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수박도 폭우·폭염사투…"버티고 자라줘서 고맙다"

기사등록 2025/08/20 12:43:10

최종수정 2025/08/20 14:34:24

폭우에 넝쿨은 썩고 폭염에 이파리 메마르고

출하량 겨우 보전하지만…농가수는 회복안돼

"다른 농사 병행도 안돼…지원·명맥보존 절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 특산물 무등산 수박 출하를 이틀 앞둔 20일 오전 광주 북구 금곡동 무등산 수박 공동직판장 주변 재배 농가에서 김영기(68·오른쪽) 무등산수박영농조합법인회장과 문용덕(61)씨가 무등산 수박을 수확하고 있다. 2025.08.20.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 특산물 무등산 수박 출하를 이틀 앞둔 20일 오전 광주 북구 금곡동 무등산 수박 공동직판장 주변 재배 농가에서 김영기(68·오른쪽) 무등산수박영농조합법인회장과 문용덕(61)씨가 무등산 수박을 수확하고 있다. 2025.08.20.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이상기후에 맥 못 추스리는 우리 수박, 맥 끊어지면 어떡하오."

광주 특산물 무등산수박 출하를 이틀 앞둔 20일 오전 광주 북구 금곡동.

땡볕 아래 막바지 수확에 나선 김영기(68) 무등산수박영농조합법인회장은 길고 요란했던 여름을 버텨준 수박을 거둬들이며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았다.

출하 시기에 맞춰 두텁게 여문 수박의 무게는 한 통 당 10여㎏이 훌쩍 넘는 수준. 김씨는 수박을 어깨 위로 들쳐 올리는 동시에 가느다란 신음과 함께 시원섭섭한 감정을 쏟아냈다.

폭염 속 샛노랗게 타들어간 수박잎, 폭우 속 썩어버린 수박 넝쿨과의 사투 등 이상기후와의 악연이 유독 짙었던 올해 전반에 걸친 만감이 수박을 옮기는 김씨의 등골을 스친다.

올해로 벌써 28년째 무등산수박을 재배하고 있는 김씨는 매년 거세지는 이상기후에 온전한 작목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출하 시기가 늦는 작물 특성상 여름 기후를 모두 겪어야하는데 전통적인 노지 재배 방식은 이미 사양 추세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 특산물 무등산 수박 출하를 이틀 앞둔 20일 오전 광주 북구 금곡동 무등산 수박 공동직판장 주변 재배 농가에서 김영기(68·왼쪽) 무등산수박영농조합법인회장과 문용덕(61)씨가 무등산 수박을 수확하고 있다. 2025.08.20.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 특산물 무등산 수박 출하를 이틀 앞둔 20일 오전 광주 북구 금곡동 무등산 수박 공동직판장 주변 재배 농가에서 김영기(68·왼쪽) 무등산수박영농조합법인회장과 문용덕(61)씨가 무등산 수박을 수확하고 있다. 2025.08.20. [email protected]
대다수 무등산수박 농가가 하우스 재배로 전환하면서 가까스로 명맥을 잇고 있지만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우스를 뚫고 들어오는 폭염과 폭우에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과거보다 어려워졌고 이탈하는 농가도 많아졌다.

지난달 '426.4㎜' 폭우 당시에는 하우스 안으로 물이 들어차면서 넝굴 수 주가 불어 터지면서 썩는 피해가 속출했다고 김씨는 토로했다. 폭우 전후로는 폭염이 또다시 찾아오는 극단적인 날씨 변화에 "자라준 것 만으로도 고마울 지경"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고질적인 경영 불안, 품종 퇴화 문제도 여전히 해결이 요원한 숙제로 남아있다. 1997년 34농가에 이르렀던 규모는 올해 불과 7농가 밖에 남지 않았다. 농민들의 고령화, 신규 희망 농가 부재도 해결이 미지수다.

그나마 수확량이 보전되면서 올해 출하량은 2300여통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마저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근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차열막 설치, 품종개량비 지원 등이 이뤄진 덕이다.

직판장으로 수박을 옮기는 김씨의 발걸음은 가볍지 않다. 김씨는 어깨위로 들쳐올린 수박에 푸념하듯 "올해 다 갔다. 버텨줘서 고맙다"라고 속삭이며 검지손가락으로 껍질을 두드렸다. 줄무늬 없는 '푸랭이' 무등산수박이 '통통' 맑은 소리로 응답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 특산물 무등산 수박 출하를 이틀 앞둔 20일 오전 광주 북구 금곡동 무등산 수박 공동직판장 주변 재배 농가에서 김영기(68·오른쪽) 무등산수박영농조합법인회장과 문용덕(61)씨가 무등산 수박을 수확하고 있다. 2025.08.20.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 특산물 무등산 수박 출하를 이틀 앞둔 20일 오전 광주 북구 금곡동 무등산 수박 공동직판장 주변 재배 농가에서 김영기(68·오른쪽) 무등산수박영농조합법인회장과 문용덕(61)씨가 무등산 수박을 수확하고 있다. 2025.08.20. [email protected]
김씨는 지역 특산물이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해를 거듭할 수록 날씨와의 사투가 버겁다. 주변 수박 농가가 수익 개선을 위해 벼농사를 병행해보려고 한 곳이 있었지만 같은 농번기를 공유하는 탓에 동시에 할 수 없었다고 한다"며 "무등산 수박의 명맥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명예, 농가의 숙제가 있다. 쉽사리 이를 놓을 수 없다. 지자체 차원의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무등산 수박은 22일부터 10월까지 북구 금곡동 무등산수박 공동직판장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광주 북구는 21일 오전 금곡동 무등산수박 공동직판장 새단장 개장 기념행사를 열고 출하기원 고사 등을 지낸다.

무등산수박은 옛적 임금에게 진상하던 수박으로 푸랭이라고도 불린다. 무등산 중턱의 안개와 이슬·비옥한 토질속에서 몸집을 키운다. 무등산수박 한 통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지름 1m·깊이 1.2m 이상의 땅을 파야한다. 까다로운 재배조건만큼 독특한 향기와 맛이 별미다.

청록빛깔에 줄무늬가 없고 씨는 머리부분의 눈만 검어 다른 수박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일반 수박보다 2~3배 크다. 한 통에 최소 8∼30㎏까지의 무게를 나타낸다. 보통 8월 중순부터 출하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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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수박도 폭우·폭염사투…"버티고 자라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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