지역을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자리였다.
또 전시실이 아닌 시민의 일상 공간에서 펼쳐지는 '찾아가는 전시' 사업은 2024년 3월부터 밀양시의회, 밀양경찰서, 대구의료원, 경남진로교육원 등 9곳에서 15회에 걸쳐 운영됐으며, 현재까지 총 71점의 사진 작품들이 시민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 팀장이 소개한 여러 사례는 밀양아리랑아트센터 전시실이 단순한 문화기반시설을 넘어 예술적인 담론을 생성하고 전파하는 문화예술의 발신 기지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해천상상루, 밀양의 문화기획자가 만든 새로운 지형
![[밀양=뉴시스] 대구의료원과 재단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밀양문화관광재단 교육전시팀 이준욱 팀장. (사진=밀양문화관광재단 제공) 2025.08.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8/22/NISI20250822_0001923993_web.jpg?rnd=20250822090210)
[밀양=뉴시스] 대구의료원과 재단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밀양문화관광재단 교육전시팀 이준욱 팀장. (사진=밀양문화관광재단 제공) 2025.08.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밀양아리랑아트센터의 안정적 운영 이후, 이 팀장에게 새로운 도전이 주어졌다. 2021년부터 3년에 걸쳐 진행된 밀양여행문화센터 해천상상루 조성사업은 그의 공공디자인 분야 첫 발걸음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밀양시, 밀양문화관광재단의 3자 협약으로 추진된 이 사업은 대규모 전시콘텐츠를 포함한 복합문화공간 조성 프로젝트였다.
총감독으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그는 도전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차근차근 사업을 완수했다. 2023년 11월 해천상상루는 성황리에 개관했다. 2024년 기준 연간 4만8000여 명의 관람객이 찾는 밀양 도심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는 이 경험을 "밀양이 선물한 특별한 기회다"며 "이를 계기로 공공디자인 전문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팀워크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동료와의 협력은 불가능해 보이던 목표를 현실로 바꾸는 원동력이 됐다." 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10여 년 전 풋내기 문화기획자로 시작한 그는 이제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준비된 최상의 재료로 밀양을 맛있게 만드는 기획자의 손길
![[밀양=뉴시스] 밀양은 대학 연결기획학과 졸업식에 참석한 밀양문화관광재단 교육전시팀 이준욱 팀장. (사진=밀양문화관광재단 제공) 2025.08.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8/22/NISI20250822_0001923995_web.jpg?rnd=20250822090359)
[밀양=뉴시스] 밀양은 대학 연결기획학과 졸업식에 참석한 밀양문화관광재단 교육전시팀 이준욱 팀장. (사진=밀양문화관광재단 제공) 2025.08.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문화기획자 이 팀장은 육아휴직 중 요리에 몰두한 경험을 통해 문화예술기획과 요리의 닮은 점을 발견했다. 좋은 재료를 고르고, 건강을 고려하며, 대상에 맞춰 조리법과 간을 조절하는 과정은 예술창작과 닮아 있었다.
그는 밀양의 유무형 문화자원을 훌륭한 식재료에 비유하며, 이제는 기획자들이 다양한 요리법을 고민할 때라고 말한다. 시민과 관람객은 이미 섬세한 미각으로 문화예술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는 판단이다.
밀양을 '문화예술 맛집'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문화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향유의 접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도심 전체가 하나의 문화예술공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거점과 관광자원을 촘촘히 엮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밀양문화관광재단이 10년을 맞이한 지금, 성숙해 보이지만 여전히 배움의 과정에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의 10년은 시민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 속에서 더 깊은 완숙미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싱싱한 밀양의 문화예술 재료들을 꼼꼼히 다듬어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겠다"며 인사를 전했다. 문화는 결국 사람을 위한 요리처럼, 정성과 배려로 완성된다는 믿음이 그의 기획 철학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