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복귀 전공의 조리돌림 막기 위해 마련했지만
내부 규제심사서 막혀…법리적 부분 등 이견
"정책 문제, 무조건 옥죄는 게 해결책은 아냐"
"오죽했으면…의료계 자정 강화해야" 목소리도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4일 서울시내 대학병원 전공의실. 2025.06.04. jhope@newsis.com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https://img1.newsis.com/2025/06/04/NISI20250604_0020840042_web.jpg?rnd=20250604141029)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4일 서울시내 대학병원 전공의실. 2025.06.04. [email protected]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의료인이 온라인에 동료의 신상을 유포할 경우 면허자격을 정지하도록 법령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규제가 과하고 법리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기돼 추진이 보류된 것으로 파악됐다.
7일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의사 등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신상을 온라인에 유포하는 경우 면허자격을 정지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현행 의료법 제66조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하는 행위를 할 때 1년 범위 내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개정령안은 이 품위 손상 행위 범위에 '의료업무를 방해할 목적으로 인터넷 매체·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다른 의료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게시하거나 공유하는 행위'를 추가한 것이다.
이는 의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신공격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조치였다. 지난해 2월 의대 증원 정책으로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한 뒤 일부 의사들이 의료현장을 떠나지 않았거나 복귀한 전공의들의 개인정보를 온라인상에 퍼뜨리고 모욕을 주는 일이 지속적으로 벌어져 논란이 됐다.
그런데 복지부에 따르면 이 개정령안은 입법예고 후 복지부 내부 규제심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추진이 보류됐다.
심사에 참여한 민간심사위원들 사이에서 "법리적으로 구체성과 명확성이 떨어진다"는 취지의 지적이 제기됐다고 한다. 신상공개 행위가 '의료 행위를 방해할 목적'인지 아니면 단순한 의견 개진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품위 손상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사위원들은 법학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아울러 이미 다른 제재 수단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 규제는 과하며, 자율적인 정화 작용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의료인 제65조에 따르면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에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면허가 취소된다. 의협에서도 "이미 개인정보호보법 및 정보통신망법 등에 의해 이미 규율되고 있다"며 시행령 개정 반대 입장을 낸 바 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지난 5월 1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전용공간 표지판이 놓여있다. 2025.05.14. ks@newsis.com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https://img1.newsis.com/2025/05/14/NISI20250514_0020809471_web.jpg?rnd=20250514145316)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지난 5월 1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전용공간 표지판이 놓여있다. 2025.05.14. [email protected]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보건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책 추진에 따른 갈등에서 파생된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앞으로 의사들이 다시 병원을 뛰쳐나오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게 근본적인 예방책이라는 시각도 있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한양대 보건학과 교수)는 "정부가 의료 정책의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고 하다가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라며 "신상 유포와 같은 문제를 막아야 하긴 하지만 무조건 옥죄는 게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간 의료인의 비윤리적 행태에 대해 의료단체에서 온정주의적인 반응을 보여왔고 이번 전공의 신상 유포 건 역시 '제식구감싸기' 식으로 대응해 시행령 개정 논의까지 온 것이라며, 의료계 내부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게 자정작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법령을 통한 해결에 찬성하지 않는다면서도 "오죽하면 이런 상황까지 왔겠나. 의사협회에서 신상 유포한 사람들을 제명하겠다고 하는 등 강력히 대응했다면 이런 일이 생기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슈가 발생할 때 의료계에서) 내부 자정에 대한 메시지들을 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령 보완 및 지속 추진 여부에 대해 "(앞으로)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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